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보며
-유치원 그림전시회를 다녀와서-
아이들은 작은 하느님이다.
개구쟁이 저 애들이 엉뚱한 장난을 치며 자라듯
하느님도 그렇게 개구쟁이로 자랐을 거야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며 세상을 꾸몄을 거야
들짐승이랑 날짐승이랑 물짐승이랑 나무랑 풀이랑
엉뚱한 장난감으로 만들었을 거야
만든 것들을 아름답게 칠하고 싶었을 거야
손과 얼굴에 색깔을 묻히면서 알록달록 칠했을 거야
하늘에 해를 띄워 그 색깔들이 반짝이게 해주었을 거야
사람은 더더욱 엉뚱하게 만들고 싶었을 거야
아름다운 꼬리를 달았다 떼었다 했을 거야
날개도 털도 달았다 떼었다 했을 거야
네 발로 기도록 하다가 두 발로 걸려보았을 거야
머리의 반대편에 하나씩 눈을 달았더니
앞뒤로 왔다갔다 헤매게 되어 앞에만 달았을 거야
매미소리랑 제비소리랑 꾀꼬리소리를 내게 해봤을 거야
어느 것도 맘에 들지 않아서 산 것 중 유일하게
웃고 울 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했을 거야
목소리로 낼 수 없는 건 휘파람을 불어 내게 해줬을 거야
휘파람으로도 낼 수 없는 소리는
피리와 나팔을 불어 낼 수 있게 해주고
그래도 못내는 투박하거나 소란스런 소리는
손으로 북과 꽹과리를 두드려 내게 해주었을 거야
첨엔 사람을 까맣게 만들었을 거야
그 중 하나를 노랗게 칠해보니 너무 예뻐
하느님이 가려운 콧등을 긁다가
콧등과 얼굴에 물감을 묻혀 가며
사람들을 하얗게도 빨갛게도 칠했을 거야
각각의 모양과 색깔에 따라 스스로
자기 닮은 아이를 낳게도 해주었을 거야
기어 다니고 걸어 다니며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드는
장난기가 많은 아이들로 가득 찬 자신의 놀이터가
너무 좋아 싱글벙글 웃다가 피곤하여 하느님이
지금은 달콤한 낮잠에 취해 있을 거야
낮잠을 자고 나면 철이 든다고 하던데
이 세상을 더 재미있는 동화세상으로 만들도록
빙그레 웃으며 자는 철부지 하느님이
잠을 깬 후에도 영원히
철들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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