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제10 자연교향곡
하느님이 태초에 소리를 만들어
아무도 찾지 못하게 여기저기 숨겨두었다.
설혹 누가 찾아내더라도 조합하지 못하게
그 소리를 속과 껍질로 분리하여 따로따로 숨겼다.
이를테면, 속 소리는 꾀꼬리의 입, 나비날개,
풀잎몸짓, 아기들 마음 등등에 보관하고
겉 소리는 구름, 바다, 황소의 목구멍 등등에 보관하였다.
베토벤이 그 소리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서
속 소리는 바이올린, 비올라, 플롯 등으로 불어서 내고
껍질 소리는 심벌즈, 팀파니 등으로 두드려서 내는 비결과
속 소리와 겉 소리를 조합하는 비결을 알아내
하느님이 지은 하늘의 음악보다 더 아름답게 지었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하느님이 그를 귀머거리로 만들어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하게 하였다.
그는 차라리 아무 잡음이 없음을 감사하며
기억만으로 제9교향곡 합창을 작곡했다.
하느님이 그 연주를 엿듣고 너무 감격해
그를 곁에 두고 천상의 음악을 작곡시키고 싶어
그가 막 시작한 제10교향곡을 미처 완성하기 전에*
하늘에서 완성하라고 하늘로 불러들였다.
하느님이 태초에 만들어 숨길 때는
빗소리, 천둥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
풀잎 나부끼는 소리, 아기 울음소리
그런 단순히 소리일 뿐이던 것들을 조합하여
그가 하늘에서 제10 교향곡을 완성하였다.
하느님이 그것을 자연 교향곡이라 이름을 붙이고
맘을 열어둔 누구에게나 맑은 영혼을 텅해 스며들어
은은하게 울려 퍼지도록
인간의 세계에 풀어놓았다.
* 베토벤이 제10교향곡의 제1악장만 완성하고 타계하였다.
내가 시로 이를 완성하려 시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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