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홍콩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를 다녀와서--
지휘자가 지휘봉을 쳐든다.
청중의 모든 시선이 그 끝에 모인다.
지휘자가 그 시선을 지휘봉으로 휘감아
뭔가를 그리더니 공중으로 던진다.
학 한 마리가 커다란 날갯짓으로
정적을 한아름 안았다가 확 뿌려
콰앙 콰가앙 콰앙 콰가앙~~
팀파니 소리를 쏟아내며
음악당 안을 날아오른다.
한 바퀴 휙 돌고는
너울너울 춤추는 날갯짓으로 내는
잔잔한 선율에 이끌려 청중이 하나 둘
지휘봉에 휘감겨 한 마리 두 마리
새끼 학으로 태어나 날갯짓을 한다.
그 날갯짓에서 바이올린 소리, 비올라 소리,
첼로 소리, 오보에 소리, 클라리넷 소리,
트라이앵글 소리와 하프 소리가 쏟아진다.
스스로의 소리에 새끼 학들이 취할 즈음
째재재재쟁~쨍~ 하는 심벌즈 소리를 내고
어미 학이 천장으로 날아오르자
새끼 학들이 따라 오르며 날개를 파닥인다.
그 선율에 음악당이 실려 두둥실 떠오른다.
사바세계에 대한 마지막 인사로
남산을 둘러보며 뒤뚱뒤뚱 두어 번 흔들어 주고
구름 위로 솟아올라 하늘로 날아오른다.
잘 가거라 학들이여
잡다한 소리로 늘 시끄러운
이 사바세계를 떠나
은하가 잔잔히 흐르며 울려주는
은은한 천상의 노래에 맞춰
맑은 영혼들만이 춤추는
저 신세계로
훨훨
날아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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