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강 이렇게 고쳐보자
글은 그 관점을 바꾸면 아주 색다를 수 있다. 관점 바꾸기에는 상상에서 현실로, 단순에서 복잡으로, 부정에서 긍정으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아래에서 두 가지의 관점 바꾸기를 예시한다. 그 하나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꾸기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를 읽어보고 독자가 그 이름을 붙여보기 바란다.
하늘친구♥♥♥♥
어느 가을 큰딸이 유치원 때인가 아니면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인가 보다. 큰딸과 작은딸을 데리고 버스로 가을 나들이를 갔다. 자가용을 몰고 가기보다는 대중교통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줄 것 같아서 시외버스를 탔다. 남양주시의 광릉수목원으로 가는 길목의 한 마을의 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렸다. 우리 셋은 황금 빛 논두렁길을 걸으면서 들꽃과 마주보며 웃고, 마음이 메뚜기의 등에 올라타 팔딱 튀어보기도 했다. 딸들은 강아지풀 줄기를 잘라 씨앗 있는 부분의 밑까지 둘로 갈라서 콧수염을 만들어 코에 붙이었다. 여자 어린이가 남자 노인이 되어 서로 마주보며 껄껄껄 웃어 보기도 하었다. 하늘을 쳐다보면 영혼이 더없이 맑아졌다.
“와! 고추잠자리이다. 아주 많다.”
큰딸이 소리지르기에 쳐다보니 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빨간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녔다. 저렇게 많음에도 관심 없이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고추잠자리였다. 뭐든 관심을 가지고 보면 존재하는 것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 것조차 볼 수 있다. 글쓰기에는 보이는 것을 잘 보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빠, 고추잠자리가 하늘에 부딪칠 것 같아.”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헤엄치는 것 같다고 말할 줄 알았다. 흔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부한 표현도 내가 이끌기에 따라 좋은 글로 될 수 있다. 이를테면, ‘헤엄은 물에서 치지? 응. 그럼 저 하늘의 파란 물은 거꾸로 매달려 있네. 응, 쏟아지지 않을까? 아니. 왜?’ 이런 대화로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고추잠자리가 하늘에 부딪치겠다고 한 그 애의 말에 맞추어 이야기하기로 했다. 감성적 대화를 할 때 이처럼 어른의 생각을 주입시키기보다는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그들의 생각이 흐르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 가도록 하는 게 좋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엄마와 아빠는 보조자이기 때문이다.
“그래? 부딪치면 어떻게 되지?”
“하늘이 깨질 것 같아.”
“그럼 어떻게 되는데?”
“하늘이 와르르 쏟아질 거야.”
“그러면?”
“우리가 흠뻑 젖을 거야.”
“아이 추워라.”
“히히히.”
그 다음 날 우리가 거실에서 과일을 먹고 있을 때 그 애가 내게 종이를 꺼내 고추잠자리라는 동시를 보여주었다.
고추잠자리
잠자리야
잠자리야
고추잠자리야
너무 높이 날지 마라
하늘에 부딪치겠다.
하늘이 와르르 쏟아져
쌀쌀한 가을들판에
내가 흠뻑 젖겠다.
어린 나이에 지은 동시치고는 잘 지은 편이었다. 그런데 들판에서 대화할 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지만, 자세히 보니 내용이 부정적이다. 얼핏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은 고추잠자리뿐만 아니었다. 글쓰기에서도 그렇다. 위 글에는 부정적인 표현이 제법 많다. 그걸 지적하고 긍정적으로 고치게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재인아, 참 잘 지었다.”
“그래?”
“근데 재인아. 고칠 것이 좀 있어.”
“어떤 것?”
“부정적인 말이 좀 많단다.”
“부정적?”
“예를 들어, 아니라는 부정적 말이고 그렇다는 긍정적 말이다.”
“아빠, 나도 그건 알아.”
“그렇구나. 또한 나쁘다, 충분하지 않다 등의 뜻을 가진 말도 부정적이란다. 그 반대로 좋다, 충분하다 등은 긍정적이란 말이란다.”
“그래?”
“그럼 그렇고말고. 좀 더 예를 든다면, 눈물, 슬픔, 불행 등은 부정적인 말이고, 웃음, 기쁨, 행복 등은 긍정적인 말이란다.”
“알았어, 아빠. 그럼 내 동시에서는 어떤 게 부정적이야?”
“하늘에 부딪친다는 말이 부정적이고, 하늘이 깨진다는 말, 하늘이 쏟아져 흠뻑 젖는다는 말도 부정적이란다. 이들 부정적인 말은 ‘너무 높이 날지 마라.’는 말에서 나온 것 같다. 그래서 그 말을 ‘더 높이 날아라.’로 고치면 긍정적인 시가 될 것 같다.”
“알았어. 아빠”
“부정적인 표현이 꼭 필요할 때가 있긴 하단다. 그럴 때에는 부정적인 표현을 써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되도록 긍정적인 표현으로 쓰면 좋단다.”
“응, 아빠. 또 뭐를 더 고칠지를 가르쳐줘.”
“그래.”
아이들 엄마가 우리의 대화를 들으며 흐뭇해하더니 과일을 한 접시 더 가져왔다. 과일을 씹으면서 나는 말을 이었다.
“우선 셋째 줄을 ‘높이, 높이 날아라.’로 고쳐봐라.”
“응, 아빠.”
“재인아, 자꾸 높이 날아오르면 어디로 갈까?”
“아마 하늘나라로 가겠지.”
“그럼 하늘나라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내 하늘친구들이 살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렇게 기특하게 잘 생각해 낼 수 있니!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단다.”
하늘친구.
역시 아이들의 생각이다. 어른 같으면 뭐를 생각해냈을까? 그 애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한참동안 꼭 껴안아주었다. 안긴 채 그 애가 말했다.
“아빠, 하늘친구를 데려와 놀고 싶어.”
“뭐하고 노니?”
“예쁜 꽃도 보여주고 새의 신나는 노래도 들려주고 할 거야.”
“멋진 하루가 되겠구나.”
“응, 아빠. 금방 고쳐올게. 기다려 봐.”
내가 안던 팔을 풀어주자, 그 애는 자기 방에 가서 한 참 있다가 나왔다. 내게 넘겨준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었다.
고추잠자리
잠자리야
잠자리야
고추잠자리야
높이, 높이 날아라.
저 푸른 하늘나라에 어서 올라가
하늘친구를 태워 와라.
예쁜 꽃이 향기롭고
신나는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하늘친구와 하루 종일
재미있게 놀고 싶다.
처음 것보다 더 멋진 동시가 되어 있었다. 위 동시에 상상을 보태어 더 길게 쓰게 할 수 있었다. 그 대신 나는 다른 관점에서 위 동시를 고치는 방법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위 동시에서처럼 하늘친구를 여기로 데려와 재미있게 노는 관점도 좋다. 이런 관점 대신에 큰딸이 하늘로 올라가서 놀다오는 것으로 글쓰기를 가르치고 싶었다. 그렇다고 위 글이 부정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관점을 바꾸면 또 다른 글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어느 관점에서 글을 쓰느냐 하는 것은 쓰는 사람이 선택할 사항이다
“재인아, 아주 멋진 동시다. 처음 것보다 낫지 않니?”
“더 좋아졌어.”
“그렇지, 아주 좋은 동시야. 그런데 이처럼 하늘 친구를 데려와 여기서 노는 것도 좋지만 네가 하늘나라에 올라가서 놀다오는 것으로 지어보면 어떨까 한다.”
“위 동시가 부정적이라서 그래?”
“그건 아니란다. 위 동시도 아주 좋아. 네가 놀러가는 것으로 쓰면 또 다른 좋은 동시가 될 수 있을 뿐이야.”
“응, 알았어.”
그리고 그 애가 다시 자기 방에 가서 한참 후에 나왔다. 그 애의 글은 이랬다.
고추잠자리
잠자리야
잠자리야
고추잠자리야
나를 태워다오.
높이, 높이 날아올라
저 푸른 하늘나라로 어서 가자.
하늘친구를 만나
예쁜 하늘꽃밭에서
신나는 하늘노래를 부르며
하늘친구와 하루 종일
재미있게 놀고 싶다.
위의 동시를 더 고쳐주고 싶었지만 이 정도에서 멈추기로 생각했다.
“재인아, 멋진 동시이구나!”
“아빠, 가르쳐 줘서 고마워.”
고마워 할 줄 아는 딸. 글을 지으며 글도 배우고 상상력도 배우고 예절도 배우는 딸을 바라보는 시간은 마냥 행복한 시간이다. 그리고 그 애가 늘 초등학생이고 나는 늘 그런 딸의 아빠이고 싶다.
위에서는 부정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관점으로 또한 하늘친구를 데려와서 노느냐 아니면 하늘나라로 올라가서 놀다오느냐의 관점에서 글쓰기를 예시했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쓰게 가르치는 것은 대부분 옳은 가르침이다. 그러나 큰딸이 하늘로 가서 놀다 오느냐 하늘친구를 데려와서 여기서 노느냐 하는 것은 글쓴이의 선택사항이라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저자 같으면 큰딸이 하늘로 올라가서 놀다오는 관점에서 쓰도록 가르치고 싶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하늘나라는 신비로운 곳이기 때문이다. 그 신비로운 하늘나라에 가면 상상하기에 따라 쓸 것이 아주 많은 곳이다. 꽃의 모양, 색깔 및 향기 모두 여기와는 다를 것이다. 또한 노래도 다르고 웃음도 다를 것이다. 나아가 거꾸로 매어 달려 있는 저 파란 하늘물이 쏟아지지 않는 것을 보면, 어쩌면 하늘에서는 물구나무를 서서 다닐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적 체험을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는 지면 관계상 그런 것을 다 써보일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는 엄마와 아빠는 딸과 아들을 그렇게 지도하면 어떨까 한다.
<어른을 위한 시>
꿈속에서 살고 싶다.
물구나무를 선다.
시원한 푸른 하늘에 발을 담그고
나를 떠받들어오던 지구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올린다.
내 앞에서 늘 거들먹거리던 인간들이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린 채
내 가랑이 사이에서 꿈틀거린다.
별이 민들레꽃으로 총총히 핀 은하수를 따라
이 지구를 들고 우주 바깥으로 두 팔로 저벅저벅 걸어가
저 인간들이랑 저것들이 벌집처럼 매단 아파트랑
몽땅 쓰레기장에 툭툭 털어 버리고 싶다.
버린 후 울퉁불퉁해진 곳을 잘 고르고 나서
꿈 한 톨을 정성스레 심고 싶다.
밤마다 맑디맑은 은하수를 길러다 듬뿍 뿌려주면
뿌리가 내리고 가지가 쭉쭉 뻗고 잎사귀가 무성해질 것이고
꿈의 잎사귀만 먹고사는 노루 한 마리를 풀어놓고
그 노루와 함께 뛰놀고 싶다.
꿈나무 가지 마디마디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
그 꿀만 빨아먹고 사는 나비를 불러와
함께 나풀나풀 춤추고 싶다
그 꽃에 맺히는 열매만 먹고사는
새 한 마리를 풀어놓아 열매를 같이 따먹으며
아름다운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다.
열매 속의 씨를 먹은 새들이 여기저기 똥을 싸면
온 지구에 꿈나무가 싹을 틔우면
날마다 물을 길어주어
꿈의 땅으로 만들어
꿈속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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