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제7부 어른들 뽀뽀동시

어린이날

매미가 웃는 까닭 2016. 7. 23. 13:10



    어린이날


지난 늦가을 아빠가 봉지에 담은 꽃씨를

이른 봄날에 엄마가  꽃밭에 뿌린다.

그날부터 딸아이는 이른 아침마다

꽃밭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보슬비가 내리는 날부터

딸아이는 연두색 옷을 입더니

매일 매일 조금씩 일어선다.

울긋불긋한 옷을 입던 5월 5일

제키대로 다 일어선 딸아이가

꽃의 귀에다 속삭인다.

“꽃아, 너를 따라하니 나도 너처럼

예쁘고 향기롭게 이만큼 날씬하게 컸단다.”

꽃이 딸아이에게 귀엣말로 답한다.

“나도 너를 따라 해서 이렇게

예쁘고 향기롭고 날씬하게 컸단다.”

 

딸아이가 오른팔을 내미니

꽃이 딸아이 손을 내밀어 어깨에 얹고

둘이는 어깨동무를 한다.

먼 냇가의 버들강아지가 팔을 뻗어

이웃 수양버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키다리 미루나무는 긴 목을 구부려

땅딸이 개나리와 어깨동무를 하고

골짜기와 골짜기 산등성과 산등성에는

어깨동무한 소나무로 가득 차고

하늘의 새들은 구름과 어깨동무를 하고

강둑의 풀들은 풀벌레와 어깨동무를 한다.

 

들과 산에 있는 모두들 어깨동 무하기를 마치자

바람이 딸아이와 꽃의 어깨를 살짝 흔든다.

딸아이와 꽃이 제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았다 한다.

모두들 그렇게 파도타기 춤을 춘다.


꽃과 딸아이가 따라 깔깔 웃는다.

난쟁이 민들레가 너무 좋아 깔깔 웃는다.

카디리 미루나무도 배를 잡고 휘청거리면 웃는다.

어깨동무를 모든 것들이 그렇게 신나게 웃는다.

그때 나비가 그들 사이를 너울너울 춤추자

나도 질세라 벌도 날아다니며 붕붕 노래를 한다.

그러자 모두들 벌처럼 붕붕 노래를 한다.

 

“제각각 모습이야 달라도

날씬하고 예쁘고 향기롭게 닮은

우리들은 모두 깔깔깔 웃는

초록빛 5월의 어깨동무 친구들”

 

햇님이 하늘에서 빙그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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