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위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위에서 우리가 바벨탑을 쌓았지만 무너지고 말았지요. 벽돌 먼지를 마시며 모두 엉엉 울면서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소리지르다가 답답한 가슴을 치며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지요. 수수세대 지나 다시 뉴욕에 모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짓자고 손짓 몸짓.. (블로그시집) 제5부 아 뉴욕이여! 2016.03.23
맨허턴의 하루 맨허턴의 하루 나의 몽유병은 꼭두새벽 플러슁발1) 맨허턴행 만원 지하철 키 큰 금발 여자의 큰 콧구멍 밑에 서면 버터 냄새나는 콧김에 취하면서 시작된다. 일 달러(dollar)만 지불하고 맨허턴에 가면 달러는 어디에나 낙엽처럼 흩날린다지 월가(Wall Street)의2) 장세는 늘 상승세라고 했던가.. (블로그시집) 제5부 아 뉴욕이여! 2016.03.23
망향(望 鄕) 망향(望 鄕) 어려서 나는 어느 구석에나 얼굴만 처박고 있으면 숨은 것으로 생각하고 숨바꼭질을 했다. 커서도 얼굴만 비 안 맞으면 비 안 맞는 줄 알고 망가진 비닐우산을 쓰고 비바람을 피해왔다. 지금은 몸만 떠나 있으면 고국을 잊겠노라고 마음은 미처 챙기지 못하고 타국 땅에 와 있.. (블로그시집) 제5부 아 뉴욕이여! 2016.03.23
영(零) - 미국에서 귀국 길에 - 영(零) - 미국에서 귀국 길에 - 가던 길이 다시 모가 나 낙후한 10 진법으로는 이제 그 끝 가는 곳을 감지할 수 없다. 그 동안 애써 모아온 2에서 9까지 여덟 숫자를 헐값에 처분해 컴퍼스 하나와 연필 한 자루 그리고 백지 한 장을 앞집 구멍가게에서 샀다. 아라비아인들이 10 진법을 완성할 .. (블로그시집) 제5부 아 뉴욕이여! 2016.03.23
샤워를 하며 -New York의 Queens에 집을 사던 날- 샤워를 하며 -New York의 Queens에 집을 사던 날- 때를 씻는다. 아침저녁으로 씻고 또 씻는다. 머리를 짓누르는 골칫거리는 신경질에 날카롭게 날을 세워 열 손톱으로 박박 긁어 파내고 조그만 가슴을 답답하게 조이는 울화는 심술을 엮어 짠 울퉁불퉁한 타월로 피가 나도록 문질러 껍질을 벗.. (블로그시집) 제5부 아 뉴욕이여! 2016.02.02
노숙자(露宿者) - 뉴욕의 한 한국인 걸인에게 2달라를 주며 - 노숙자(露宿者) - 뉴욕의 한 한국인 걸인에게 2달라를 주며 - 바람의 낌새를 맡고 모두 쉬쉬하고 떠나버린 길목에서 나는 웅크리고 앉아 반가이 바람을 맞는다. 그러나 바람은 예의 그 독설로 내 의식을 무수히 난자하고 내 육신은 바람의 일부가 되어 펄럭거린다. 그럴수록 두고 온 산하.. (블로그시집) 제5부 아 뉴욕이여! 2016.01.31
깃발 깃발 -뉴욕 한국 영사관에서- 하늘과 땅의 중간쯤 긴 장대 끝에 흰 천 한 조각 내어 걸고 쉿 쉿 숨죽여 보라 파다닥 파다닥 파열음을 내는 상징 또 상징이 은빛 날개를 펴자 콧대 높은 하늘이 상냥하게 내려오고 축 꺼진 땅이 활달하게 올라온다. 한 번도 어울린 적이 없던 하늘과 땅 지금 .. (블로그시집) 제5부 아 뉴욕이여! 2016.01.26
수평선 수평선 -마이애미 비취에서- (1) 하늘과 바다가 벌거벗은 하복부를 맞대고 출렁이는 교태(嬌態), 교성(嬌聲) (뭐 구름으로 가릴 것까지 있소?) 하여 하늘의 정액 같은 부연 모래사장에선 선남선녀가 떠들며 서슴없이 발가벗는다. (2) 맑은 날이면 하늘과 바다는 가끔 체위를 바꾼다. 하늘이 .. (블로그시집) 제5부 아 뉴욕이여! 2016.01.26
풍선을 띄우며 풍선을 띄우며 -뉴욕의 플러싱 메도우 파크에서* - 보랏빛 눈을 뜨고 목을 길게 뽑아 늘 천상을 향하여 설레어 왔다. 지고 갈 업보의 무게와 초라한 한 사내에 대한 끈끈한 연민 때문에 차마 훌훌 떨쳐 버리고 떠나지 못하다가 하늘이 유난히 파랗던 날 바람결에 파리한 두 손 모은 그 사내.. (블로그시집) 제5부 아 뉴욕이여! 2016.01.25
수화(手話) - 모국어여! - 제5부 아, 뉴욕이여! 뉴욕은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던 도시이다. 나를 좋아하던 흑인 제자들도 기억한다. 비록 내가 손도 잡아주지 않았지만, 나를 그토록 사랑한 백인계 혼두라스 학생 Anida Sandoval에 대한 추억이 지금도 나의 가슴을 저민다. 수화(手話) - 모국어여! - 벼르고 망설이다가 바.. (블로그시집) 제5부 아 뉴욕이여! 201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