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그녀에게 띄우는 가을 편지- 가을비 -그녀에게 띄우는 가을 편지- 그대여, 지난 계절엔 무척 바빴어요. 그 덕에 들판에는 황금빛이 넘실거려요. 하늘엔 햇살이 눈부시고 양털구름이 하얗게 빛나네요. 새들은 신이나 날아다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들은 한 움큼씩 색종이를 뿌려대어요.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오늘 .. (블로그시집)제4부큐피드화살 을쏘다 2016.01.06
찐빵 찐빵 -혜지를 위한 시- 여고시절의 하교 길에 자주 가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찐빵 집 후각을 타고 오는 그 시절의 추억이 단팥이 삐어져 나와 팔 수 없다며 찐빵 집 아줌마가 공짜로 주던 찐빵냄새처럼 구수하다. 등하교 길에 마주치곤 엇갈리곤 하다가 그 날 처음으로 그 찐빵 집에.. (블로그시집)제4부큐피드화살 을쏘다 2016.01.06
녹차(2) 녹차(2) -대구 수성못가에서 밤 10시경 대구 수성못가 그 야외 커피숍에서 그녀와 마주앉는다. 따끈한 녹차를 마시며 우리는 눈빛을 맞춘다. 차를 마심에 따라 그녀의 얼굴이 달덩이가 되어 검은 밤하늘에 환하게 떠오르고 달 표면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면 그 별빛을 .. (블로그시집)제4부큐피드화살 을쏘다 2016.01.06
그녀에게 쓰는 가을편지 그녀에게 쓰는 가을편지 그대여 풍요로운 가을이 왔어요. 지난 계절들에 부산했던 덕택으로 거둘 것들이 벌판에 가득합니다. 까치밥은 남겨두고 거두겠어요. 땅 속 어딘가 있을 미물들을 위하여 충실하게 익은 것을 골라 아낌없이 버리기도 하겠어요. 따뜻함이 절실한 계절이라 낙엽으.. (블로그시집)제4부큐피드화살 을쏘다 2016.01.06
가을비(2) 가을비(2) 그녀가 떠난 날도 나는 오늘처럼 가을비가 내리는 북한산을 올랐었지. 그날처럼 오늘도 들국화 한 송이가 환하게 웃어 나를 반기는구나. 궂은 날에도 어찌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나도 저 웃음을 배우리라. 그러면 궂은 날에도 웃으며 비 오는 세상비탈을 오를 수 있으.. (블로그시집)제4부큐피드화살 을쏘다 2016.01.06
그녀에게 바치는 시 그녀에게 바치는 시 그대는 내 시혼(詩魂)의 원천이자 나의 텅 빈 시절의 한숨을 뿜어낼 수 있는 통로이고 내 죽은 시절의 언어를 부활시키는 여인이다. 그러나 그대가 떠나가고 나는 황량한 들판에 서서 슬프게 하늘을 쳐다보다가 입김을 불어 ㅏ ㅏ 하고 두 번 한숨을 뿜어낸다. 그러자 .. (블로그시집)제4부큐피드화살 을쏘다 2016.01.06
목련꽃 필 무렵 목련꽃 필 무렵 시린 기억으로 아픈 계절 그 끝자락에 비가 내린다. 아무 것도 걸치지 못한 알몸으로 빗속에서도 나를 반기며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환하게 웃기만 하는 그대 그 후덕한 웃음을 따라 나도 오랜만에 환하게 웃어본다. 살금살금 다가가 바라다보니 웃음 속으로 길게 패.. (블로그시집)제4부큐피드화살 을쏘다 2016.01.06
서쪽 창을 여니 서쪽 창을 여니 늘 그리운 그대가 오늘 따라 더욱 그리워 서쪽으로 낸 창을 엽니다. 분홍빛을 다 뿜어서 하늘을 물들이고 탈진한 것들은 희미한 그림자가 되어 노을 속으로 실종합니다. 내게 분홍빛 사랑을 다 쏟고 희미한 그림자로 탈진한 그대도 저 노을 속으로 실종했었지요. 분홍빛 .. (블로그시집)제4부큐피드화살 을쏘다 2016.01.06
그녀와 나 그녀와 나 그녀와 나는 서로 사랑하였지요. 그녀가 내게 느끼는 사랑을 느끼고 싶어 나는 여자가 되어보고 싶었지요. 내가 그녀에게 느끼는 사랑을 느끼고 싶어 그녀도 남자가 되어보고 싶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바지와 치마를 바꿔 입었지요. 깔깔거리다 그만 그대로 잠들고 말았지요. .. (블로그시집)제4부큐피드화살 을쏘다 2016.01.05
녹차를 마시며 녹차를 마시며 석양이 비추는 창가에 탁자를 갖다놓고 마주앉아 그녀와 녹차를 마시고 싶다. 내가 그녀에게 뜨거운 사랑을 붓듯 뜨거운 물을 두 잔에 부으니 언제 왔는지 맞은편에 앉은 그녀가 내 마음에 자기 영혼을 담그고는 녹차봉지를 두 잔에 살짝 담근다. 내 사랑에 그녀의 순결이 .. (블로그시집)제4부큐피드화살 을쏘다 201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