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 제5부 아 뉴욕이여!

노숙자(露宿者) - 뉴욕의 한 한국인 걸인에게 2달라를 주며 -

매미가 웃는 까닭 2016. 1. 31. 14:13



노숙자(露宿者)

   - 뉴욕의 한 한국인 걸인에게 2달라를 주며 -

 

바람의 낌새를 맡고

모두 쉬쉬하고 떠나버린 길목에서

나는 웅크리고 앉아

반가이 바람을 맞는다.

 

그러나 바람은 예의 그 독설로

내 의식을 무수히 난자하고

내 육신은 바람의 일부가 되어

펄럭거린다.

 

그럴수록

두고 온 산하와

나를 포기한 사람들에 대한

미지근한 체온이 겨우 지켜온

끈끈한 애정 때문에

바람의 이빨을 부싯돌로 삼아

불씨를 일구고

마른 나무등걸이 되어

바람 앞에 드러누워서

활활

열병을 앓는다.

    

 

*뉴욕에는 미국인(특히 미군)과 결혼했다 버림받은 여자가 많다. 그들은 자식조차도 못 만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신이상이 되어 교회에 위탁해 살기도 한다. 때로는 남자 한국 걸인도 있는데 교회에서 남자 홈리스(노숙자)는 받아주지 않으니 거리에서 방황한다. 남자는 돈이 없으면 어디나 찬바 신세라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나보다.

* 내가 미국서 교수할 때, 한 남자 걸인이 어느 추운 겨울 저녁에 어떤 건물 입구에서 서 있었다. 내가 찾던 곳에 대해 어느 곳이더라 하고 중얼거리니 그가 요 귀퉁이에요 하고 말해주었다. 그래 2달라를 주었다. 40대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지금도 살아 있는지 궁금하다. 걸인에게 동정은 그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나쁜 방법이라 하지만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대에 그건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때 1,000달라를 줄 걸 하고 지금 후회한다. 그랬어도 그가 그 신세를 벗어날 수 있었을까? 그 돈으로는 어림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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