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2)
--산 위에서--
지구의 정수리를 발아래 밟았다.
풀꽃을 엮어 황관(皇冠)으로 쓰고
절벽을 병풍으로 두르고
바위가 바위 위에 무등에 무등을 탄
울퉁불퉁한 꼭대기에 걸터앉아
지상의 정수리가 부서지듯
쾅쾅 발을 구른다.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너희의 황제가 왔느니라!“
끼리끼리 흩어져 쑥덕거리던 관목들이
허겁지겁 달려와 머리를 조아린다.
내가 손을 동쪽으로 휘저으니
단숨에 손끝 가는 데까지 달려간 산들이
천군만마 같이 도열한다.
서쪽으로 눈길 한번 돌리니
천하가 내 제국의 영토로다.
하늘에는 새들이 경배하고
내 어가(御駕)에는 억새가 나부끼고
천하의 백성들이 구름으로 자욱하다.
“내가 이 천하를 너희의 낙원으로 만들어 주리라!”
“폐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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