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아들아 이렇게 글을 써보렴!

제3편 제13강 숨은그림찾기(피카소)

매미가 웃는 까닭 2016. 8. 3. 21:03



제13강 숨은그림찾기(피카소)

 

 

꿈!

아이들이 어릴 때 엄마와 아빠가 꼭 해줄 것은 꿈 심어주기이다.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은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그 꿈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그의 죽음이 미국을 흑백갈등의 나라에서 흑백조화의 나라로 바꾸었다. 나아가 미국은 각종 피부색이 어울리는 무지개 나라가 되어 아름답다. 꿈은 그처럼 꿈을 가진 사람이 죽어서도 남은 사람들을 무지개처럼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죽은 마틴 루터 킹이 살아있는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게 하였다. 꿈을 심어주는 좋은 방법은 위인에 관한 전기를 읽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위인의 전기가 서점에 많이 진열되어 있고, 위인전이 권장도서로 지정되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위인전을 읽는 것에 못지않게 좋은 꿈 심어주기 방법이 있다면 그건 위인에 대해 글쓰기이다. 오히려 그건 위인전 읽기보다 더 좋은 꿈 심어주기의 방법일 것이다. 그런 글을 쓰자면 위인전을 읽어야 하고, 위인에 대해 더 생각하고 조사하게 된다. 그래서 위대한 과학자의 전기를 읽으면 ‘나도 저런 과학자가 되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질 뿐이겠지만, 그 과학자에 대해 글을 쓰면 막연한 생각은 꿈으로 심어질 수 있다. 위대한 작곡자의 전기를 읽은 후 그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나도 저런 위대한 작곡자가 되겠다.’라는 꿈을 심을 것이다. ‘나도 위대한 소설가가 되고 싶다. 나도 위대한 장군이 되고 싶다. 나도, 나도…….’ 위인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렇게 꿈이 심어질 것이다. 학교에서 교육을 잘해주고 엄마와 아빠가 잘 이끌면 그런 꿈은 꿈으로서가 아니고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릴 것이다.


위인에 대한 글쓰기는 시 쓰기, 수필 쓰기, 일기 쓰기 등이 있고 어느 것이든 좋다. 그런데 위인들에 대해 글을 쓰라면 대부분 산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위인에 대한 시 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위인에 대한 시 쓰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아래에서 예술의 두 분야인 미술과 음악을 선택하여 미술의 전설적인 인물인 피카소의 숨은그림찾기를 시로 엮어보는 대화를 이 강에서 예시한다. 다음 강에서 음악의 성인 베토벤의 자연교향악을 시로 엮어보는 대화를 예시할 것이다. 이 대화를 읽어보면, 위인들에 대해 시 쓰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숨은그림찾기(피카소)♥♥♥

 

 

큰딸이 어릴 때 그 애와 내가 경복궁을 가던 중 00화랑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큰딸이 물었다.

“아빠, 화랑이 뭐야?”

“그림을 전시하는 곳이란다.”

“그럼, 경복궁 대신 저기 가자.”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큰딸이고 나도 그림보기를 좋아해 그럴 생각이었다. 화랑에는 그림이 많이 걸려 있었다. 그 중에는 종이인지 천인지 길게 늘어진 누런 두루마기에 검은 먹으로 미국국기와 같이 아래로 좍좍 줄이 그어진 것이 많았다. 미국국기는 파란 바탕에 50개의 흰 별, 13개의 빨간 줄과 하얀 줄이 잘 조화되어 아름답다. 그러나 그 그림에서의 줄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고 아름답지도 않았다. 우중충한 바탕색에 검은 줄뿐. 작자야 그 뜻을 알겠지만 미술의 전문가가 아닌 나는 그 뜻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나와 딸 둘 다 흥미를 잃었다. 그 화랑을 나와 경복궁으로 갔다.


나는 경회루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서 경회루, 연못 그리고 인왕산을 바라보았다. 경복궁 지붕의 라인과 인왕산의 라인이 일치한다는데 그걸 경회루에서는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대신 저들이 나에게, 나의 딸들에게, 우리 가족에게, 한국인에게, 그리고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런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가까이서 내려다 볼 때는 경회루 물이 3급수로 혼탁하지만, 거기에도 잉어라는 생명이 살고 있었다. 생명은 그처럼 끈질긴 것인가 보다. 인간세계는 너무 혼탁해 4급수인지도 모른다. 그런 4급수에도 인간이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 인간은 잉어보다 더 질긴 목숨을 가진 것 같다. 그 연못을 멀리서 보면 더없이 맑았다. 그렇지, 모든 것은 멀리서 보면 다 아름답지. 멀리서 보나 가까이 보나 참으로 예쁜 건 딸이다. 아빠의 사랑. 그런 1급수를 마시며 자라서 그럴 것이다. 신기하다. 4급수에 사는 나에게 사랑이란 1급수가 나오다니! 잉어도 그 새끼에게는 1급수 사랑을 뿜고 있겠지. 물고기에게 먹이를 던져주던 큰딸이 내게로 왔다.


“아빠, 아까 본 그 그림 난 뭔지 모르겠어. 아빠는?”

“나도 몰라. 그걸 그린 화가야 알겠지만 나에게도 어려웠다.”

“응, 아빠가 전에 설명해준 피카소의 그림은 그래도 알기가 쉬웠어.”

“그렇지. 요새 그림은 너무 어려워 이해할 수 없단다.”

“아빠, 피카소의 그림은 사람이 찌그러지고 뒤틀리고 그래. 그래서 첨엔 이상하다 했어.”

“그렇지, 나도 첨엔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아빠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좀 되었어.”

“그랬구나.”

“난 아빠가 그 화랑의 그림도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았어.”

“미안하다. 아빠도 모르니. 그 대신 오늘은 좀 색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어떤 이야기?”

“피카소에 대해 시 쓰기.”

“해보고 싶어.”

“하느님이 이 세상을 만들다가 못 생기게 만든 것을 여기저기 숨겼단다. 피카소가 그것을 찾아내 아름답게 늘어놓았지.”

“응, 전에도 아빠가 그랬어. 피카소의 그림은 숨은그림찾기와 같은 그림이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 그 그림을 어느 정도 알게 되고 알게 되니까 아름답게 보였어.”

“그렇지. 하느님이 보면 못생긴 것도 피카소가 찾아내 잘 늘어놓으면 아름답다고나 할까!”

“하하, 하느님도 못한 것을 피카소가 했네, 그럼.”

“그렇지, 하느님도 피카소에게서 추한 것도 늘어놓기에 따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배웠을 거야.”

“하하하, 아빠.”

“하하하.”

“근데, 아빠 말에 의하면 피카소는 아름다운 사람도 일부러 찌그러뜨려 그렸어.”

“그렇지. 피카소는 그런 사람이었어. 아름다운 걸 일부로 찌그러뜨리고 깨뜨려서 아무렇게나 던져 놓아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였어. 하느님도 모르던 일을 하던 사람이었어.”

“하하하. 재미있어.”

그날 밤 저자가 쓴 숨은그림찾기라는 피카소에 관한 시를 다음 페이지에 보인다. 이 시는 어른을 위한 동시로 볼 수 있으므로 어린이를 위한 동시를 별도로 보이지 않는다.

 

    

 

<어른을 위한 시>

 

숨은그림찾기

-피카소에 대하여-

 

하느님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꾸밀 때

찌그러지나 깨지거나 색깔이 우중충하여

추하게 보이는 것들은 모두 여기저기

아무도 찾아내지 못할 곳에 숨겨버렸다.

숨은그림찾기를 아주 잘하는 피카소가

그것들을 찾아내 얼기설기 늘어놓았다.

추한 것들도 늘어놓기에 따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하느님도 처음 알게 되었다.

맹랑한 피카소가 아뿔싸

반듯한 모양을 찌그리고 깨뜨리고

색깔이 아름다운 것은 북북 긁어서

아무렇게나 여기저기 던져놓았다.

아름다운 것을 찌그러뜨리고 깨뜨려

아무렇게 던져 놓음으로서 오히려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하느님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