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강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자
감성이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 속도와 강도는 어느 정도 타고난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같은 분위기라 하더라도 감성이 자극을 더 받기도 하고 덜 받기도 한다.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기도 하는데, 남자보다는 여자가 아무래도 자극에 더 민감하다. 예컨대, 슬픈 연속극을 보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사람은 남성에서보다는 여성에서 더 많을 것이다. 자식에게 불행한 일이 있으면 땅을 치고 엉엉 우는 사람은 어머니이고 아버지는 대부분 눈물을 훔칠 정도일 것이다. 남자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울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마 여자보다는 감성이 자극에 덜 예민하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성별이라도 반응의 민감도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떤 남자는 웬만한 여자보다 더 감성적일 수 있다.
위의 설명은, 아이들과 감성적 대화를 할 때, 성별, 나이, 성격, 취향, 재주 등을 고려하여 대화의 내용과 형식을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선 그런 눈높이 중 재주의 눈높이에 관하여 말해보자. 재주는 소질, 끼, 재능 등으로 표현되는데 어느 정도 타고난다. 어릴 때부터 어떤 아이들은 음악에 재주를 보이고 어떤 아이들은 미술에 재주를 보이고 어떤 아이들은 문학에 재주를 보인다. 그런 재주는 그와 관련된 감성이 민감함을 의미한다. 앞에서 말한 적이 있지만 선천적 재주는 계속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어릴 때부터 갈고 닦지 않으면 무디어진다. 따라서 엄마와 아빠는 딸과 아들이 어떤 재주를 가지는지 관찰하고 발견한 재주를 계발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릴 때 그림도 가르쳐보고 피아노도 가르쳐보고 글쓰기도 가르쳐볼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무슨 과목을 잘하는지, 평소 무슨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지, 엄마와 아빠는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음악이나 그림 등에서는 재주가 없더라도, 조금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학생일 때는 써내야 할 에세이가 많을 것이고, 직장에서는 써야 할 각종 보고서가 많을 것이다. 선천적으로 글쓰기 재주를 가지고 태어나고 그걸 계발했다면 글쓰기에 관한 한 잘 해낼 것이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글재주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떨까? 후천적으로도 그런 재주의 계발이 가능할까? 그 답은 두 가지 이유로 ‘가능하다’이다. 첫째, 앞에서 태어난 재주도 갈고 닦지 않으면 무디어진다고 한 말을 뒤집으면 계발이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즉, 그 말은 재주가 후천적으로 변화함을 의미하는데, 무디어지는 쪽으로만 변화하는 게 아니라 예민해지는 쪽으로도 변화하지 말라는 이유가 없다.
둘째, 어떤 것에든 선천적인 재주가 없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뛰어났던 사람이 많다. 글쓰기에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아쉽게도 글쓰기에서 선천적 재주 없이 후천적 노력으로 대문호가 된 예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는 그런 예를 많이 알고 있다. 영국의 처칠은 빼어난 웅변가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그는 영어의 S자를 정확히 발음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 어눌해 연설에 재능이 부족함을 느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2차대전 중 영국의 수상이 되어 명연설로 영국인의 심금을 울리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분이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르틴 루터 킹도 그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보스턴대학에 낙방할 뻔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불세출의 웅변가로서 미국을 흑백갈등의 나라에서 흑백조화의 나라로 바꾼 분이다. 위의 두 분은 말하기와 웅변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또 연습했으리라고 짐작된다. 다른 예로, 이탈리아의 카루소라는 테너가수는 타고난 목소리가 바람부는 소리 같이 거칠어서 지도교수로부터 테너가수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피나는 연습으로 금세기 최고의 테너 가수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처럼 타고난 재주가 신통하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후천적 계발로 뛰어난 사람이 많은데, 글쓰기에서도 그러하지 말하는 법은 없다.
그럼 아이들의 글쓰기 재주를 어떻게 후천적으로 계발할 것인가? 이 책은 감성적 대화법을 사용하라고 주장한다. 즉, 감성적 분위기에서 감성적 대화를 통해 아이들의 감성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를 권고한다. 그렇게 훈련시키면 작은 자극에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이를 테면, 보통사람 같으면 아무런 느낌이 없는 상황에서도 시(동시)를 쓸 만큼 자극을 잘 받을 수 있다. 앞에서 여러 가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감성적 대화의 예를 많이 보였고 뒤에서 더 보일 보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엄마와 아빠는 이들 예를 활용하여 자신의 딸, 아들과 감성적 대화를 많이 하고 글쓰기도 연습시켜 보기 바란다. 그러면 글쓰기뿐만 아니라 고민을 이야기하는 의사소통도 잘되어 바람직한 딸과 아들로 자라갈 것이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면 글쓰기의 기술적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기술적 부분이라면 글쓰기에 필요한 문법, 사용할 어휘의 사용법 글의 구조와 문단의 구조 등을 의미한다. 이를 풀어 말하면, 기술적인 부분이란 이런 경우에는 이런 어휘를 사용하고 저런 경우에는 저런 문법이 필요하고 이 말 뒤에는 저 말이 따라야 한다는 규칙을 말한다. 그런 규칙을 많이 알면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주로 감성적 대화를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그를 통해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기술적 부분에 관해서는 가급적 설명을 최소화한다.
그렇지만, 글쓰기에는 어느 정도 기술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자극을 적절히 글로 표현하는 기술이 따라주어야 글다운 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늘 감성적인 글만 쓰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경험이 쌓이고 상황이 바뀌고 또한 지적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사고방식이 바뀌어 논리적인 글을 써야 할 때가 많아진다. 논리적 글에서는 어휘 하나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글쓰기의 기술적 분야를 완전 도외시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아래에서 약간의 지면을 기술적인 부분에 할애할 것이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기술적 분야를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지 말라는 점이다. 기술적 분야의 강조는 딸과 아들의 상상력 계발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엄마와 아빠는 그들이 성장함에 따라 그에 맞는 수준의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와 아빠도 지식수준을 높이고 세상을 좀 폭넓게 볼 줄 알아야 한다. 폭넓게 볼 줄 아는 데는 그들과 세대차가 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신념, 사고방식 및 생활습관이 아이들의 것과 다를 때 자기 것을 강요하지 말고 그들에 맞출 수 있는 융통성을 보여야 아이들이 세대차를 느끼지 않는다. 노인이 무르팍 세우기란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그만큼 자기 아집에 빠져 자기 것만 옳다고 하는 ‘자기’에 갇히는 근시안이 된다. 그런 엄마와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 딸, 아들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도 하고 또한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로 생각, 느낌 등을 서로 전하는 교감을 나누기를 하여 세대차이를 줄여야 한다.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라, 사주면 밤에는 뺏어라.’ 등으로 교육컨설팅을 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비뚤어 갈 유혹과 그 수단을 제거하라는 말인데, 그건 최악의 경우의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어릴 때부터 많은 대화를 하여 교감을 나누어 바람직하게 자라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교감이 형성되면 스스로 자기 일에 책임지는 태도와 유혹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쉽고, 자기가 나아갈 꿈 심기와 꿈 가꾸기의 대화도 가능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준다고 비뚤어질까? 가슴으로 하는 대화, 감성적 대화, 그런 방법으로 교감이 늘 이루어지면 엄마와 아빠가 하는 말은 뭐든 먹혀든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라 권하고, 논리를 따지는 머리싸움을 하지 말고 대화중에서도 가슴으로 대화, 즉 감성적 대화를 권고한다. 요컨대, 감성적 대화는 세대 차이를 줄이는 길이요, 인성교육을 하는 길이요, 글쓰기 교육을 하는 길이요, 꿈을 심고 또 키우게 하는 길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감성적 대화를 자주 하여 딸과 아들이 자라가면서도 이런 교감 나누기를 지속하여야 한다. 아래에 저자가 두 딸과 교감을 나누고 세대차를 줄이는 두 예를 보이고자 한다.
작은딸과 교감 나누기: 이메일♥♥♥
작은딸 예인은 지금은 커서 이 글을 쓸 때 미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이다. 엄청난 숙제의 양과 여러 대학에 입학원서를 내느라 입학을 위한 에세이도 쓰고 원서도 쓰는 등 바쁜데도 얼마 전에 간단하나마 감상적인 영어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 이메일과 저자의 영어 답장과 그 번역을 아래에 보인다.
<작은딸의 이메일>
Hi appa! I just wanted to say hi and ask how you are doiiiiing (: saranghaeyooo! :D(하이, 아빠. 그냥 하이라고 말하고 싶고 또 어떻게 지내는지 묻고 싶어. 사랑해요오오오!)
저자의 이메일:
I heard a high-tone mute voice. It seemed that the voice was whirling between the sky and the Pacific Ocean and echoing into my ears. I looked behind. I recognized the voice was Yein’s. I looked around but she was nowhere. So I opened the laptop and her voice was in the Facebook and her face was there, too. I was happy for the whole day today and I will tomorrow and the day after tomorrow and so on.(내가 톤이 높은 소리 없는 목소릴 들었단다. 그 소리는 하늘과 태평양 사이를 소용돌이 치고 내 귀에 산울림으로 들렸단다. 나는 그게 예인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냈다. 뒤돌아보았지만 그 애는 아무데도 없었다. 그래서 랩탑을 열어보니 그 애의 목소리는 Facebook에 있었고 그 애의 얼굴도 Facebook에 있었다. 나는 오늘 종일 행복했고 내일도 모래도 그 후에도 영원히 매일 매일 행복할 것이다.)
큰딸과 교감나누기 : 재미있는 교수♥♥♥♥
저자가 이 글을 쓸 때 큰딸은 미국에서 대학교 졸업반이다. 그 애는 패션감각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고 자기 몸 관리에 철저하다. 그래서 여름방학에 한국으로 돌아올 때마다 커트, 염색, 웨이브(퍼머넌트) 등으로 좀 비싼 미장원에 간다. 그 애가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여름방학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 그 애 성향을 알고 있는 저자가 먼저 그 애에게 그런 미장원에 가라고 권했기 때문이다. 그때 저자가 이렇게 말했다.
너의 나이에 그런 비싼 것도 해보야야 한다. 나이가 들면 하래도 못한다. 그러나 사치는 안 된다. 커서도 1년에 한 번 정도 이런 데 갈 수는 있지만 자주 하는 건 사치이고 낭비이다.
그렇게 말하니 그 애가 저자의 볼에 뽀뽀를 해주고 절대로 사치할 일은 없으리라고 약속했다. 그 나이에 어차피 언젠가는 한 번쯤 할 것이면 이처럼 미리 알아서 권하고 그 대신 바른 길로 인도하는 교육을 하는 게 더 낫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부모 대부분은 무조건 안 되는 것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이와 유사한 것을 대학생 제자들에게도 적용한 경우가 있다. 연구실에 상담하러 찾아오며 먼저 본인이 동의한다면 집안 사정도 좀 알아보고 취향도 알아본다. 얻은 정보에 따라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는데, 그런 때 어학연수, 패션, 외모 가꾸기 등 다양하게 대화하고 교감을 나눈다. 그런 대화는 학생들을 편하게 해주는 방법이다. 나에게 교수로서 권위란 것은 없다. 그냥 아버지 같고 이웃 아저씨 같은 느낌을 주도록 노력한다. 그래서 대학에서 나를 따라는 제자들 팬이 많다. 어떤 학생은 광대뼈가 좀 두드러져 보이기에 머리 모양을 좀 바꾸고 갈색보다 약간 밝은 색으로 염색을 하여 광대뼈가 덜 두드러지게 하여보라고 권한 적이 있다. 그런 얼마 후 그 학생이 내게 와 어떠냐고 묻기에 아주 좋다고 했고 그 학생도 자기 머리 모양과 염색이 맘에 든다고 하였다.
이 글을 쓰기 앞 연도의 여름방학 때 대학의 비용으로 제자 5명과 홍콩, 싱가포르와 마카오에 견학을 갔었다. 저자의 큰딸이 그 학생들 대부분과 동갑내기라 동남아 문화에 대한 견문을 넓히라고 저자의 비용으로 데려갔다. 그 애는 저자의 제자들이 자기 아버지(저자)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고 한다.
“아빠, 그 애들은 교수는 보통 근엄한데, 학생들이 아빠를 만나면 그런 교수 이미지가 싹 없어진대. 그런데 일단 상담하고 나오는 학생들이 모두 재미있어 한대.”
“재인아, 그게 좋다는 말이니 나쁘다는 말이니? 앞의 말은 부정적인 말 같은데….”
“좋다는 말이야. 앞의 말은 요새 애들 표현이 그래서 그런 거야.”
“네 앞에서 너의 아빠를 나쁘게 말하지 못해서 재미있다 한 것 아닌가?”
“그건 아닌 것 같아.”
“왜 그런 생각이 드니?”
“각자 자기 나름대로 겪은 상담경험을 이야기하였는데, 비슷한 이야기를 하여 우리가 웃기까지 했어. 가식은 아닌 것 같았어.”
신문사설, 칼럼 등을 읽고 토론하자♥♥♥
아이들과 교감을 맞추려면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 아이들의 현안 문제를 파악하기에도 도움이 되고 또한 글쓰기를 가르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방법 중 하나는 신문기사, 신문사설, 칼럼 등을 읽는 것이다. 나아가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대화내용, 읽는 글의 유형 및 글쓰기 유형은 달라지는데 그런 것에 대비하는 방법으로도 그런 것을 읽을 필요가 있다. 아이들도 커 어느 정도 사고능력과 지식을 갖춘 나이가 될 때, 엄마와 아빠가 그들과 함께 신문사설, 칼럼, 신문기사 등을 읽고 그 내용을 토론할 기회를 자주 가지는 것은 교감을 나누기에 아주 좋다. 언제부터 이런 토론을 할 수 있을까? 그건 그들이 시사문제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사고능력과 지적 수준을 얼마나 갖추었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대체로 중 3이 되면, 경우에 따라 중 1이나 중 2가 되면, 그런 토론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나이가 어릴수록 쉬운 내용을 선택하여야 하고 토론 수준도 그에 맞추어야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상당기간의 토론에서는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시사문제의 글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토론의 횟수가 증가하면서 수준이 높아져 나중에는 어떤 내용이라도 좋을 것이다.
위에서 시사문제를 토론하려면 ‘사고능력과 지적 수준’이라는 두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조건을 일찍 갖추게 해줄 수 있다. 즉,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과 어릴 때부터 글을 읽고 토론하게 되면 그런 사고능력과 지적 수준을 일찍 갖추게 할 수 있다. 유치원을 다닐 때와 같이 아주 어릴 때부터 읽은 글의 내용, 느낀 점, 좋은 점,앞으로 본받아야할 점, 아이의 각오 등을 엄마와 아빠와 자주 토론하면 좋다. 이렇게 하면 책꽂이에는 읽는 책의 수가 늘어나고 머릿속에는 관련된 지식으로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그렇게 하여 얻은 사고능력과 지적 수준은 발표력, 성격발달, 정신연령의 성장 등 모든 면을 발달시키는 힘이 된다. 그렇게 하면 중 3에서, 빠르면 중 1이나 중 2에서, 신문사설을 읽고 토론까지 할 수 있으리라.
앞에서 강조했듯이, 위에 설명한 개념을 잘 배운다고 자기 딸이나 아들을 천재로 만들려거나 대학에 일찍 보내어 세계적인 학자로 키우겠다는 지나친 욕심은 갖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로 인한 서열관계, 입학 연도에 따른 서열관계가 아주 심한 나라이므로 어린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면 그 아이는 동료 학생들과 잘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한 학년이라도 높은 사람에게 반드시 오빠, 언니, 형이나 선배 등으로 호칭해야 하는 게 우리나라의 문화이다. 어린 나이에 대학교에 들어가면 동급학생은 어리다고 특별취급을 하고, 입학연도가 늦은 학생은 어린 학생에게 그런 호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소위 왕따 되기에 알맞은 충분조건이다.
저자는 재직 중인 대학의 영자신문 지도교수를 한 적이 있었다. 영자신문 기자의 모집에서 서열에 관한 몇 가지 사례가 발생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이렇다. 편집장인 학생에 의하면, 한 여학생 지원자가 대학 입학 후 즉시 외국에 영어연수를 다녀와서 영어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존 기자들이 그 지원자를 불합격시켰는데, 서열상 예우가 그 주된 이유였다. 통상 1학년만이 수습신문기자가 되는데, 2학년일 때 수습기자가 되면 호칭이나 업무지시에 서로 불편하다고 했다. 수습기자는 기자 2년차인 학생에게는 선배님, 형, 언니, 오빠 등으로 호칭해야 하는데, 그 지원자는 입학연도가 같아 선배는 아니고 같은 나이라 언니나 오빠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원자가 기존 기자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기존 기자들은 그에게 낮춤말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게 서로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 지원자가 그런 규칙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기존 학생기자들이 아무래도 불편해 불합격으로 처리했다.
조기교육의 폐해가 우리나라에만 있는가? 다른 나라에도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호칭과 같은 문화의 탓이 아니라 다른 면에서 조기입학이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조기입학의 그런 불익에 대한 경고는 미국의 맬컴 클래드웰(Malcolm Cladwell)이 지은 아웃라이어(Outliers, 예외자)에 잘 나타나 있다. 그 책에 의하면. 나이가 꽉 차서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 덜 차서 초등학교에 들어간 학생보다 체육이면 체육, 공부면 공부에서 더 두각을 나타낸다고 한다. 예컨대, 조기입학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는 3월 1일 기준으로 만 6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예컨대, 아이 A는 생일이 2005년 3월 15일이라서 2012년 3월에 1일에 거의 만 7세 가까이가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아이 B는 2006년 2월 15일에 태어나서 A와 동일 시점인 2012년 3월 1일에 간신히 만 6세가 되어 입학한다. 같은 조건이면 A는 체격이나 지능에서 B보다 거의 1년이나 더 계발된 후 동일 연도에 입학하므로 B보다 모든 면에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아웃라이어의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의 조기입학 여부는 엄마와 아빠가 결정하는데, 조기입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아웃라이어의 충고다.
앞에서 말한 우리나라의 호칭문제와 서열문제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들 문제는 우리말이 존댓말과 낮춤말이 엄격하여 나타나는 문제이다. 낮춤말에도 또한 여러 층이 있다. 최하 수준의 낮춤말로서 소위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와 같은 말이 있다. 이처럼 아주 낮춤말을 우리가 어릴 때는 ‘해라말’이라고 했고, 그런 상대에 대한 호칭은 ‘너’이다. 이는 아주 서열이 낮은 손아래(손자, 아들, 조카 제자 등)에게 쓰거나 옛날엔 천인 신분인 종(노예)에게 쓰던 말이다. 조금 낮춤말로는 ‘이렇게 하게, 저렇게 하게’와 같은 말로서 이런 어법을 ‘하게말’이라고 했다. 이런 말은 서열은 낮되 아주 낮지 않은 사람에게 사용하며 ‘자네’가 그 상대에 대한 호칭이다. 저자는 학교조교가 제자이지만 그를 아주 낮추지 않고 조교선생, 자네, 하시게 등의 호칭 내지 어휘를 사용한다. 연구실에 찾아온 학생들에게도 때로는 너라 하지 않고 자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에게 호칭 외에도 잘해주려 노력한다. 그 애들을 왕으로 모시면 내가 황제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 살면 언어구조로 인한 위와 같은 다양한 서열상 호칭은 정말 불편하고 사회를 계층화하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떼짓기를 하는 원인이 된다고 본다. 정치계에 전에는 가신이란 것이 있었고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00계’, ‘00파’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는 언어구조로 발생한 현상이라 짐작해본다. 왜냐하면 이런 파벌의식은 언어상 서열이 심한 한국과 일본에 특히 심하기 때문이다. 빨리 이런 떼거리 문화가 개선되어 00계에 속하지 않더라도 능력 있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그럴려면, 우리말에서 존댓말을 없애든지 모두 존댓말을 쓰든지 해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가능할지도 모른다. 요새 나이든 사람이 식당이나 가게 등에서 젊은 여자를 보고 ‘언니’라고 부르는 게 그런 시발점이 아닐까?
아이들과 시사토론을 하면 몇 가지 긍정적 효과가 있다. 첫째, 아이들이 시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런 관심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증가할지도 모를 정치적 무관심을 줄여줄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다. 정치적 무관심은 선거라는 꽃이 피기엔 토박한 땅이다. 둘째, 아이들의 발표력을 개선시킬 것이다. 대화를 하다보면 논리적 전개를 하는 능력이 늘고 토론에 필요한 내용을 얻으려 노력할 것이므로 지식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셋째, 말하기에 필요한 자신감을 얻어 토론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 앉아서 하는 토론은 잘하는데, 청중 앞에 서서 하는 발표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발표는 별도의 연습을 해야 하지만, 토론은 청중 앞에 하는 발표력 증가에 보탬이 될 것이다. 넷째, 토론은 비판이 포함될 것이므로 비판력을 개선시킬 것이다. 비판은 올바른 정치관, 올바른 사회관 등을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지 않고 건설적 비판을 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이면 건설적 비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비판에는 글쓰기에 대한 것도 포함되므로 글쓰기 능력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인성도 개선되고 소외된 이웃도 배려하는 등 주어진 토론주제에 따라 많은 긍정적 효과를 보일 것이다.
어려운 개념 몇 가지♥♥♥
글을 쓸 때 적절한 개념을 잘 모르면 효율적인 글쓰기가 되지 못하고, 서적을 읽을 때가 이해가 잘 안되는 수가 있다. 그런 몇 개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모순과 반대
2. 조건과 기한
3. 확률
4. 충분조건, 필요조건과 필요충분조건
이들 개념을 이해할 나이가 되면 가급적 일찍 가르치는 게 낫다. 이들을 모르는 대학생들도 아주 많고 일반인들도 많을 걸 보면, 배워도 될 나이에 안 배우면 영원히 제대로 못 배울 수가 있다. 어려운 것은 어려우므로 이들을 본문에서 설명하기보다는 이 책의 말미의 <부록>에 이들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예시한다. 엄마, 아빠와 선생님에게는 이들 외에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어려운 개념을 많을 것이다. 그런 경우 <부록>의 방법을 응용해보기 바란다.
<어른을 위한 시>
그리움
-기러기 아빠-
낮에는 저마다
색깔이 있고
색깔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모두
멀리 있어
그리움이 된다.
그리움을 하나 둘
진종일 지우다 보면
지워진 것들이 모여
밤이 된다.
너무 멀리 있어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은
눈동자에 고여
두 볼을 타고 흐르는
서러움이 된다.
* 작시 후기 : 그럼 서러움은 무엇이 될까? 사랑이 될까? 미움이 될까?
그 무엇이 되든지 그 대답을 위한 3연은 독자 각자가 쓸 몫이다.
'딸아, 아들아 이렇게 글을 써보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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