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1)
하느님이 세상을 만들 때
실패작을 모두 도봉산에 버린 것 같다.
울퉁불퉁한 바위와 거무튀튀한 돌 조각
꾸부정한 나무와 막자란 잡초
이름 모를 보잘것없는 들꽃과
돌 틈새를 겨우 흐르는 빈약한 물줄기
신음 같은 바람소리와 투박한 까치소리
어느 하나 아름다운 것이란 게 없다.
하느님에게는 그 쓰레기들이 너무 싫었던가
주위를 흙으로 쌓아 둘러막고
흩어지지 않도록 그 위에
못생긴 큰 바위로 꾹 눌러놓았다.
오늘 도봉산에 올라가 보니
하느님에게는 쓰레기장일 뿐인 곳이
나에게는 더없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들만 모아놓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러나 개별적으로 아름답다는 것들이
전체적으로는 아름답지 않을지도 모르고
하늘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를 나에게는
하늘이 쓰레기장으로 보이면 어찌할지?
그냥 이 도봉산에만 영원히 머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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