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도봉산(2)

매미가 웃는 까닭 2016. 7. 23. 13:04



 

도봉산(2)

 

하느님이 지상의 한 곳을 물색해

가우디, 피카소, 로댕, 단테, 베토벤

그리고 이사도라 덩컨을 내려 보내*

천상처럼 아름답고 흥겨운 곳으로 만들라 이르셨다.

 

가우디가 설계를 한 후

흙으로 둘러쳐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 안에 언덕을 쌓고 계곡을 파고

하늘로 올라가는 길처럼

가늘고 꼬불꼬불한 미로를 만들어

계곡과 언덕을 얼기설기 연결시켰다.

 

피카소가 계곡, 언덕과 길의 사이사이에

울퉁불퉁한 바위와 돌을 그려 놓고

구부정한 나무와 막자란 풀을 그려 놓고

제멋대로 흐르는 가느다란 물줄기를 그려 놓고

까치와 다람쥐 여러 마리를 그려 놓았다.

 

피카소가 그린 선에 따라 로댕이 조각을 했다.

나무와 풀은 가을에 잎이 떨어지거나 시들었다가

봄에 다시 돋아나면서 살아나게 하여

해마다 조금씩 자라도록 조각하고

까치와 다람쥐에겐 날개와 다리를 조각해주고

바위와 돌은 더 커지도 더 작아지지 않게 조각하였다.

 

조각이 끝나자 다시 피카소가 색칠을 하였다.

가을이면 떨어지는 나뭇잎과 시드는 풀은

봄이 되면 원래대로 복원되는 색깔로 칠하였다.

조각품들 사이사이에 비어 허전한 자리에는

철 따라 알록달록 피는 들꽃으로 채워주고.

텅 빈 허공은 보이지 않는 바람을 그려 채웠다.

바위와 돌은 못생긴 모양에 걸맞게 거무칙칙하게 칠하고

붓에 초록색깔을 묻혀 바위와 돌에 휙 뿌려

바위와 돌도 이끼라는 싹이 튼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단테가 아름다운 싯귀를 가르치자

조각품들이 그를 따라 싯귀를 읊었다.

가냘프게 졸졸거리는 맑은 물소리

귀를 기울여야 들리는 나뭇잎과 풀잎의 속삭임

따뜻한 마음으로만 들리는 꽃의 웃음소리

투박하여 더욱 정감 나는 까치 소리

나뭇잎을 흔들며 내는 바람소리

저마다 지껄이는 이들 불협화음을

베토벤이 엇박자로 조화시켜서

제10교향곡을 완성시켰다.

바위와 돌에게는 단테가 아무 말도 가르치지 않아

베토벤이 까치와 다람쥐가 그들 위에 올라서서

짝을 찾는 단음절로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가르쳤다.

 

모양이나 색깔이 아름답고

아름다운 노랫말에 멋진 리듬도

춤추지 못하면 죽은 거나 다름없어

이사도라 덩컨이 춤을 가르쳤다.

까치에게는 제멋대로 날아다니는 날개 춤을

다람쥐에게는 천방지축의 뜀박질 춤을

나뭇잎과 풀잎에게는 제자리에서 몸을 뒤트는 삼바를

꽃들에게는 향기를 품으며 웃는 얼굴 춤 가르쳤다.

춤을 수정하거나 독려하는 역할은

휙휙 돌아다닐 수 있는 바람에게 맡기고

춤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춤은 움직이지 않는 춤이라며

바위와 돌에게는 늘 제자리에서 서있거나 앉아있거나

길게 드러누워 있기를 잘하도록 가르쳤다.

 

만져지는 것은 다 조각품이요

보이는 것은 다 그림이요

읊는 것은 다 시요

들리는 것은 다 음악이요

움직이는 것은 다 춤인지라

모든 작업이 끝나던 날

하느님이 크게 기뻐하시며 나를 부르시더니

지상에 내려가 이곳을 도봉산이라 이름 짓고

이 전천후노천 종합예술공연장을 만든 이들의 이름과

그 업적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기라 하시어

이 글을 남긴다.

 

 

* 가우디(Antoni Gardi-Cornet): 스페인 태생으로 현대건축의 창시자. 곡선을 즐겨 사용하였고, 곤충, 나뭇잎 등 자연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다. 이사도라 덩컨(Isadora Duncan): 미국 태생으로 현대무용의 창시자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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