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르는 산길
지난가을이 미끄러져 내려오던 산비탈 길을
올 봄이 거슬러 올라간다.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다 숨이 차면
지난가을이 떨어뜨리고 간 울긋불긋한 가랑잎이 수북하게 쌓인
양지바른 길섶에 안개를 피우고 주저앉는다.
안개 속에서 봄은 그 가랑잎들을 주섬주섬 모아
산새를 접어 깡마른 꺽다리 나무 꼭대기마다 얹어놓고
진달래꽃을 접어 펑퍼짐한 땅딸이 나뭇가지마다 매단다.
바람이 살그머니 다가와 접은 산새와 진달래꽃에
훈훈한 입김을 불어넣어 주자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갓 산새들은 포롱포롱 안개를 따라 날아가고
진달래꽃들은 수줍은 듯 빨갛게 웃으면서
알콩달콩한 향기를 호호 바람결에 풀어놓는다.
잠시 후
진달래꽃 향기가 산 계곡에 그윽하면
미처 아무 것으로도 접지 못하고 남겨둔 가랑잎 더미에 숨어
몰래 사랑을 나누다가 들킨 다람쥐 한 쌍이
홍당무가 되어 후다닥 산 위로 달아난다.
그들이 달아난 꼬불꼬불한 산비탈 길을 따라
봄이 예쁜 연초록 발자국을 남기며 아장아장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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