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3) -꽃지해수욕장에서- 안개(3) -꽃지해수욕장에서- 오늘도 축제일 같은 하루가 실은 안개 속의 흐릿한 하루였다는 것을 꽃지해수욕장 저편으로 막 넘어가려는 해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종일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이라 한 발짝씩 옮길 때마다 주문(呪文)을 외며 중얼거려야 했고 길.. (블로그시집) 제3부 어머님이여! 2015.12.26
안개(2) 안개(2) 안개 밖에서는 눈이 트인다. 눈이 트이니 마음은 오히려 시야 안에 갇히어 눈에 보이는 끝점이 목표이고 거기까지만 마음이 미친다. 마음이 갇히니 유혹에 약하다. 길섶에 즐비한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들이 가던 길을 되돌아와 만져보다가 가져가고 싶은 유혹에 꺾어버린다. 아름.. (블로그시집) 제3부 어머님이여! 2015.12.25
안개(1) 안개(1) 색깔을 허공으로 다 뿌려버리고 형체를 스스로 허물어뜨리면 모든 부위들이 제각각 자유롭다. 다가오는 것으로부터는 물러서고 멀어지는 것에게는 다가가면서 무엇에도 정을 두지 않고 훨훨 가벼이 떠다닌다. 골짜기와 산등성을 훨훨 날아다니다가 누구인가 사랑하고 싶을 때 .. (블로그시집) 제3부 어머님이여! 2015.12.25
나이아가라 나이아가라 폭포 세상만사 서러울 때 여기 와 목놓아 보라 그대 울음은 긴긴 세월을 안으로 안으로만 맴돌던 삶의 굽이굽이에 시퍼렇게 맺힌 멍울을 침묵으로 굳어진 입술로 경련 일으키듯 토해내느라 흰 치마 뒤집어쓰고 절망의 단애(斷涯)를 뛰어내리며 오직 한 마디의 첩어(疊語)로 .. (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2015.12.12
그 산 그 산 -인왕산이 개방되던 날 1- 그 산에는 언제부터인가 춘삼월에도 진달래꽃이 피지 않습니다. 그 밑바닥 입구에 ‘여기서부터 안개지역’의 팻말이 장승처럼 서 있습니다. 본래는 옥황상제가 사시는 선경을 알리는 팻말이었다지만, 어제부터인가 그 상제자리가 공석이라는 소문이 있.. 시(poetry) 2015.11.21
봄이 오르는 산길 봄이 오르는 산길 지난가을이 미끄러져 내려오던 산비탈 길을 올 봄이 거슬러 올라간다.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다 숨이 차면 지난가을이 떨어뜨리고 간 울긋불긋한 가랑잎이 수북하게 쌓인 양지바른 길섶에 안개를 피우고 주저앉는다. 안개 속에서 봄은 그 가랑잎들을 주섬주섬 모아 .. 어른을 위한 동시 201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