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강 아인슈타인이 되고 싶다
이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어른에게도 어렵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 어려우므로 여기서는 상대성이론에 대한 기초적 개념을 설명하는 수준으로 다루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상대성이론을 가르쳐 보시라. 끝으로 상대성과 관련된 글쓰기로 이어갈 것이다.
경춘선을 타고(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01. 상대란 말뜻은?
경춘선이 지금은 전철로 바뀌었지만, 바뀌기 아주 오래 전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큰딸과 춘천 나들이를 갔던 적이 있었다. 작은딸과 아내는 지방에 있는 아이들 외가에 갔으므로 우리 둘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춘천으로 기차여행을 하기로 했다. 평일이고 출퇴근 시간이 아닌 오전 10시 경이라 그런지 우리 주위의 좌석 대부분이 비워 있어 남을 방해하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재인아, 기차여행은 늘 좋다.”
“나도 좋아. 아빠, 이거 과자야.”
큰딸이 내민 과자봉지를 따 과자를 씹었다.
“이 과자 맛있다.”
“아빠, 과자 많아. 다 먹으면 더 달라고 해. 엄마가 외가에 가면서 나 먹으라고 사준 거야.”
“그래, 재인아. 근데 너무 많이 먹으면 점심이 맛없으니까 이것만 먹고 나머지는 돌아올 때 먹자.”
“그래, 아빠.”
기차는 봄이 제법 무르익은 골과 골을 따라 산과 산을 휘감고 돌았다. 창밖에는 나무도 산도 모두 연초록으로 아름다웠고 진달래랑 여러가지 꽃들이 꽃다발을 만들어 우리를 반기는 듯하였다. 파란 강물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강물에 미끄럼을 탔다. 그러다가 하얗게 부서져 유리알처럼 반짝거리었다. 단선의 철길이라 마주 오는 기차가 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10여분 역에 정차해 있는 여유도 좋았다. 그런데 지금의 전철은 그러한 낭만을 볼 수 없어 아름다움이 편리함과 헐값으로 교환된 느낌이 들었다.
“재인아, 퀴즈하나 낼까?”
“무슨 퀴즈?”
“우리가 서울에서 춘천으로 가는데, 저 창 밖에 있는 나무, 돌, 산은 모두 뒤로 간다. 그렇지?”
“그런 것 같네.”
“어디로 가게?”
“그게 퀴즈야? 후후, 서울로.”
“딩동댕. 후후.”
큰딸은 나와 이런 대화를 많이 나누어서 그런지, 이런 유형의 퀴즈를 내면 맞춘 후 곧 비슷한 퀴즈를 내게 내곤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애가 오늘도 그런 퀴즈를 냈다.
“아빠. 아무리 달려가도 제자리에 머무는 게 뭐야?”
“후후, 창밖의 저 나무, 돌, 그리고 산이지.”
“땡! 아빠 틀렸어.”
“왜?”
“아빠가 말한 그 나무, 돌과 산이 이미 서울에 도착했어.”
“어떻게?”
“서울 가봐. 서울은 돌과 나무와 산으로 가득 찼을 거야.”
“하하. 내가 똑똑한 딸에게 당했구나.”
“히히히.”
“그런데 서울에 가서 보자. 그들이 거기 있는지를 말이야.”
“서울 가면 없을 거야.”
“왜?”
“늘 우리와 반대로 가는 저들이니 아빠가 서울 갈 때 저들은 춘천으로 오는 중일테니까.”
“그럼 저들은 영원히 서울서 볼 수 없겠구나.”
“아마도.”
“재인아. 그럼, 아무리 달려도 안 가는 게 바로 너와 나 둘이네.”
“딩동댕.”
“아휴 어렵다.”
“히히, 아빠. 사실은 그들은 간 것처럼 보일 뿐이고 우리가 가잖아.”
“응. 그렇지.”
“그런데도 보기에는 그 반대로 보여. 참 신기해.”
아하, 이 딸이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을 깨닫고 있구나. 다만, 아직 어려서 그런 관점의 차이를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깊게는 나도 잘 모르지만 나의 상식 수준에서 그 애가 이해하는 데까지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서 그에 관한 글쓰기를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런 이야기를 위해서는 우선 큰딸이 ‘상대’라는 말뜻을 아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재인아, ‘상대한다, 상대하지 안 한다’ 이런 말을 아니?”
“알아. 또 상대방이란 말도 있잖아. 두 사람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을 말하는 거잖아.”
큰딸은 상대라는 말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상대성이론의 상대에는 큰딸이 말하는 의미가 있지만, 정확히 같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큰딸의 어휘력은 대단하다. 사실 나는 두 딸에게 어휘교육을 어느 정도 하는 편이다. 이 책을 읽는 엄마와 아빠도 자기의 아이들에게 어려운 어휘를 써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알기 쉬운 아이들의 말로 바꾸기만 하지 말고 그 어휘를 사용하기 바란다. 아이들 말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겠고 또한 아이들의 말은 아름답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매번 그렇게 하면 어휘력 개발이 늦어진다. 커가면서 배우겠지 하고 생각하겠지만 어휘력의 발달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다만, 거듭 강조하지만, 아이들을 영재로 만들 생각으로 지나치게 어휘공부를 시키지는 말아야 한다. 천재가 아니면 어떠랴! 어느 정도 공부를 잘 하면서 몸이 튼튼하게 그리고 착하게 자라주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큰딸에게 상대란 뜻을 더 잘 이해시켜야 했기에 그 설명을 계속하기로 했다.
“재인아, 시험에서 다 맞을 때 몇 점 맞았다고 하지?”
“100점.”
“100점 말고 다른 말로는 뭐라 하지?”
“으~응. 만점.”
“딩동댕. 그럼 네가 시험에 98점을 맞았으면 잘한 것이니 못한 것이니?”
“잘한 것이지만, 100점만 못해. 내가 100점을 맞았다고 해주면 안 돼?”
“그래도 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98점이 좋아.”
“알았어, 아빠.”
“그리고 네 친구가 100점을 맞았으면 누가 더 잘했을까?”
“친구가 나보다 더 잘 했네.”
“그렇지. 둘 다 잘했지. 그러나 서로 비교해 보면 너보다 네 친구가 잘했지. 이처럼 비교하는 것을 상대적이라 한단다. ‘내 친구가 나보다 상대적으로 잘했다.’라고 말할 수 있단다.”
“응.”
“재인은 아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다. 이처럼 말할 수도 있단다.”
“그럼 동생 예인은 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다고 말하면 되겠다.”
“그렇지.”
“근데, 아빠, 그래도 내가 100점이고 친구가 98점으로 하고 싶어. 그렇게 해주면 안돼?”
“하하하. 그래, 그렇게 바꾸자. 그럼 네가 바꿔 말해봐,”
“응, 내 친구보다 내가 상대적으로 잘했다.”
“후후. 재인아, 그러나 네가 100점 받았으면 이런 말도 할 수 있단다. ‘재인은 절대적으로 잘했다.’고 말이다.”
“절대적?”
“그래,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그냥 네 점수만으로도 잘했다는 말이란다.”
“그럼, 내가 100점 맞으면 난 상대적으로 친구에 비해 잘했고, 또 누구와 비교하지 않아도 절대적으로 잘했네.”
“그렇지.”
“두 말은 반대말인가?”
“그렇단다..”
“내가 상대적으로 또 절대적으로 늘 잘 했으면 좋겠다. ”
“나도 네가 그러기를 바라. 노력하면 그리될 거야.”
“정말로 늘 그렇게 될까?”
“된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마음먹고 노력하기에 달렸어. 오늘 너에게 어려운 어떤 과학 이야기를 하겠는데 그 이야기는 네가 그렇게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응. 빨리 해줘, 아빠.”
“그래, 이야기하다가 모르면 물어봐야 해.”
“응.”
“재인아. 아인슈타인 알지?”
“응, 천재 과학자.”
“그렇지. 천재이지. 그 분이 상대성이론이란 것을 발견했단다. 우리가 탄 이 기차가 춘천으로 가는데, 우리가 여기서 보면 우리는 가만히 있고 저 창밖의 것들이 상대적으로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상대성이론의 기초이지.”
02. 위치의 상대성
그냥 대화만으로도 상대성이론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리가 나오고 속도가 나오면 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성이론은 어른에게도 어려운데, 초등학생에게는 더욱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 초보적 개념만이라도 제대로 알게 하려면 학습효과가 아주 뛰어난 시각효과를 이용하는 게 좋다. 그래서 주머니에서 두 개의 주화(쇠로 만든 돈)를 찾아냈다. 하나는 500원짜리이고 하나는 100원짜리이었다. 100원짜리는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쥐고 500원짜리는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로 쥐었다. 이 주화로 상대성이론의 기초가 되는 운동방향, 거리이동 및 속도에 관해 설명하리라 생각했다.
시각적 효과는 어른에게도 효과가 있지만 특히 아이들에게는 그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유치원에 가면 학습도구가 많다. 그 이유는 우리가 말로서 배울 것을 학습도구를 이용해 시각적으로 가르치면 아이들에게는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책에는 시각적 효과를 얻기 위한 다양한 색깔의 재미난 그림을 많이 넣어서 재미있게 만들어 학습의욕을 높인다. 시각적 효과는 어른에게도 커서 요새는 만화로 된 책이 어른에게도 높은 인기를 누린다. 또한 무엇을 발표할때 Power Point로 작성한 것에 동영상을 넣기도 한다.
시각 이야기가 나왔으니 감각 이야기를 더 해보자. 인간에게는 시각뿐만 아니라 4개의 감각이 더 있어 합계 5감이 있다. 5감이란 시각, 촉감, 미각, 후각 및 청각을 말한다. 5감을 학습에 이용하면 학습효과가 높다. 5감 중에서도 시각과 청각은 절대적으로 학습효과를 크게 한다. 즉, 듣지도 보지도 못하면 다른 장애에 비해 학습에 아주 큰 장애가 된다. 그래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별 교육시설이 필요하다. 5감의 장애는 아니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인화학교라는 지적 지체장애인을 위한 학교에서 밝혀진 성폭력 사건으로 나라가 ‘도가니’처럼 들끓었다.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도록 방치한 관련 교육당국과 사법당국이 한심하다. 성폭력은 사람의 인격을 죽이는 것으로 여자에게는 목숨과 같이 중요한 것이 순결이다. 그래서 성폭력에는 소멸시효가 없어야 하고 최소한 30년 이상 징역을 보내야 하고 보석이나 가석방이 없어야 한다.
5감에 더하여 육감이라 불리는 하나의 감각이 더 있다. 그런 감각이 있다고 동양에서만 생각해왔던 것으로 여섯 번째의 감각이라 하여 6감(sixth sense)이라 한다. 5감은 육체로 느끼는 감각인데 반하여, 육감이란 정신적 감각이다. 정신을 영(靈)이라 하므로 6감을 영감(靈感)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또한 예감 같은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큰딸은 내가 무엇을 말할 것인지 호기심에 찬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서로 씩 웃었고 큰딸의 두 볼에서는 예쁘장한 볼우물이 살짝 파였다가 펴졌다.
“재인아, 이들 돈을 주화라고 한단다. 주화란 쇠붙이로 만든 돈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동전(銅錢)이란 말은 구리라는 쇠붙이로 만든 돈을 말한다. 왜냐하면 구리는 우리나라 말이고 한자어로 동이라 하며 돈은 우리말이고 한자어로 전이라 하며 두 자를 합하면 한자어로는 동전이고 우리말로는 구리돈이라 한단다. 구리도 쇠붙이이기 때문에 동전도 주화에 속한다. 구리가 아닌 돈은 동전이 아닌데도 주화는 흔히 구리로 만들므로 모든 주화를 흔히 동전이라 한단다. 이건 잘못된 말이지만 모두 그렇게 말한다.”
“응, 아빠.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말도 틀린 게 많네.”
“그렇지.”
나는 왼쪽 자리에 앉은 큰딸 곁으로 약간 다가앉았다. 왼쪽 다리를 들어 올린 후 구부려 내 왼쪽 발목이 내 오른 쪽 무릎 위에 오도록 걸쳤다. 이런 자세는 전철을 타면 옆 자리에 승객이 없을 때 많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편한 자세이다. 100원짜리를 잡은 왼손과 500원짜리를 잡은 오른손을 왼쪽 무릎쯤에 가지런히 맞붙여놓았다. 그리고 큰딸이 내가 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있도록 왼손의 100원짜리를 고정시킨 채 오른손의 500원짜리를 오른 쪽으로 약간 움직이고 나서 큰딸에게 물었다.
“재인아, 내 오른손의 500원짜리가 오른쪽으로 약간 움직였다. 몇 cm나 되겠니?”
“아마 10cm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오른손의 500원짜리가 오른쪽으로 10cm 갔을 때. 오른쪽 500원짜리에서 보면 움직이지 않은 왼손의 100원짜리가 왼쪽으로 10cm쯤 움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 않겠니?”
“아빠. 오른손의 500원짜리가 왼쪽 무릎에서 오른 쪽으로 10cm 벗어났고 왼손의 100원짜리는 아직 무릎에 그대로 있잖아. 그러면 움직인 건 오른손의 500원짜리란 것을 쉽게 알 수 있어.”
“사실은 그렇지. 그러나 그건 오른손의 500원짜리의 위치와 무릎의 위치를 서로 비교해서 알게 된 것이지. 그처럼 위치를 비교할 수 있는 무릎이 없으면 어느 것이 움직였는지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어느 것이 움직였는지를 알 수 있도록 비교할 수 없는 것도 있어?”
“있고말고. 우리가 보면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지?”
“응.”
“사실은 해는 움직이지 않고 지구가 뱅글뱅글 도는 건데, 해가 지구를 도는 것처럼 보이지.”
“맞아, 아이들을 위한 과학책에 그와 같은 설명이 있었던 것 기억나.”
“우리 책벌레가 그런 이야기도 읽었구나. 지구에 탄 우리가 해와 지구 중 어느 것이 움직였는지를 알 수 없어서 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어느 것이 움직였는지 알 수 있도록 해주는 무릎처럼 비교할 만한 것이 없어서야.”
“그렇네, 아빠. 옛날에는 해를 가진 하늘이 움직인다고 하여 천동설이라 한다는 것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아. 그리고 지구가 움직이는 것을 지동설이라 한다고도 했어.”
“와, 대단하다. 천동설과 지동설까지 아는 붕어빵 딸이구나.”
“히히.”
“옛날 우리는 지구가 아니라 해가 돈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살았단다. 잘못 안다는 것을 한자어로 착각이라 한다.”
“응.”
“인간의 역사는 착각으로 이어온 게 많단다. 마치 돌이나 나무가 우리를 구하는 신인 것처럼 숭배하는 미신도 그런 착각 때문이란다,”
“응.”
“움직이는 지구에서 보면, 움직이지 않은 해가 움직인 것처럼 착각한 것이지. 이 주화에서도 무릎과 같은 비교할 것이 없다고 하자. 오른쪽으로 10cm 움직인 오른손의 500원짜리에서 보면 오히려 움직이지 않은 왼손의 100원짜리가 왼쪽으로 10cm쯤 움직인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이제 이해가 되니?”
“응, 아빠.”
“이처럼 진짜로 움직이는 것과는 관계없이 서로 상대방과 비교해서 움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출발점이란다.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고 이때의 비교한다는 말이 상대적이라는 말이고 그런 성격을 상대성이라 한다. 또한 그런 과학적인 설명을 상대성이론이라 한단다. 쉽게 말하면 움직이는 둘 중 한 쪽에서 보면 다른 쪽이 움직여 보이는 것에 관한 설명이란다.”
“아빠, 참 어렵네. 그렇지만 재미있어.”
“어려워도 재미있다니 다행이구나.”
“그런데, 아빠, 지구가 돌면 왜 우리가 어지럽지 않아? 용인 에버랜드에서 빙글빙글 도는 디스코 놀이기구를 타면 어지럽고. 또 튀어 나올 것 같은데, 지구에서는 왜 어지럽지 않고 튀어 나갈 거 같지 않아?”
“아주 좋은 질문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에서 배웠듯이, 지구에서는 지구가 우리를 세게 잡아 당겨 안 튀어 나가는 거야. 그리고 지구가 늘 똑 같은 방향으로 똑 같은 속력으로 돌면 안 어지러운데, 그 디스코에서는 갑자기 방향을 바꾸고 속력까지 마구 바꾸기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낀단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할게. 지금은 상대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응, 아빠. 그런데 아빠가 말하는 속력은 뭐고 속도는 뭐야?”
“속도는 빠르기와 방향을 같이 나타내는 말이고 속력은 방향 없이 빠르기만 나타내는 말이란다. 예를 들어, 어떤 두 차가 같은 빠르기지만 가는 방향이 같지 않다고 하자. 그러면 빠르기가 같으므로 속력은 같지만, 방향이 달라 속도는 다르단다.”
“아하. 속도와 속력은 방향의 차이이네.”
“그렇지.”
“그럼 디스코 놀이에서 어지러운 것을 속력과 속도로 어떻게 설명해?”
“빙글빙글 도니까 방향이 늘 바꾸지?”
“응.”
“그럼, 도는 속력이 같아도 속도가 다르겠지?”
“응.”
“방향이 마구 바뀌는데다가 빠르기인 속력까지 바뀌면 우리 몸이 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려. 그래서 어지러운 거야.”
“응.”
“사실 우리 귀에는 균형을 잡아주는 달팽이관이란 게 있단다. 자꾸 돌면, 그리고 그 디스코처럼 방향이 뒤틀리면서 빨리 돌면 달팽이관이 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어지러운 거란다. 어지러움을 이용해 사람들이 재미있도록 만든 놀이기구가 그 디스코야.”
“응. 오늘 많은 것을 알았어, 아빠.”
“오늘의 기차 여행은 재인에게 과학공부 시간이 되었구나. 근데, 재인아, 하나 물어볼까?”
“응."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지구가 빙글빙글 돌아가잖아. 그럼 지구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돌까 그 반대로 돌까?”
“그건 해가 동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 같으니까, 사실은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겠지.”
“와, 대단하다. 내 딸 재인이 그 나이에 참 많이도 안다.”
03. 속도의 상대성
이제까지는 위치에 대한 상대성이론을 설명했지만, 설명만 잘해주면 속도에 대한 상대성이론을 큰딸이 잘 이해할 것 같아 그걸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
“재인아, 속도를 알았지?”
“응, 빠르기와 방향을 함께 나타내는 말이라고.”
“잘 아는구나. 이제 이 주화를 다시 봐라. 만약 오른손의 500원짜리가 1초에 10cm 속도로 이렇게 오른쪽으로 움직일 때, 그 500원짜리에서 보면 가만히 있는 왼손의 100원짜리가 왼쪽으로 움직인 것 같이 보일 것이다. 그렇지?”
“응.”
“얼마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같을까? 또 어느 방향으로?”
“그야. 왼쪽으로 1초에 10cm 속도로 움직일 것 같이 보일 거야.”
“잘 따라 오는구나.”
“이제, 왼손의 100원짜리를 가만두지 않고 움직여보자. 만약 아까처럼 오른손의 500원짜리가 오른쪽으로 1초에 10cm의 속도로 움직이고 왼손의 100원짜리는 반대방향인 왼쪽으로 1초에 10cm의 속도로 움직이면 오른손의 500원짜리에서 볼 때 왼손의 100원짜리는 얼마의 속도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까?”
“어렵네. 잠깐만.”
큰딸은 자기 왼손과 오른손을 움직이며 혼자말로 뭔가 한참동안 중얼거렸다. 중얼거림을 대충 요약하면, ‘이건 오른쪽으로 10cm의 속도이고 저건 반대 방향인 왼쪽으로 10cm의 속도이니깐 합해서 왼쪽 것이 1초에 20cm 의 속도로 움직인 것이 보이겠네.’였다.
“아빠, 왼쪽으로 1초에 20cm 속도가 아닐까?”
“딩동댕. 와우! 아주 정확해. 이해 속도가 상당히 빠르구나.”
“히히, 아빠. 근데 이해하는데도 방향이 있어? 왜 이해 속력이 아니고 이해 속도야?”
“와우. 너 앞에서는 주의해서 말해야겠다. 너무 좋은 질문이다. 내 생각에는 이해에도 방향이 있단다. 네가 이해하는 방향이 내가 바라는 방향이니까 방향이 필요한 속도이지. 아마 그래서 이해속력이라 하지 않는가 보다.”
“하하하, 재밌다. 이해에도 방향이 있다는 게 참 재미있어.”
“그래. 이 세상에는 재미있는 게 참 많단다. 그럼, 이제 다른 것을 알아보자. 만약 오른손의 500원짜리가 오른쪽으로 1초에 10cm의 속도로 움직이고 왼손의 100원짜리도 같은 방향인 오른쪽으로 1초에 15cm 속도로 움직인다고 하자. 오른손의 500원짜리에서 보면 왼손의 100원짜리는 얼마나 빨리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을까?”
딸은 아까처럼 손을 움직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아까보다 빠른 시간에 그 답을 알아내는 것 같았다.
“둘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왼손의 100원이 1초에 5cm 속도로 더 빨리 움직이니까 오른손의 500원에서 보면 왼손의 100원짜리가 오른쪽으로 1초에 5cm의 속도로 움직이게 보일 거야.”
“딩동댕, 바로 그거야. 대단해.”
“하나만 더 묻고 다른 이야기를 할게.”
“응, 아빠.”
“아까처럼 둘 다 같은 방향인 오른쪽 방향이란다. 오른손의 500원짜리가 1초에 10cm 속도로 움직이고 왼손의 100원짜리는 같은 방향으로 1초에 5cm 속도로 움직일 때, 오른손의 500원짜리에서 보면 왼손의 100원짜리가 얼마나 빨리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을까?”
“아빠, 이건 이제 너무 쉬워. 왼손의 것이 1초에 5cm의 속도로 느리니깐 뒤로 5cm씩 처지겠지. 그래서 오른쪽 것에서 보면 왼쪽 것은 1초에 5cm 속도로 뒤쪽 방향인 왼쪽으로 가는 것처럼 보여.”
“딩동댕. 재인아, 위에서와 같은 생각으로 발전한 과학이 상대성이론이란 건데, 상대적 거리나 상대적 속도에 관한 과학설명이란다. 그렇지만 그건 나에게도 어렵단다.”
“그래도 재미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속도 중에서 가장 빠른 것이 빛의 속도란다.”
“응, 나도 어딘가 읽어봤어.”
“그렇구나. 빛은 1초에 약 30만 km로 달리나봐. 그래서 해에서 지구까지 햇빛이 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8분 조금 더 되고 저 먼 별에서 빛이 출발하면 지구까지 1,000년이나 10,000년 또는 그보다 훨씬 더 걸리기도 한단다.”
“그렇게 오래 걸려?”
“그래. 이 세상에서 빛이 가장 빨라서 그 이상 빠른 것은 없지. 가장 빠른 빛의 속도를 절대속도라고 한다.”
“절대속도? 아까 절대란 상대와 반대말로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는 거라고 배웠는데…….”
“그래, 절대적이란 말의 뜻은 그렇기는 해. 그렇지만 여기서 말하는 절대속도란 그보다는 더 큰 속도가 없는 속도라는 말이란다.”
“빛의 속도가 가장 빠르고 그 속도보다 큰 속도가 정말 없어?”
“그렇단다. 절대속도란 더 이상 빠른 속도가 없고 그런 속도에서는 시간이 안 흐른단다. 네가 빛과 같이 빨리 날아가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1,000년간 여행하고 돌아오면 너는 늙지 않고 갈 때와 같은 나이지만, 지구에는 시간이 흘러 이미 1,000년이 지났을 거야.”
“와, 멋진 여행이겠다.”
“네가 그 여행을 마치면 아빠는 이미 천 년 전에 하늘나라로 갔을 거야.”
“그럼 같이 타고 여행하자.”
“그러자구나. 자 출발, 부르릉.”
“하하하.”
“재인아.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단다. 만약 빛보다 더 빠르게 달리는 우주선을 타면 시간이 거꾸로 흐를 수도 있겠지? 빛의 속도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데, 빛보다 빠르면 상대적으로 시간이 가꾸로 흘러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란다.”
“하하, 더 멋진 여행이겠네,”
“그러나 불행히도 빛이 가장 빠르니깐 사실 더 빨리 갈 수 없겠지. 그래서 과거로 여행할 수는 없어.”
“그렇구나. 실망했네.”
“그러나 실망 말아라.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는 것이 있다는 과학뉴스를 들은 적이 있단다.”
“그래?”
“뭐가 뭔지 잘은 모르지만 과학은 엄청나게 빠르게 발달해. 초등학생인 너는 상대성이론에 관해 이 정도만 알아도 친구 사이에 박사로 통할 걸.”
“응. 나중에 나도 과학자가 되고 싶어.”
“그러면 좋지. 재인아, 그런데 빛보다 더 빠른 것이 나에게 있단다.”
“아빠에게? 그게 뭐야?”
“내 상상력. 내 생각은 금방 해까지 가지. 빛처럼 8분이나 걸리지 않고 금방이야. 빛이 1,000년 걸리는 별까지도 금방이고.”
“하하. 아빠 나도 그런 속도를 가진 게 있어.”
“아마 이 아빠의 상상보다 더 빠른 상상력이겠구나.”
“히히. 비슷하지만 꼭 같지는 않아,”
“그게 뭔데?”
“기억이야. 어제 일어난 일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내 기억은 빛보다 훨씬 빨라 과거여행을 할 수 있는 걸 거야.”
“내가 할 말이 없구나. 내가 상상이란 말을 할 때, 네가 기억이란 말을 그렇게 빨리 생각해낼 수 있다니. 나보다 한 수 위이구나.”
“히히히.”
“하하하.”
04. 상대성에 관한 글쓰기
나는 먹던 과자봉지에서 큰딸에게 과자 한 웅큼 주고 나도 한 웅큼 먹었다. 그리고 둘 다 마실 것을 조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위의 이야기와 관련해 글쓰기의 이야기로 바꾸고 싶다.”
“아빠, 그렇게 해줘. 난 글쓰기가 재미있어. 그런데 어떻게 쓰지? 난 상대성이론이 어려워 글쓰기도 어려울 것 같아.”
“그렇지만 저 기차 밖의 것을 보고 또 우리와 반대로 가는 것을 쓰면 될 것 같다.”
“그럼. 기차를 타면 나는 가만히 있는데 창밖의 산과 나무가 뒤로 간다고 쓸까?.”
“좋은 출발이다. 실마리가 좋아. 다만, 좀 더 재미있게 쓰려면, 나는 춘천으로 가는데 저들은 모두 서울로 간다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서로 반대 목적지인 춘천과 서울을 넣으면 아무래도 가는 방향이 눈에 잘 보이는 것 같아 읽는 사람이 더 흥미를 느낄 것 같구나.”
“응, 나도 그럴 것 같이 생각돼.”
그러자 그 애가 종이에 다음과 같이 써서 나에게 보였다.
(A) 경춘선을 타고
나는 춘천으로 가는데
창밖의 나무와 산들은 서울로 간다.
“재인아, 그 다음에 뭐를 쓸 수 있겠니?”
나의 물음에 큰딸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왜 그럴까를 물어보는 것으로 쓰면 어떨까?”
“참 좋다. 또?”
“내가 잘못 가는 건지, 저들이 잘못 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면 어떨까?”
“대단히 멋진 생각이다.”
“그리고, 이 기차에 탄 아빠와 나는 같이 간다. 그것도 쓸까?”
“그럼, 그렇고말고. 그리고 또?”
“그 다음은 생각이 안 나. 아빠가 말해봐.”
“그래? 네가 잘 가는지 잘못 가는지에 대한 답을 쓰면 좋겠구나. 이를 테면, ‘아빠가 나를 보고 씩 웃는다. 아하, 내가 바로 가고 있나보다.’라고 말이야.”
“알았어. 그렇게 쓰면 글의 끝이 참 좋아 보여.”
“그렇지. 글은 실마리가 좋아야 하지만 끝도 좋아야 해.”
“응. 그게 유종의 미라 하던가?”
“그 말도 아니? 그건 네 말처럼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다는 말이란다. 그래서 뭐든 마무리를 잘 해야 하지.”
위의 대화를 하고 재인이가 쓴 글을 내가 후에 좀 고쳐준 것이 아래와 같다.
(B) 경춘선을 타고
경춘선 기차를 타고
나는 춘천으로 가는데
창밖의 나무와 산들은 서울로 간다.
경춘선을 타면 왜 늘 창 밖과 반대로 갈까?
내가 바로 가는 건지 저들이 바로 가는 건지
그건 알 수 없지만
기차 안을 보니 아빠도 나와 같이 간다.
내가 아빠 보고 씩 웃었다.
아빠도 나보고 씩 웃었다.
아하, 내가 바로 가고 있나보구나.
<어른을 위한 시>
춘천 나들이
춘천은 혼자 가는 곳이 아니다.
그대와 둘이 가는 곳도 아니다.
그대가 먼저 가서 기다리면
그대가 사준 표로 기차를 타고
그대를 생각하며 가는 곳이다.
춘천은 호수가 많고
호숫가의 산비탈에 곧추서서
산을 오르는 나무들이 많다.
낮은 산자락에서 나무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 들꽃도 많다.
비탈산은 혼자 오르는 곳이 아니고
같이 오르는 곳도 아니기에
나무가 먼저 올라가 기다리면서
잎을 흔들어 바람을 일으켜주고
그 바람을 타고 나무를 생각하며
들꽃이 깔깔 웃으며 오르는 곳이다.
들꽃 속에 파묻혀 나무들을 바라보며
춘천에서 하루를 보내다보면
왜 그대가 세상비탈에서도 곧추설 수 있으며
왜 내가 들꽃이어야 하는지를 알겠다.
세상비탈은 혼자 오르는 것이 아니고
그대와 같이 오르는 것도 아니기에
그대가 올라가는 걸 묵묵히 바라보다가
먼저 올라가 눈빛으로 사랑을 보내주면
그 사랑을 타고 춤추며 노래하며
뒤따라 오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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