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봄이 오르는 산길

매미가 웃는 까닭 2016. 7. 13. 20:02



봄이 오르는 산길

 

지난가을이 미끄러져 내려오던 산비탈 길을

올 봄이 거슬러 올라간다.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다 숨이 차면

지난가을이 떨어뜨리고 간 울긋불긋한 가랑잎이 수북하게 쌓인

양지바른 길섶에 안개를 피우고 주저앉는다.

안개 속에서 봄은 그 가랑잎들을 주섬주섬 모아

산새를 접어 깡마른 꺽다리 나무 꼭대기마다 얹어놓고

진달래꽃을 접어 펑퍼짐한 땅딸이 나뭇가지마다 매단다.

바람이 살그머니 다가와 접은 산새와 진달래꽃에

훈훈한 입김을 불어넣어 주자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갓 산새들은 포롱포롱 안개를 따라 날아가고

진달래꽃들은 수줍은 듯 빨갛게 웃으면서

알콩달콩한 향기를 호호 바람결에 풀어놓는다.

 

잠시 후

진달래꽃 향기가 산 계곡에 그윽하면

미처 아무 것으로도 접지 못하고 남겨둔 가랑잎 더미에 숨어

몰래 사랑을 나누다가 들킨 다람쥐 한 쌍이

홍당무가 되어 후다닥 산 위로 달아난다.

그들이 달아난 꼬불꼬불한 산비탈 길을 따라

봄이 예쁜 연초록 발자국을 남기며 아장아장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