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가슴이 달콤한
대화를 하자
가슴이 달콤하면
모든 게 달콤하다.
그걸 비우며 글을 써라.
제4강 왜 감성적 대화인가?
제5강 실마리를 찾자
제6강 반전은 짜릿하다
제7강 재치 있구나!
제8강 이렇게 고쳐보자
제9강 와, 재미있다!
제10강 분위기를 잘 타자
제11강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자
제4강 왜 감성적 대화인가?
주제를 이렇게 정하라,
목적을 분명히 정해라,
글 소재를 잘 골라라.
위의 말들은 이제까지 여러분이 읽어본 글쓰기에 관한 모든 책들이 제시하는 글쓰기 방법의 설명일 것이다. 그런 책을 읽어본 후에 여러분의 글이 잘 써지던가? 아니라면, 왜일까? 도대체 어떻게 글쓰기 능력을 기를 수 있을까? 이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저자와 저자의 큰딸 사이의 대화 형식으로 아래에 예시한다.
머리와 가슴♥♥♥
내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큰딸이 들어왔다. 그 애는 동시와 동화를 어떻게 쓸 수 있을까 하는 글쓰기 방법에 관한 책을 들고 있었다.
“아빠, 동시를 어떻게 잘 쓰는지를 설명하는 이 책을 읽어봤어. 그런데도 동시가 잘 써지지 않아. 왜 그래?”
“굉장히 좋은 질문이다. 나도 너 만할 때는 동시가 잘 써지지 않았단다.”
“아빠도?”
“그랬지. 그 이유를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볼 게 있단다. 똑똑하다는 말을 다른 말로 뭐라 하는지 아니?”
“머리가 좋다가 아닐까?
“맞다. 그런데 머리가 좋다는 말은 머리카락이 길게 자랐다는 말이겠지?”
“하하하. 아빠, 참 웃기시네요.”
“하하, 내가 좀 어설픈 개그맨이거든. 그럼 또 물어볼게. 머리라는 말을 좀 더 어려운 말로 뭐라 하는지 아니?”
“두뇌이지.”
“내 붕어빵 딸, 어휘력이 좋구나. 두뇌가 좋다는 말은 머리가 좋다, 똑똑하다 이런 말이지.”
“알았어, 아빠. 근데 왜 머리 좋다, 두뇌 좋다 이런 말을 해?”
“그건 동시 쓰기에 관한 책을 읽어도 동시를 잘 쓸 수 없는 이유를 말해주는 데 필요해서다.”
“알았어. 그 설명을 듣고 싶어.”
“그래. 그런 책들은 주로 머리로 글을 쓰라고 가르치기 때문에 읽어도 별 도움이 안 된단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닌가? 똑똑한 친구가 글을 잘 쓰던데…….”
“머리야 필요하지. 그러나 글을 쓰는 건 머리일지 모르지만 그 머리를 움직이게 하는 건 가슴이란다. 그래서 글은 가슴으로 쓰는 것이고 가슴으로 쓰는 글이어야 좋은 글이 된단다.”
“가슴이 머리를 움직이고 가슴으로 글을 쓴다는 말이 무슨 말이야?”
“가슴은 감성이 사는 곳이란다.”
“감성?”
감성은 어떤 자극에 대해 얼마나 빠르고 얼마나 강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초등학생에게 이런 어려운 단어를 국어사전에서처럼 그대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떻게 설명할까 생각해봤다. 동화를 말하듯 다음과 같이 설명할까 생각했다.
가슴에는 감성이라는 예쁜 요정이 살고 있단다. 그래서 그 요정은 꽃을 좋아하여 눈으로 보고 향기를 맡으면 좋아하지…….
그러나 사전에서 설명한 것을 쉬운 말로 설명해주기로 결정했다. 이 설명이 그 애의 지식이 되도록 제대로 그 뜻을 전달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자극과 반응이라는 개념을 가르친 후 감성을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휘력을 키우는 훈련도 될 겸.
“재인아. 감성을 이야기하려면 긴 이야기가 필요하단다. 우선 자극과 반응이란 말을 알아야 한단다.”
“응. 알고 싶어, 아빠.”
“그래. 사탕을 입에 넣으면 혀끝이 단맛을 느낀단다. 사탕의 단맛이 혀를 자극해서이지. 이처럼 뭐가 건드리는 것을 자극이라고 한다. 또 향기로운 꽃냄새를 맡으면 코를 자극하고, 내 손이 너를 살살 문지르면 내 손이 네 피부를 자극한단다.”
“응. 자극이 뭔지 알 것 같아.”
“혀, 코와 피부 같은 것에게만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사는 감성에도 자극을 줄 수 있단다.”
“어떻게?”
“아름다운 꽃을 보면 기분이 좋고, 또 칭찬을 들어도 기분이 좋지?”
“응.”
“이처럼 아름다운 꽃을 보거나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은 건 가슴에 사는 감성이 자극을 받아서 그렇단다.”
“응.”
“나쁜 냄새, 이상한 맛, 나쁜 말에는 기분이 상한단다. 이처럼 기분 나쁘게 자극할 수도 있단다.”
“응. 아빠. 이제 자극은 알 것 같아. 반응은 뭐야?”
“향기를 맡아 코를 자극하면 기분이 좋고, 칭찬을 들어도 기분이 좋은데, 기분 좋은 것이 바로 반응이란다. 감성이 자극을 받아서 그런 반응이 나오지.”
“감성이 자극을 받으면 반응은 따라 오네.”
“그렇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바로 그 말이란다.”
“아빠, 이 두 말은 이제 잘 알겠어. 이제 감성이 뭔지 알고 싶어.”
“그래. 꽃의 향기에 어떤 사람은 빠르고 강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다른 사람은 느리고 약하게 기분이 좋아지지. 이처럼 사람에 따라서 자극에 대해 빠르기와 강하기에서 다른 반응을 보인단다.”
“응.”
“똑 같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사람마다 다른 건 사람에 따라 자극에 반응하는 능력이 달라서 그렇단다. 빠르고 강한 반응을 하는 사람은 예민한 감성을 가지며, 느리고 약한 반응을 하는 사람은 무딘 감성을 가진다.”
“응.”
“이처럼 어떤 자극에 대해 얼마나 빠르고 또 얼마나 강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의 능력을 감성이라 한단다. 다시 말해, 자극에 대해 반응이 얼마나 예민한지 무딘지를 나타내는 능력이 감성이란다.”
“응. 이제 감성을 좀 알겠어.”
“재인아, 이제까지의 긴 설명에서 하고 싶은 말은 감성을 자극해야 글이 잘 써진다는 것이다. 가슴은 감성이 사는 곳이니까 감성을 자극하는 건 가슴을 자극한다고도 말할 수 있단다. 그래서 아까 가슴이 머리를 움직여 가슴으로 글을 쓴다고 한 거란다. 이제 그 말이 이해되니?”
“응, 아빠. 이해 돼. 그러나 감성을 자극하면 글이 잘 쓰인다는 말을 좀 더 설명해주면 좋겠어.”
“그래. 저번에 도봉산에 갔다 와서 해질 무렵 너의 침대에 우리가 나란히 누워 함께 천정을 쳐다볼 때 내가 너에게 천정을 스케치 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고 거기에 도봉산과 우리가 앉아 놀던 바위를 그려보라고 한 말 기억나니?”
“응. 그걸로 동시를 지었잖아.”
“그랬지. 그런데, 그때 마치 도봉산이 보인다는 말을 할 만큼 도봉산에 갔다 온 기쁨에 네가 들떠 있었지?”
“응. 내 생각이 도봉산을 돌아다니고 그 바위를 오르락내리락했어.”
“그랬을 거야. 그때 그렇게 하도록 너의 감성에 자극을 준 것은 바로 도봉산, 그 바위 그리고 바위 아래 개울이란다. 그 코스모스 꽃도 자극을 주었고.”
“응. 모두 다 너무 좋았어.”
“그 좋다는 게 반응이고 그 반응으로 네가 천정이란 동시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응. 그런 것 같아.”
“이처럼 감성이 좋은 자극을 받으면 그 반응으로 어떤 사람은 신나서 노래를 부르고 어떤 사람은 글을 쓰게 되지. 그때 너는 글을 쓴 거야. 그 좋은 자극으로 글이 잘 쓰인 거야. 그런 자극이 없었으면 네가 천정이란 동시를 지었을까?”
“아닐 것 같아.”
“그렇지. 그런데 네가 읽어본 글쓰기의 책은 감성을 어떻게 자극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는단다. 그 대신,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 하고 머리로만 글을 쓰도록 가르치려 한단다. 그래서 그런 책을 읽어도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단다.”
“응. 그래서 아빠와 대화하고 나면 글이 잘 지어지나봐.”
“그럴 거야.”
“그럼, 감성이 자극을 받아 반응이 나오기만 하면 저절로 글이 지어지는 거야?”
“그건 아니란다.”
“그럼?”
“감성의 반응을 글로 잘 정리해야 글이 되지. 이런 정리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다른 창의적인 일에도 필요하단다. 예컨대, 우리가 즐겨 부르는 노래는 그것을 작곡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감성이 어떤 자극을 받을 때 그 반응을 잘 정리해야 좋은 노래가 작곡된단다.”
“그럴 것 같아.”
“그 정리하는 연습을 많이 해서 정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작곡을 연습하면 할수록 작곡을 잘 할 수 있고, 글쓰기도 연습을 하면 할수록 잘 쓸 수 있지.”
“응, 아빠. 그럴 것 같아. 그래서 나도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할 거야.”
“그래야지. 그런데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실마리를 찾는 것이란다."
“실마리?”
“그건 마치 문의 열쇠와 같은 거란다. 자물쇠로 잠긴 집에 들어가려면 열쇠가 필요하겠지?”
“응.”
“가슴에 사는 감성이 크게 자극을 받아 벅찰 때, 그 반응을 글로 쏟아내야 한단다. 그때 그걸 글로 쏟을 출구가 필요하지. 그 출구를 열어주는 열쇠가 글쓰기의 실마리란다.”
“응.”
“천정이 스케치 북이란 그 말이 바로 실마리란다”
“응.”
“그런데, 좋은 열쇠라야 문이 잘 열리듯, 좋은 실마리를 찾으면 글이 잘 쓰이지. 그래서 좋은 실마리를 찾으면 좋은 글의 반이 쓰진 거와 같단다.”
“응.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나도 알아. 글쓰기도 그렇네.”
“그렇지. 좋은 말을 많이도 아는구나.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하면 실마리 찾기가 쉬워져. 그래도 때로는 실마리 찾기가 어려울 수 있긴 해. 네가 천정이란 동시를 지을 때 천정은 스케치 북이라는 그 말이 그 동시의 실마리인데, 글쓰기를 많이 하지 않으면 그런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지.”
큰딸에게 잠시 쉬자고 하고 오랜지 주스 두 잔을 가져와 한 잔씩을 마셨다.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대화가 길어지면 가끔 쉬는 게 좋다. 그 휴식은 들은 말을 정리하고 머릿속에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적 여유와 심리적 여유를 제공한다.
“재인아, 이제까지 감성, 자극과 반응이 뭔지 말했고 또 자극된 감성을 글로 쓰는 데는 실마리가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글쓰기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이제 감성적 분위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야기할 때, 분위기에 따라 감성이 자극을 잘 받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단다. 다시 말해, 감성이 자극을 잘 받는 분위기가 필요하지.”
“어떤 분위기에서 감성이 자극을 잘 받아?”
“천정은 스케치 북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자. 만약 네가 밖에서 힘차게 뛰놀 때 그 말을 했다면 천정이란 그 동시를 쓸 수 있었을까?”
“못 썼을 것 같아.”
“내가 그 말을 했을 때는 도봉산 갔다 온 날 저녁 무렵이었단다. 어둠이 방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무렵이었지.”
“응.”
“그 무렵이 천정이란 글을 쓰기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을 거야. 이처럼 감성이 잘 자극을 받고 또 그 반응을 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감성적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단다.”
“응. 저번에 우리 가족이 바닷가에서 앉아 바다를 바라볼 때도 아주 좋았어, 그런 분위기도 감성적 분위기겠네.”
“그렇지. 아주 좋은 예를 드는구나. 하나 더 말해볼래?”
“응. 아빠와 벤치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았을 때.”
“그것도 참 좋은 예란다. 역시 내 붕어빵 딸이구나.”
“히히히. 또 있어. 저녁놀을 아빠와 같이 바라볼 때.”
“그래. 그만하면 감성적 분위기를 충분히 안다고 볼 수 있구나.”
이제 감상적 대화를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재인아, 도봉산에 갔다 왔을 때를 다시 생각해보자. 그때 네가 너무 좋아 도봉산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반응을 보였다.”
“응.”
“그리고 해질 무렵에 방에 같이 누워 있던 감성적 분위기에 우리가 있었다.”
“응.”
“천정을 스케치 북으로 생각하라는 실마리를 찾았다.”
“응.”
“그 실마리를 말할 때, 네가 잠시 눈을 지그시 감은 후에 눈을 뜨더니 다 그렸다고 했다.”
“응, 그런 기억이 지금도 나. 너무 좋았어.”
“그처럼 감성적 분위기에서 자극된 감성을 글로 쓸 수 있게 한 우리의 대화는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대화였단다. 그처럼 감성적 분위기에서 감성을 잘 자극할 수 있는 대화를 감성적 대화라고 할 수 있단다. 감성은 가슴에 자리 잡으니 가슴으로 하는 대화라고 할 수도 있지.”
“응. 그런데 왜 그런 분위기에서 감성적 대화를 하면 글이 잘 쓰이는지 좀 더 설명해줘.”
“감성적 분위기는 가슴을 달콤하게 만든단다. 달콤해진 가슴이 달콤한 자극을 잘 받게 되어 가슴이 달콤함으로 가득차면 그 달콤함을 분출시키고 싶어 하지. 이제 남은 것은 가슴에서 그 달콤함을 감성이 분출할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감성적 대화는 가슴을 채울 뿐만 아니라, 그런 가슴을 비울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데도 좋은 방법이란다. 그래서 내가 감성적 대화로 가슴을 달콤하게 했고 스케치 북이란 실마리를 말해주자 너의 달콤함이 저절로 분출되어 그 천정이란 동시를 쉽게 지었을 거야.”
“응. 그런 것 같아.”
“감성이 자극을 받아 달콤한 분위기에 있을 때, 감성적 대화를 자주 하다보면 나중에 자기도 모르게 실마리를 찾기 쉽고 나머지 글도 술술 잘 풀리어 나온단다. 보통사람이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자극에도 달콤한 글을 쓸 수 있게 된단다.”
“응. 그런 대화를 자주 하여서 그런지, 아빠와 대화하고 글을 쓰면 글이 잘 쓰여. 또 학교에서 글짓기 시간에 나는 30분이면 다 짓는데, 한 시간 걸려도 글이 잘 안 되는 친구도 많아.”
“너는 너대로 글 쓰는 연습을 열심히 했기 때문이기도 해.”
“응. 사실 나도 일기를 열심히 쓰고 그랬어. 아빠의 달콤한 이야기가 늘 좋아. 오늘 일기에는 달콤하다는 말을 아주 많이 쓸 거야.”
“하하하. 첫 마디부터 끝 마디까지 달콤하다는 말만 쓰면 어떠니?”
“하하하. 그렇게 할까봐. 아빠 이야기는 늘 우습고 달콤해.”
“네가 달콤해서야. 달콤한 사람만이 달콤한 말을 알아들을 수 있거든.”
“하하. 근데 아빠, 내가 왜 달콤한지 알아?”
“왜인데?”
“나 한 번 봐봐, 바로 이거야. 내 가슴과 아빠 가슴에 많은 거야.”
큰딸이 일어서더니 두 팔로 머리 위에서 하트를 그렸다. 나도 일어서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애를 끌어 안고 한참 그렇게 있었다. 내 가슴속의 사랑이 그 애의 가슴속으로 흘러가고 그 애의 사랑이 내 가슴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달콤하다. 세상도 이처럼 달콤했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머리로 써야 할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머리를 움직이게 하는 건 감성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어떤 것에 대해 발생하는
좋다, 예쁘다. 존경하다, 흥분하다, 신비하다,
황홀하다, 행복하다
등으로 자극된 감성이 머리를 움직이게 한다. 감성이 머리를 움직이면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한다. 그러므로 감성을 자극하고 자극된 감성으로 가슴이 가득 차면 분출하게 되고 그 분출을 글로 잘 쓰면 좋은 글이 된다. 반면에 감성에 대한 자극이 별로 없이 두뇌로만 쓰는 글은 논리적이고 딱딱하여 글맛이 별로 나지 않는다. 글쓰기를 하다보면 감성이 더 크게 자극 받아 가슴이 아주 북받칠 때가 있는데, 감성이 머리를 활발하게 움직여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
글에 따라서 더 많은 감성의 자극을 요하는 장르가 있다. 문학적인 글이 그런 장르이다. 문학적인 글 중에서도 시는 감성적 자극을 가장 많이 요구하며 감성적 자극이 없으면 시다운 시를 쓸 수 없기도 하다. 비록 주제와 소재가 같다 하더라도 감성적 자극이 더 있으면 더 좋은 시가 될 수 있다. 시는 가장 작은 수의 글씨로 절제와 폭발, 해학과 풍자 등으로 읽는 이의 심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울리는 장르이다. 따라서 시 이외의 장르인 소설이나 수필을 쓰는 사람도 시의 습작과정을 거치면 문장력을 높여 좋은 글을 쓰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시를 풀어쓰면 수필이므로 시를 쓰는 사람 중에는 수필을 잘 쓰는 사람이 많다. 또한 시를 쓰는 글솜씨로 소설의 이야기를 엮어가면 향기로운 문장의 소설이 된다. 이런 까닭에 이 책은 글쓰기 장르로 시를 택하였다.
이 책은 시 중에서도 동시 쓰기를 주제로 택하였다. 세상은 의문투성이다. 글이란 각자 스스로의 언어로 이런 의문투성이를 풀어낸 해석이다. 그 해석을 아이들의 ‘말’로 쓰면 동시와 동화가 되고, 어른의 ‘언어’로 표현하면 시이고 수필이고 소설이다. 의문투성이의 세상은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보아야만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다. 이렇게 풀어낼 때 감성적 대화법이 필요하다. 대화상대가 있으면 그와 대화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혼자하는 몸짓, 발짓과 손짓으로 소리 없는 마임도 좋고 또는 생각 속에서 자기와의 대화도 훌륭한 대화이다. 그러면 가슴이 달콤하게 벅차오를 것이다. 그 달콤함을 비워 종이에 쏟아 보라. 그게 시이고 수필이고 소설이리라. 처음엔 글이 잘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런 경우 먼저 동시로부터 시작해보라. 동시는 큰 기교와 화려한 문장이 필요 없고 또한 글쓰기에 필요한 상상력 키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그것도 어려우면 일기쓰기로부터 시작하라. 이런 장르로 연습을 하다보면 머지않아 아이들은 좋은 동시를 쓸 수 있고 어른들도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수필은 물론이고 소설도 쓸 수 있다.
<어른을 위한 시>
아이들을 보며
- 유치원 그림전시회를 다녀와서-
아이들은 작은 하느님이다.
개구쟁이 저 애들이 엉뚱한 장난을 치듯
하느님도 그렇게 개구쟁이였을 거야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며 세상을 꾸몄을 거야
들짐승이랑 날짐승이랑 물짐승이랑 나무랑 풀이랑
이런 엉뚱한 장난감을 만들었을 거야
만든 것들을 아름답게 칠하고 싶었을 거야
손과 얼굴에 색깔을 묻히면서 알록달록 칠했을 거야
하늘에 해를 띄워 색깔들이 반짝이게 해주었을 거야
더더욱 엉뚱한 생각에 아이들이란 걸 만들고 싶었을 거야
첨엔 아름다운 꼬리를 달았다 떼었다 해봤을 거야
날개와 털도 달았다 떼었다 해봤을 거야
네 발로 기게 하고 세 발로 걸리기도 해보았을 거야
머리의 앞뒤로 하나씩 눈을 달아보니
앞뒤로 왔다갔다 헤맬 뿐이란 것 알았을 거야
매미소리랑 제비소리랑 꾀꼬리소리를
목소리로 만들어주었을 거야
그러나 어느 것도 맘에 들지 않아서
어느 짐승도 내지 못하는 웃고 우는 목소리로 바꿔보았을 거야
목소리로 낼 수 없는 소리는 휘파람을 불어 내게 해주었을 거야
휘파람으로도 낼 수 없는 소리는 피리와 나팔을 불어 내고
그래도 못내는 투박하거나 요란스런 소리는
손으로 북, 징과 꽹과리를 두드려 내는 꾀를 주었을 거야
그렇게 만든 아이들을 처음엔 하얗게만 칠했을 거야
그 중 하나를 까맣게 칠하니 그것도 참 예뻤을 거야
하얗고 까만 게 너무 좋아 깔깔 웃던 하느님이
가려운 콧등을 긁다가 콧등에 노랑물감을 묻혀
거울을 보고 닦으려다, 아! 이 색깔이구나 싶어
노랗게 칠한 아이를 가장 많이 만들었을 거야
기거나 걸어 다니며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드는
장난기가 많은 아이들로 가득 찬
자신의 놀이터가 너무 좋아 싱글벙글 웃다가
피곤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지금은
달콤한 낮잠에 취해 있을 거야
낮잠을 자고 나면 철이 든다고 하던데
이 세상을 더 재미있는 동화세상으로 만들도록
빙그레 웃으며 자는 철부지 하느님이
잠을 깬 후에도 영원히
철들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
'딸아, 아들아 이렇게 글을 써보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편 제6강 반전은 짜릿하다 (0) | 2015.12.02 |
---|---|
제2편 제5강 실마리를 찾아라 (0) | 2015.12.02 |
제1편 제3강 가슴으로 하는 대화 3: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 만들기 (0) | 2015.12.01 |
제1편 제2강 가슴으로 하는 대화 2 (0) | 2015.12.01 |
제1편 제1강 가슴으로 하는 대화 1 (0) | 2015.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