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한 돼지 찌개 요리법
무를 자른다.
바람 든 부분을 도려낸다.
진작 도려냈어야 할
바람 안 든 부분이 없는
몸 곳곳이 쑤셔온다.
돼지비계를 자른다.
밤새 부석부석 살찌는
기실은 부황든 푸석살도
자른다 자른다 하면서도
차마 자르지 못한
내 목숨의 일부
우둔한 살기로 으깨듯 자르기에는
욕된 삶도 참 질김을
새삼 깨닫는다.
상식에 뿌리내린
밋밋한 일상의 속잎파리
뿌리째 뽑아
마늘 두어 쪽 다지고
파 몇 줄기 잘라 버무린다.
느끼하거나 매스꺼운 인습은
생강 한 조각 빚어 삭이련다.
매운 아주 매운 고추도 네댓
대충대충 잘라 넣어야지
어차피 헛물만 켤 세상일지라도
입이라도 얼얼하여야 들이키겠지
마련된 모든 것을
울화통에 쓸어 넣는다.
적당히 물을 부으면
욕된 것일수록 더욱
몸을 사려 가라앉는다.
바람들었다 버린 무도 아까워
되주워다 넣는다.
짠 말씀을 한 숟갈 쳐
간을 맞춘 후
인고의 나날로 닳은 마음에
묵직한 침묵 한 덩이 얹어
울화통 뚜껑을 눌러 놓는다..
허허 웃어 어깨 위로 털어 버렸던
지금에야 가장 수모스런 것이 무엇인가
곰곰 생각해 낸다.
독설이 헉헉 뿜어 나온다.
세 치의 혓바닥이 활활 타오른다.
삭이지 못한 아픔은 여전히 건더기로 남고
녹은 것들은 내 육수를 뿜으며
분통해한다.
잠시 후
독설이 바닥날 즈음
나는 시장기를 느낄 것이고
늘 나물뿐인 저녁상에 모처럼
기름기 둥둥 뜨는 돼지비계 찌개가
참 먹음직할 것이다.
소주 한 잔도 미리
따루어 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