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아들아 이렇게 글을 써보렴!

제2편 제9장 와, 재미 있다!

매미가 웃는 까닭 2015. 12. 10. 16:42

 

 

9강 와, 재미있다!

 

 

대화는 재미있어야 한다. 말 재주가 있거나 대화주제가 재미있는 것이면 재미있는 대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화 형식만 좋아도 재미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여기서 소개할 그런 대화 형식은 이미지 게임이다. 이미지 개임이란 어떤 어휘가 주어주면 그것이 무엇과 같다고 하는 대화형식을 말한다. 소위 비유법을 사용하는 대화게임에 이 책은 이미지 게임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바다는 꿀 항아리이다.’ 또는 바다는 꿀 항아리와 같다.’가 그 예이다. 비유를 말한 후 그 이유의 설명도 하고 질문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아래에 두 개의 이미지 게임을 예로 보인다. 이런 개임은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대화를 하는 아이들이 이미지를 생각해내기 위하여 두뇌에 잠재된 지능을 활성화시킨다. 두뇌의 활성화는 상상력을 키우며 경우에 따라 기상천외한 것까지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게임을 하려면 지식이 필요하므로 지식을 얻으려는 의욕을 높일 수 있다. 그 비유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아이들은 어휘력을 증가시킬 수 있고, 논리전개 능력도 높여 대화능력을 계발시킬 수 있다. 그런 내용을 글씨로 표현하면 그게 글이므로 문장력도 늘게 될 것이다.

 

 

아빠가 쓴 편지♥♥♥

 

 

큰딸과 서울의 어느 공원 벤치에 앉아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땅에는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재인아, 오늘도 어제처럼 이미지 게임을 해볼래?”

. 아빠.”

오늘 사용할 말은 낙엽이다. 네가 먼저 해 볼래?”

, 아빠. 낙엽은 나무가 버린 휴지다.”

휴지? 참 좋은 출발이다. 그러고 보니 저기 떨어진 낙엽은 버려진 휴지와 같아 보인다. 나무는 쓰레기 분류도 모르나봐.”

하하하. 이제 아빠가 할 차례야.”

알았다. 낙엽은 나무의 아름다운 똥이다.”

? 똥은 냄새가 더럽잖아. 그러데 왜 아름다워?”

재인아, 네가 젖먹이였을 때 네 똥은 참 아름다웠단다. 젖을 먹어 만들어진 똥이었지. 색깔도 노랗게 아름다웠지. 향기롭기까지 했어. 네가 더 커서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똥이 검고 구리었지만, 그래도 아빠에게는 그런 똥도 아름답고 향기로웠단다.”

하하하. 재미있다.”

그 봐, 너도 똥 이야기가 재미있다 했잖아.”

그게 아니고 아빠 이야기가 재미있어.”

그러니깐 똥도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되지. 그건 똥이 아름답고 향기로워서일 거야.”

하하하. 내 똥이 진짜로 그랬어?”

그래, 진짜라니까. 일부러 코를 대어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단다. 딸의 똥이니까.”

하하하. 너무 웃어 배가 아파.”

하하하.”

그래도 구린 건 구리지.”

아니야. 정말로 아름답고 향기로웠어. 설사로 물똥을 누면 된똥보다는 실제로 좀 덜 구리었단다. 그러나 혹시 잘못되었나 하는 걱정 때문에 더 구리었지. 남이라면 냄새가 좀 지독했겠지만 나에게는 된똥이 그처럼 향기롭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단다.”

하하하. 아빠, 내 배꼽이 다 빠졌어. 이제 똥 이야기는 그만해. 난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아.”

후후, 그러자. 그러면 네가 계속해봐.”

낙엽은 돈이다. 누구에게나 저기 낙엽처럼 돈이 아주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재인아, 돈이 많으면 좋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너무 많으면 그건 문제란다.”

?”

누구에게나 너무 많은 돈이면 돈이 아니라 네가 처음에 말한 대로 쓸모 없는 휴지와 같은 쓰레기란다.”

왜 쓰레기야? 그래도 돈인데.”

흔하지 않은 것이어야 가치가 커.”

그럼 돈도 흔하지 않아야 가치가 있어?”

그렇지.”

그렇구나.”

뭐든 흔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이어야 가치가 있어. 가치가 크니까 서로 가지려 하지.”

흔하지 않고 필요하여 가치가 아주 큰 것에는 돈 말고 또 뭐가 있어?”

금이 그런 거란다. 금은 옛날에는 왕관을 만들고 그때나 지금이나 금가락지, 금목걸이 등을 만들고 휴대폰 등 전자제품에도 사용하여 꼭 필요한데도 많이 없어 가치가 크고 사려면 비싸단다.”

그렇구나.”

재인아, 꼭 필요하지만 아주 흔해서 공짜인 것도 있다. 네가 한 가지 말해볼래?”

글쎄.”

공기가 그렇단다. 숨을 쉬어야 하므로 꼭 필요하지. 그렇지만 아주 많아 우리가 공짜로 숨을 쉬지.”

그러네, 아빠.”

그런데 공기도 바다 속에 가면 부족하여 산소통을 가져가는데, 그 산소통 속의 산소는 공짜가 아니라 돈 주고 사야 한단다. 바다 속에서는 공기가 흔하지 않아 땅에서는 공짜이던 것이 공짜가 아니란다.”

공기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어. 그래서 아빠와 말하면 배우는 게 많아 재미있어.”

아빠의 말도 흔하지 않아서 꽤 비싸. 그래서 학교에서 월급 받고 가르치지.”

난 아빠 말 공짜로 듣는데.”

네가 내게 돈을 내야 하지만,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네가 있어 네가 내게 주는 행복이 더 비싸. 그래서 네가 손해야.”

그럼 아빠가 내게 돈을 줘야 하겠네.”

그렇지. 그래서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해주잖아. 뽀뽀도 해주고. 이 사랑도 행복만큼 비싸.”

후후. 알았어, 아빠. 우린 서로 행복과 사랑을 주고받은 거로 충분해서 서로 갚을 게 없네.”

그래. 그리고 우리 집에 있는 공기청정기 알지?”

.”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돈이 들어. 공기청정기를 사고 그거 사용하려 전기를 써 돈이 들지. 그래서 땅에서도 깨끗한 공기는 공짜가 아니지.”

나는 큰딸에게 자원의 희소성과 가격,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변동 등 경제 관련 대화를 이어갈까 하다가 나중 기회로 미루고 글쓰기의 대화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또한 공기까지 이야기했으므로 환경오염, 분리수거 등의 환경문제를 이야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나중에 하기로 했다. 그래서 큰딸이 낙엽처럼 돈이 흔했으면 좋겠다고 한 말과 관련한 글쓰기의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했다.

 

재인아, 저기의 낙엽처럼 돈이 너무 흔해서 가치가 없다고 쓴 시 하나를 말하고 싶다.”

그래? 그렇게 해줘. 그 시 읽어보고 싶어.”

그 시는 동시가 아니라 네가 읽기에는 어려운 어른을 위한 시이다.”

그래도 읽고 싶어.”

나중에 찾아 보여줄게. 지금은 그 시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 주마.”

, 아빠.”

나라가 망하면 다른 나라에 세우는 정부를 뭐라 하는지 아니?”

. 임시정부라 하는 것 같아. 김구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으니,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뺏겼을 때 그 분이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세웠다고 했어.”

아하, 내 딸 참 많이도 아네. 그러나 그 임시정부는 그 분이 세운 것은 아니고 그 전에 다른 분들이 세웠단다. 그 분은 나중에 그 임시정부를 이끈 분이야.”

아빠. 근데 임시정부란 무슨 말이야?”

그건 정식으로 새운 것이 아니고 우선 임시로 세운 정부라는 말이란다. 나라를 빼앗겨 우리 땅에서 정부를 세울 수 없어서야. 우리 땅에 정식으로 세웠다면 정식정부가 되는데, 정식정부의 반대말이 임시정부란다. 물론 우리나라 땅에 세워도 정식으로 세우지 않았으면 임시정부이긴 해.”

, 아빠.”

나라를 뺏겨서 살 수 없을 때 다른 나라에 나가게 되는 것을 망명이라 한단다. 김구선생님이 중국으로 망명하셨어. 그리고 다른 많은 분들도 독립운동을 하려고 중국이나 미국 등으로 망명하셨단다.”

. 김구선생님의 이야기를 쓴 책에도 그런 말이 있었어.”

망명하여 세운 정부를 망명정부라고 한단다.”

그럼, 상하이의 임시정부도 망명정부이네.”

그렇지. 상하이의 정부는 망명한 사람들이 세운 정부이므로 망명정부이기도 하고 임시로 세운 정부이니까 임시정부라고도 할 수 있단다.”

알았어.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해?”

그때 나는 호주머니에서 10,000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내 큰딸에게 보여주면서 물었다.

그 이유를 말하기 전에 이것을 보아라. 이건 종이돈이다. 종이돈을 한자로 지폐(紙幣)라고 한단다. 지폐의 지자는 종이라는 한자어이고 신문지의 지, 또 휴지의 지가 다 같이 종이라는 한자어란다. 그리고 폐는 화폐의 폐와 같이 돈이라는 한자어란다. 그래서 종이돈을 한자어로 지폐라고 한단다.”

, 아빠. 나도 한자공부하고 싶다.”

그래. 한자공부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우리나라 말은 한자어로 된 말이 많아 한자를 알면 말뜻을 알기 쉽단다.”

.”

10,000원짜리 작은 지폐로 이런 지폐를 만들 수 있는 종이를 꽤 많이 살 수도 있단다. 무슨 말인지 아니?”

글쎄.”

같은 종이가 돈이냐 아니냐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다르다는 말이란다. 말하자면, 너와 네 반 친구는 다 같은 사람이지만 내 딸이냐 아니냐에 따라 나에게는 크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과 같단다.”

알겠어. 같은 종이라도 돈이면 가치가 크고 아니면 가치가 작다는 말이네.”

그래, 바로 그거야. 10,000원 짜리는 돈 아닌 종이보다 가치가 더 크지.”

같은 종이인데 왜 더 가치가 큰지 자세히 설명해줘.”

그래.”

 

내가 그 애에게 해준 말은 이랬다. 물건을 사고파는데 돈이 필요하며아주 옛날에는 조개껍질을 돈으로 사용하였다. 금과 은이 돈이었는데, 특히 금이 돈 노릇을 했으며 나중엔 금이 부족하고 가지고 다니기에도 불편해서 종이돈인 지폐를 만들게 되었다. 지폐를 가진 사람이 정부에 가져다주고 금으로 바꾸어 달라면 바꾸어주던 시대도 있었고 금이 더욱 부족해지자 결국에는 지폐를 가져가도 금으로 바꾸어주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라가 법으로 이건 이만한 가치가 있다고 정해준 지폐만을 사용하게 되었다. 다만 누구나 함부로 종이돈을 만들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하고 가짜 돈을 못 만들도록 돈에 여러 가지 가짜 돈과 구별할 수 있는 것도 표시하게 되었다. 내용이 어렵기는 했지만 큰딸이 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하였고 그 애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가 잘 되도록 하였다. 이 책을 읽는 엄마와 아빠가 딸과 아들하고 이런 돈 이야기 또는 다른 어려운 이야기를 할 때 차근차근히 쉽게 설명하면 아이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가르치는 중에 어려운 경제나 금융 관련 어휘는 가급적 최소한으로 말하되, 어려운 어휘를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 충분히 그 뜻을 이해하도록 설명해야 할 것이다.

 

앞의 설명에서 보듯, 정부가 10,000원짜리 지폐는 10,000원의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법으로 정했기 때문에 10,000원의 가치가 있는 거란다.”

.”

그런데, 망명정부는 그런 힘이 없어서 지폐를 발행하지 못하거나 발행하더라도 별로 가치가 없단다.”

?”

다른 나라에서 세운 정부이므로 지폐를 사용하라고 할 만큼의 힘도 없고 그걸 사용할 국민도 별로 없기 때문이란다.”

그렇구나. 그래서 저 낙엽처럼 가치가 없는 쓰레기이겠네.”

그렇지. 유럽에 폴란드라는 나라가 있단다.”

나도 알아. 노벨상을 탄 큐리 부인이 태어난 곳이라고 알아.”

재인이 아는 것도 많네. 그 정부가 한때 망명정부가 있었나보더라.”

쿠리부인의 이야기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았어.”

아마 그 부인이 어릴 때 그런 일이 있었을 거야. 그 망명정부가 발행한 지폐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있었어도 가치가 없었겠지. 그래서 우리나라의 어떤 시인이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고 시에 썼단다.”

가치 없어 쓰레기 같은 돈이라는 말이네.”

바로 그렇지. 어른을 위한 시라서 네가 읽기 어렵다고 아까 말한 시가 바로 그 시란다.”

알겠어, 어렵지만 재미있어. 아빠가 용돈으로 주던 돈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좀 알 것 같아. 이런 이야기 자주 해줘.”

그래. 원하면 해주고말고.”

아빠. 낙엽을 또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낙엽은 편지이다.”

맞아. 아빠, 이건 예쁜 편지네.”

그 애는 손에 들고 있던 낙엽을 내게 건넸다. 꼭지 부분만 없다면 하트모양을 가진 예쁜 낙엽이었다. 내가 그 낙엽을 다시 그 애에게 건네자 그 애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빠, 이건 하트 모양이야.”

관찰력이 대단하구나. 그런데 아빠도 진작 그걸 알아봤단다. 네가 주울 때 보니까 하트 모양이었어.”

아빠 되게 빨리 알아봤네.”

그래, 관찰력 좋은 딸의 아빠니까. 그 모양대로 이건 사랑의 편지일 거야.”

그럼, 아빠. 누가 누구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일까? 또 무슨 말을 썼을까?”

그 참 좋은 질문이다. 그 대답을 네가 하면 어떨까? 멋진 말이면 좋겠다.”

, 그래볼게. 내가 나중에 동시로 써서 알려줄게.”

 

며칠 후 큰딸이 내게 다음 시를 보였다.

 

 

   낙 엽

바람이 낙엽 하나를

내 손에 쥐어주며

내 귀에 속삭인다.

네 아빠가 보내주신 편지란다.”

무슨 이야기를 쓰셨을까?

이리저리 봐도 아무 글도 없다.

왜 없을까?

그때 바람이 내게 속삭인다.

그 편지 모양을 보아라.”

아하, 하트 모양

나는 낙엽을 가슴에 대고 말했다.

 

아빠 사랑해.”

 

 

재인아.”

? 아빠.”

내가 그런 편지를 쓴 적이 있던가 모르겠다. 딸을 몹시 사랑하면 나도 모르게 그런 편지를 바람이 써주나보다.”

하하하, 아빠. 아빠를 사랑하면 나처럼 이런 사랑편지를 받게 되나봐.”

하하하.”

히히히.”

 

 

바다에 안기자♥♥♥

 

우리 가족이 제주도 서귀포의 잠수함 선착장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파도가 선착장에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내 시선은 저 멀리 수평선 언저리를 머물지만, 내 상상은 수평선 너머 어디론가 훌쩍 날아가 버렸다.

 

아빠.”

 

엄마와 함께 저만큼 있던 큰딸이 어느 틈에 내 곁에 와서 나를 불렀다. 그 소리에 내 시선이 수평선에서 그 애 곁으로 돌아왔고 어딘지 떠나가버린 상상도 그 애에게로 돌아와 있었다.

 

재인아, ?”

바다가 너무 좋아. 아빠는?”

나도 그래. 아주 많이.”

다음에 또 오고 싶어.”

그러자, 재인아.”

아빠, 저 파도 좀 봐. 마치 반갑다고 손짓하는 것 같아.”

바다가 아주 많은 손을 가졌나 보구나.”

. 수만 개야.”

왜 손짓할까?”

반가워서 함께 춤추자고 그럴 거야.”

그러고 보니, 바다가 흥얼거리고 노래하며 춤추고 있구나.”

그렇지? 아빠.”

그래. 그런데, 저 파도가 나에게는 싫다고 손사래를 치는 것 같아.”

나는 손으로 손사래를 치는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내 모습이 우스웠던지 재인이가 깔깔 웃었다,

왜 손사래를 쳐?”

내가 안아 주려니깐 싫은가 봐.”

아빠가 저 큰 걸 안을 수 있어?”

, 내 가슴속은 저걸 다 안고도 남아.”

하하, 아빠 가슴속은 아주 넓겠다.”

아주 넓지. 하늘과 땅만큼.”

아빠가 안아주려는데 왜 싫다 해?”

내가 옷을 너무 많이 껴입어서 그럴 거야. 해수욕장에 가면 수영복만 입지만 나는 지금 너무 많이 더덕더덕 껴입고 있잖아.”

내가 전에 해수욕장에서 수영복만 입고 있어도 파도가 저러던데?”

그건 그때 파도가 너를 안으려고 그랬을 거야.”

파도가 나에게는 안아주겠다고 손짓하고, 아빠에게는 안 안기려고 손사래 치네.”

그렇지.”

파도가 손사래를 치면 못 안겠네.”

그럼, 내가 바다에 안기어야지.”

어떻게?”

그때 잠수함을 타러 빨리 오라고 아내가 우리를 불렀다.

아빠, 엄마와 예인이가 불러. 잠수함 타러 가자.”

그러자. 내가 바다에 안기러 가자.”

하하하. 아빠가 바다에 안긴다는 말이 잠수함 탄다는 말이었구나.”

후후후.”

 

이렇게 주고받은 대화를 잘 정리하고 뼈와 살을 잘 붙이면 시가 된다. 그렇게 하여 저자가 쓴 바다란 시를 다음 페이지에 보인다.

 

 

 

<어른을 위한 시>


     바 다

            - 서귀포 잠수함 -

 

내가 너를 안으로 했지만

너는 늘 손사래만 치는구나.

오늘은 내가 너에게 안기려고

서귀포에서 잠수함을 타본다.

너의 안으로 들어갔지만

산호는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물고기도 저 멀리서 맴돌기만 하는구나.

아무 것도 다가오지 않는 너의 가슴 속

아마 내가 옷을 너무 많이 껴입어서 그러나보다.

다음엔 홀랑 벗은 알몸으로 첨벙

너의 가슴 속으로 뛰어들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