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기차를 타고 경춘선 기차를 타고 이른 아침 서울에서 춘천행 기차를 탑니다. 차창 밖을 바라보니 사람, 소, 나무, 꽃 모두가 내가 거쳐 온 길을 거슬러 서울로 내닫습니다. 서울에서는 금덩이가 된다는 풍문 탓인지 돌과 바위조차도 서울로 내닫습니다. 나만이 외로이 서울에서 점점 멀어감에 겁이 납.. (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2015.12.12
여름 해수욕장 여름 해수욕장 회춘의 바닷가에 드러눕는다. 내내 죽어 있던 촉각이 겉늙은 살갗 곳곳에서 따갑게 기어 다닌다. 기저귀를 차고 바람개비처럼 제멋대로 팔다리를 흔들면서 뒤뚱뒤뚱 걸음마를 배우다가 그만 바다 속으로 나뒹군다. 가슴 가득 안아 버리면 다시 가슴을 채우는 순수한 바다.. (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2015.12.12
에덴 시대와 그 전후 에덴 시대와 그 전후 에덴 시대 전에는 금단의 사과가 없었기에 신과 인간은 각자 스스로 존재하였고 서로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에덴시대에는 신이 인간을 낳았다. 사과가 없어지자 신이 인간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간이 그걸 훔쳐 먹도록 신이 유혹했으리란 의심을 하.. (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2015.12.12
동산(3) 등산(3) --산을 내려오며-- 종일 알랑거리던 바람이 일방적으로 내게 바치던 사랑을 다시 일방적으로 뽑아가느라고 무수한 빨대를 내 살갗 곳곳에 꽂아댄다. 몸이 싸늘해지자 나는 더욱 표독한 독재자로 되어가자 메아리가 바람을 타고 골과 골을 날아다니며 모반을 선동을 한다. “황제.. (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2015.12.12
동산(2) 등산(2) --산 위에서-- 지구의 정수리를 발아래 밟았다. 풀꽃을 엮어 황관(皇冠)으로 쓰고 절벽을 병풍으로 두르고 바위가 바위 위에 무등에 무등을 탄 울퉁불퉁한 꼭대기에 걸터앉아 지상의 정수리가 부서지듯 쾅쾅 발을 구른다.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너희의 황제가 왔느니라!“ .. (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2015.12.12
동산(1) 등산(1) --산을 오르며-- 천상을 오르는 듯 산을 오른다. 이승의 업보를 곱추처럼 등에 지고 천상을 오르는 길 산을 오른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 잡풀의 따가운 환영 산새와 작별한지도 이미 오래다. 정든 이승이여 잘 있어라 뒤돌아보며 마지막 인사로 손을 흔들어주니 손바닥 하나.. (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2015.12.12
남자를 위한 돼지 찌개 요리법 남자를 위한 돼지 찌개 요리법 무를 자른다. 바람 든 부분을 도려낸다. 진작 도려냈어야 할 바람 안 든 부분이 없는 몸 곳곳이 쑤셔온다. 돼지비계를 자른다. 밤새 부석부석 살찌는 기실은 부황든 푸석살도 자른다 자른다 하면서도 차마 자르지 못한 내 목숨의 일부 우둔한 살기로 으깨듯 .. (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2015.12.12
밤바다 낚시 밤바다 낚시 낮은 내가 낚이는 시간이다. 그 누군가가 내가 가는 골목골목에 때로는 63 빌딩이나 남산 꼭대기에 투명한 낚싯줄을 드리우고 꿈을 매달아 흔들어댄다.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에 때론 잠시 황홀해 보기도 하지만 내 코를 꿰려는 짜릿짜릿한 살기가 낚싯줄 저 끝에서 물살을 타.. (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2015.12.12
소줏집에서 소줏집에서 -어느 날 대구에서- 그 날 우리는 패배의 축배를 들었어 낮에 뒷거래를 거절하느라 빈속에 퍼먹힌 욕지거리를 끝내 삭이지 못하고 그는 날궂이를* 하고 말았어 물씬 풍기는 시린내에 코를 벌름거리며 찡그린 그의 얼굴은 그날따라 숯덩이 같았어 그렇지만 이내 아무렇잖다는 .. (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2015.12.12
낮잠 낮잠 -스티븐 호킹의 실험실*- 백지 한 장을 얼굴에 덮고 드러눕는다. 나의 허상과 너의 실상이 한 덩어리가 되어 애증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든다. 그때 장난기 많은 스티븐 호킹이 그 덩어리에 구멍을 파고 신(神)을 박아 폭발시킨다. 펑! 하는 단음절의 태초의 말씀이 저주와 욕설로 흩날.. (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201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