어린이날 어린이날 지난 늦가을 아빠가 봉지에 담은 꽃씨를 이른 봄날에 엄마가 꽃밭에 뿌린다. 그날부터 딸아이는 이른 아침마다 꽃밭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보슬비가 내리는 날부터 딸아이는 연두색 옷을 입더니 매일 매일 조금씩 일어선다. 울긋불긋한 옷을 입던 5월 5일 제키대로 다 일어선 .. (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2016.07.23
도봉산(2) 도봉산(2) 하느님이 지상의 한 곳을 물색해 가우디, 피카소, 로댕, 단테, 베토벤 그리고 이사도라 덩컨을 내려 보내* 천상처럼 아름답고 흥겨운 곳으로 만들라 이르셨다. 가우디가 설계를 한 후 흙으로 둘러쳐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 안에 언덕을 쌓고 계곡을 파고 하늘로 올라가는 길처럼 .. (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2016.07.23
도봉산(1) 도봉산(1) 하느님이 세상을 만들 때 실패작을 모두 도봉산에 버린 것 같다. 울퉁불퉁한 바위와 거무튀튀한 돌 조각 꾸부정한 나무와 막자란 잡초 이름 모를 보잘것없는 들꽃과 돌 틈새를 겨우 흐르는 빈약한 물줄기 신음 같은 바람소리와 투박한 까치소리 어느 하나 아름다운 것이란 게 .. (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2016.07.23
어린 딸과 놀면서 어린 딸과 놀면서 시간을 풀어놓는다. 불혹(不惑)의 저문 땅에 유년(幼年)의 계절이 트인다. 크레용 잡은 딸아이 이곳저곳 색깔 색깔을 뿌리고 그 애 눈빛 반짝이는 곳마다 올과 날로 일어나 풀이 돋고 노루 뛰고 엄마 닮은 붉은 송아지 한 마리 음메에 음메에. 종달새 한 쌍 포롱포롱 날아.. (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2016.07.13
피카소 피카소 하느님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꾸밀 때 찌그러지나 깨지거나 색깔이 우중충하여 추하게 보이는 것들은 모두 여기저기 아무도 찾아내지 못할 곳에 숨겨버렸다. 숨은 그림 찾기를 잘하는 피카소가 그것들을 찾아내 얼기설기 늘어놓았다. 추한 것들도 늘어놓기에 따라 아름다울 수 .. (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2016.07.13
베토벤의 제10 자연교향곡 베토벤의 제10 자연교향곡 하느님이 태초에 소리를 만들어 아무도 찾지 못하게 여기저기 숨겨두었다. 설혹 누가 찾아내더라도 조합하지 못하게 그 소리를 속과 껍질로 분리하여 따로따로 숨겼다. 이를테면, 속 소리는 꾀꼬리의 입, 나비날개, 풀잎몸짓, 아기들 마음 등등에 보관하고 겉 .. (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2016.07.13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홍콩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를 다녀와서--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홍콩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를 다녀와서-- 지휘자가 지휘봉을 쳐든다. 청중의 모든 시선이 그 끝에 모인다. 지휘자가 그 시선을 지휘봉으로 휘감아 뭔가를 그리더니 공중으로 던진다. 학 한 마리가 커다란 날갯짓으로 정적을 한아름 안았다가 확 뿌려 .. (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2016.07.13
봄이 오르는 산길 봄이 오르는 산길 지난가을이 미끄러져 내려오던 산비탈 길을 올 봄이 거슬러 올라간다.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다 숨이 차면 지난가을이 떨어뜨리고 간 울긋불긋한 가랑잎이 수북하게 쌓인 양지바른 길섶에 안개를 피우고 주저앉는다. 안개 속에서 봄은 그 가랑잎들을 주섬주섬 모아 .. (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2016.07.13
봄잔치 봄잔치 황량한 들판에 바람이 따스한 귓속말을 퍼뜨리기 시작한다. 얘들아! 우리 저 들판에서 봄잔치를 벌이자. 너도나도 잔칫상을 꾸밀 색깔을 조금씩 가지고 나와라. 아카시아야, 연초록을 팔다리에 주렁주렁 매달고 저쪽 도랑가에 서있어라. 개나리야, 노랑 한 다발을 손에 쥐고 이쪽 .. (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2016.07.02
아이들을 보며 -유치원 그림전시회를 다녀와서- 아이들을 보며 -유치원 그림전시회를 다녀와서- 아이들은 작은 하느님이다. 개구쟁이 저 애들이 엉뚱한 장난을 치며 자라듯 하느님도 그렇게 개구쟁이로 자랐을 거야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며 세상을 꾸몄을 거야 들짐승이랑 날짐승이랑 물짐승이랑 나무랑 풀이랑 엉뚱한 장난감으로 .. (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201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