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해수욕장
회춘의 바닷가에 드러눕는다.
내내 죽어 있던 촉각이
겉늙은 살갗 곳곳에서
따갑게 기어 다닌다.
기저귀를 차고
바람개비처럼 제멋대로
팔다리를 흔들면서
뒤뚱뒤뚱 걸음마를 배우다가 그만
바다 속으로 나뒹군다.
가슴 가득 안아 버리면 다시
가슴을 채우는 순수한 바다의 애무
그 애무 다시 가슴 가득 안아 버리면
치부를 채워오는 간지러움
깔깔거리며 물벽을 짚고
일어설 듯 일어설 듯 그만
다시 바다에 나뒹군다.
짠 소금물을 꿀꺽꿀꺽 마시면
반짝이는 피부를 가진
6개월도 안된 아이가 되어
배 뒤집기를 하다가 지쳐 엎드린다.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가에 취해
젖꼭지를 빨면서 칭얼거리는 모습 그대로
두 다리와 두 발 오므리고
꿀꺽꿀꺽 양수를 마시며
엄마의 자궁 속에서
이제나저제나 곧 태어날 꿈에 취해
쌔근쌔근 잠이 든다.
'(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춘선 기차를 타고 (0) | 2015.12.12 |
---|---|
에덴 시대와 그 전후 (0) | 2015.12.12 |
동산(3) (0) | 2015.12.12 |
동산(2) (0) | 2015.12.12 |
동산(1) (0) | 2015.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