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아들아 이렇게 글을 써보렴!

제2편 제7장 재치 있구나!

매미가 웃는 까닭 2015. 12. 10. 16:33

 

 

7강 재치 있구나!

 

 

재치란 어떤 것을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을 잘 처리하는 순발력이 있는 지혜를 말하며 기지라는 말과 유사하다. 일처리, 말하기, 글쓰기 등 모든 상황에서 재치가 필요하다. 이 책의 주제는 대화를 통한 글쓰기이므로 대화와 글쓰기의 재치에 대해 알아보자. 대화, 즉 말하기의 재치는 회의, 토론, 공청회, 협상, 연설, 상담, 설교, 강의 등에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연설을 예로 들어보면, 첫 몇 마디를 재치 있는 농담으로 하면 가장 좋다. 그런 농담은 청중의 긴장된 가슴을 풀어준다. 청중이 긴장을 풀면 연설자도 긴장을 풀 수 있다. 그러면 연설자는 말로 또한 손짓과 몸짓으로 그의 열정을 토해낼 수 있고 그 열정은 청중의 입과 눈과 귀를 통해 들어가 그들의 가슴을 뜨겁게 데울 것이다. 그래서 명 연설자들 대부분은 청중이 웃게 하는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한다. 명 코미디언들과 명 사회자들도 다 그렇게 말을 시작한다.

말하기와 글쓰기의 재치도 다른 모든 재주 중의 하나이므로 타고나는 소질이고 끼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재치를 타고나더라도 그걸 유지하려고 또 더 계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치는 완전히 사라지거나 약화된 수준에 머물고 만다. 반면에 별로 없던 재치도 노력하면 생길 수 있다. 그럼, 말하는 재치를 어떻게 계발할 수 있을까? 이에는 마법이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감성적 대화법은, 비록 마법은 아니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말하기에 대한 재치의 계발에 아주 효과적일 것이다. , 그런 대화법으로 꾸준한 연습만이 재치 있는 말을 하고 재치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해준다. 인기 많은 연설가나 개그맨들의 말재치도 수없이 연습한 결과이다. 그럼, 어떻게 연습을 하는가? 특별히 누구를 붙들고 연습할 수도 없는 것이 말하기이다. 녹음으로 발성이 어떤지 알아보고 거울로 표정관리를 알아보아야 한다. 요새는 동영상을 스스로 찍어볼 수도 있다. 어느 세월에 그럴 것인가! 마법이 없으니 연습에 연습을 해야 할 뿐이다. 처음엔 잘 안 되다가도 거듭 연습을 하면 나중에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있으면 연습한 것을 실습해보아야 한다. 이를 테면,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연습한 것을 써먹어보면 좋은 실습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 그런 연습을 하고 실습한 것에 성과가 있으면 자신만의 말을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연습하고 실습하는 중에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게 마련인데, 그런 아이디어를 자기화해야 한다. 자기화란 그 아이디어를 다듬어 가슴속에 심어두는 것을 말하며, 이는 글쓰기를 필요로 한다. , 아이디어를 글로 써보는 것이다.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글로 써보는 것이 자기화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그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또한 정교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재치 있는 글을 쓰는 것은 연설을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글쓰기 자체가 주된 목적일 수도 있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 책을 읽는 분들 대부분은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그들은 자기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여력이 있으면 스스로 쓴 글을 어딘가 발표하는 정도의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떤 목적이든 글쓰기에 재치가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모든 재치의 계발은 어려서부터 시작하면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 계발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과 노력이 아주 많이 든다.

재치 있는 글을 읽으면 재미있다. 눈을 통하여 가슴속으로 글씨가 들어가 가슴을 달콤하게 한다. 그 달콤함이 빙그레 짓는 미소로 나타난다. 그런 상태에서 쓰는 글는 달콤하다. 달콤한 글을 담은 책의 판매 수는 100만이요 1,000만일 것이다. 앞의 여러 예에서 보았듯이, 감성적 대화 대부분은 재치를 포함하므로 그걸 글로 쓰면 재치 있는 글이 된다. 아래에서 그런 예를 더 보일 것이다.

 

 

돈 이야기 1: 향기로운 10,000원짜리 지폐♥♥♥

 

 

저자는 딸들이 어렸을 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용돈을 주었다. 용돈이 가끔 모자라면 추가로 더 주기도 했다. 한 겨울 어느 날이라 기억된다. 큰딸이 내 방에 들어왔다.

 

아빠, 나 용돈이 더 필요해. 이 달에는 친구 생일이 많아 선물을 많이 사야 해서 용돈이 좀 부족해. 내일이 친한 친구의 생일이야,”

알았다. 얼마를 주면 되겠니?”

“10,000.”

그것으로 되겠니?”

.”

 

나는 지갑에서 30,000원을 꺼내려다가 잠시 주춤한 후 10,000원만 꺼냈다. 그리고 책꽂이에 올려놓은 향수병에서 향수 한 방울을 떨어뜨려서 큰딸에게 주었다. 그 애가 묘한 미소를 지었고, 나도 그 애에게 묘한 미소를 건넸다. 그 애가 돈의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아빠, 돈이 향기로워.”

 

나도 크게 웃고 그 애도 크게 웃었다. 묘한 미소가 큰 웃음으로 활짝 피워져 방안을 가득 채웠다. 방에서 넘쳐 흘러간 웃음을 따라 그 애의 엄마와 작은딸이 내 방으로 헤엄쳐 왔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그들에게 나도 큰딸도 그런 일이 있다.’고만 하고 그 애는 선물을 사러 갔다. 그날 저녁 그 애가 내게 말했다.

 

아빠, 그 돈으로 친구에게 줄 선물 사왔어.”

그랬구나. 뭘 샀니?”

조그마한 머리 장식품.”

잘했구나. 사실 더 주고 싶었지만, 아까는 일부러 10,000원만 주었단다.”

아빠, 나도 알고 있어. 아빠는 늘 달라는 것보다 더 주는데, 오늘 낮에는 10,000원만 꺼내며 멈칫하기에 내가 좀 이상하게 생각했어. 그런데 향수를 뿌려서 주기에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묘한 미소를 지었어.”

나도 너의 묘한 미소를 보고 눈치 하나 빠르구나 하고 생각했지. 근데 내가 왜 10,000원만 주었게?”

돈 받고 냄새 맡으며 말해주었잖아.”

하하하.”

히히히.”

아빠는 돈에 향수를 한 방울 떨어뜨려 주고 큰딸은 돈이 향기로워.’라는 말을 했던 우리는 그 아빠와 그 딸이다.

아빠, 이거 읽어봐.”

 

그 애가 뭔가 적은 종이를 내밀었다.

 

 

돈이 향기로워

 

만 원 한 장에

향수를 살짝 뿌려

아빠가 내게 용돈으로 주셨다.

내가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아빠 돈이 향기로워.”

 

 

재치 있는 동시이다. 어른 같으면 여기에 향기로운 말로 덧칠을 했겠지만, 이 동시에는 그런 덧칠이 없다.

아빠, 그리고 내가 친구에게 내일 줄 카드에도 글을 썼어. 읽어봐.”

그 애가 보여준 조그마한 카드에는 분홍빛 꽃무늬가 피어있고 노란 바탕색에 까만 글씨의 다음 글이 쓰여 있었다.

 

경희야,

아빠가 주신 향기로운 돈으로 산 머리핀이다.

이 핀으로 너의 머리에서 향기가 나고

우리 우정도 향기가 나게 하자.

 

재인아, 참 좋은 글이다.”

 

그들의 향기가 그들의 다른 친구를 향기롭게 하고 그 다른 친구의 향기가 또 다른 친구를 향기롭게 하고 그 또 다른 친구의 향기가……. 내가 떨어뜨린 그 한 방울의 향수가 이렇게 친구와 친구를 통해, 친구의 엄마와 아빠를 통해, 그들의 이웃을 통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향기롭게 했으면 좋겠다. 이런 희망을 글로 쓰면 또 한편의 좋은 시가 될 것이다. 사실 이 책에서는 지면상 보이지 않았지만 ‘100원짜리 행복이란 시를 쓴 것이 내게 있다. 그 시는 택시기사에게 요금보다 100원을 더 주며 하루 종일 행복하세요.’ 라고 하면 그렇게 될 것이고, 그는 그 가족을, 그 가족은 그 이웃을, 그 이웃은 또 그 이웃을 이렇게 지구를 빙글빙글 돌며 온 세상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하늘의 하느님까지 향기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내용으로 썼다.

 

돈 이야기 2 : 무소유♥♥♥

 

아래 상황은 2010년에 발생했고, 큰딸은 이미 20세가 넘었다.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큰딸이 어릴 때 아래 상황이 일어난 것처럼 가정하여 그 애와의 대화로 엮어본다.

큰딸이 친구의 생일 선물을 자기 방에 가져다 놓고 나왔다.

 

아빠.”

?”

무소유가 뭐야?”

초등학생이 그런 말을 어떻게 아니?”

얼마 전 어떤 스님이 돌아가셨잖아?”

법정스님 말이구나.”

. TV에서 그 분이 무소유를 가르쳤다고 하던데, 몰라서.”

그렇구나. 무소유의 무라는 말은 없다는 말이고 소유라는 말은 가진다는 말이란다. 그래서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는 말이다. 돈도 다른 물건도 거의 없다는 말이란다. 그 분은 무소유란 책도 쓰고 무소유로 살기도 했다. 그래서 입던 옷과 몇 가지 아주 필요한 것 외에는 거의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서 돌아가셨을 때 남긴 게 입던 옷 몇 벌밖에 없었단다.”

그럼, 무소유가 좋은 거야? 모두 그 분이 무소유로 존경받는다고 TV에서 말했어.”

그걸 좋고 나쁜 것으로 말할 수는 없단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그건 그 분의 생활방식이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무소유가 될 수 있지. 그럼 죽을 때 세상에 남길 것이 없지.”

그럼 그건 나쁘겠다.”

아무래도 모두 가난하면 바람직하지는 않지. 사실 무소유가 되는 것보다는 열심히 노력하여 가지는 게 많고 세상에 뭔가 남기는 게 더 좋지. 다만, 올바른 방법으로 벌고 번 것을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어야 좋은 세상이란다.”

. 그렇다면 왜 그 분을 존경해?”

그 분이 말하는 참다운 무소유는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일 거야. 그런 점에서 존경할 거야.”

.”

그때 세찬 겨울바람에 창문이 붕붕 소리를 냈다. 엊그제 눈이 많이 와서 창밖을 내다보니 강둑이 모두 하얗기만 하였다. 세찬 바람에 눈이 조금씩 날아가고 야윈 나무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재인아.”

?”

저 창밖 나무를 보아라.”

아빠, 바람이 몹시 불어서 나무가 부러질 것 같아.”

그렇지. 저 나무는 잎, 과일 등 모두 다 남에게 주었단다. 다람쥐가 과일을 가져갔을 것이고, 바람이 잎을 가져갔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저 앙상한 가지와 깡마른 등뼈 같은 줄기뿐이구나.”

그런 거 같아.”

그렇지만 버리지 않은 것이 더 있나보다.”

그게 뭔데?”

글쎄. 그런데 저 등뼈가 부러지면 아플 걸?”

. 아빠, 저 나무 참 불쌍해.”

그래. 무소유가 되기 위해서는 저처럼 힘들겠지.”

창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확 방으로 밀려 들어왔다.

저 바람소리를 들어 봐라.”

윙윙거리네.”

무슨 소리 같으니?”

아빠, 마치 아파서 내는 신음 같아.”

왜 그렇게 들리니?”

아빠가 아까 등뼈가 부러지면 아프다고 했잖아.”

하하. 기억 하나 좋고, 눈치 하나 빠르구나.”

난 이제 아빠 눈만 쳐다봐도 다 알아. 후후.”

하하. 내 맘 다 읽는구나.”

그건 아니고. 아빠가 미리 좀 알려주잖아.”

그래서 눈치가 빠르다고 했단다. 저 나무는 그 신음을 내며 등뼈를 뿌러뜨려 그 뿌러지는 하는 소리만 버리면 더 버릴 것이 없이 진정한 무소유가 되겠구나.”

아빠, 아까 아빠가 버리지 않은 것이 더 있나보다.’고 한 말은 그 하는 소리가 더 버릴 것이라는 말이네.”

그렇지.”

무소유가 되는 게 참 어렵네. 그리고 슬퍼.”

그렇단다. 다 버린 것 같아도 버릴 게 더 있지. 뭐든 진정으로 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진정한 무소유가 되기는 더욱 쉽지 않을 거다.”

아빠, 물어볼게 있어. 저 나무가 부러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거야? 아니면 바람에게 뿌려뜨려 달라고 부탁했는데도 잘 안 부러져 저러는 거야?”

재미있는 질문이다. 네 생각에는 어떤 거겠니?”

내 생각엔 나무가 스스로 바람에게 부러뜨려 달라고 부탁하였는데, 안 뿌러져 저러는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하니?”

다 버렸는데, 등뼈를 부러뜨리지 않으려 버티지는 않을 것 같아.”

, 내 딸 대단히 논리적이구나.”

아빠, 무소유는 내게 어려운 말이니까 아빠가 이것으로 시를 써봐.”

그래.”

 

다음 페이지에 무소유에 관한 겨울나무(1)라는 시를 보인다. 죽을 때 내는 소리를 단말마라고 한다. 나무가 부러지며 하는 소리가 그런 소리이리라. 그걸 버리면 저 나무는 진정한 무소유가 되리라. 저 가난한 겨울 들판을 보지 않고 또 저 나무처럼 고행하지 않고 진정한 무소유가 무엇인지를 말할 수 있을까? 또한 그 어느 누가 저처럼 단발마마저 버리지 않고 진정 무소유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른을 위한 시>


겨울나무(1)

     -법정 스님에게-

 

가진 것 다 버리었다.

세찬 바람에

아픈 신음으로

등뼈를 부러뜨리며

!

이 단말마를 버리면

진정한 무소유가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