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변: 한국문화의 특성에 관하여 시리즈의 글을 쓰고자 한다. 여기서는 일곱째(VII)의 글로서 집단주의의 한 특성인 서열문화에 대해 쓴다. (이 시리즈의 글은 주제를 위해 시간과 공간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것들이 하나의 가상 공간 및(또는) 시간으로 융합될 수도 있다. 이하 동일)
VII. 서열문화
지원: 교수님, 오늘은 서열문화에 관해 말씀해주신다고 하셨어요.
교수: 그랬지. 우리나라는 인간관계에서 서열에서 서열로 층층시야 그야말로 계급사회(ranking society)라네. 전에 말했듯이, 육사기수, 사법연수원기수, 행시합격연도, 경찰대기수 등 집단마다 기수가 있지. 앞에서 말한 권력집단은 그렇다 치더라도, 의사는 의사대로, 간호사는 간호사대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나름대로의 기수나 기수역할을 하는 게 많네. 입사동기, 졸업회수, 학번 등이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기수 역할을 하고 그게 서열이지. 진급이나 급여에 있어서 앞선 기수는 늘 앞서야 해. 나아가 아부하고 자기주장을 비굴하리 만큼 감추는 순종파가 진급을 잘 하지. 진급에서 처진 사람은 능력부족자로 낙인찍히고. 그렇게 찍힌 사람은 스스로 또는 집단의 암묵적 압력에 의해 퇴출되는 게 관례야. 예컨대, 검사 중 동기가 검찰총장이 되면 그 선배와 동기는 모두 줄줄이 옷을 벗어야 하지. 능력이 있건 말건 본인이 원하건 말건, 법적으로 요구되지는 않지만 사퇴서를 내는 게 관례야. 이런 문화는 언론이 앞장서 부추기고 있어. 판검사의 인사철이나 군인 인사철이면 언론은 반드시 기수를 들먹이지. 어느 누가 무슨 기수라는 식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그 사람이 그 동안 이룬 업적이지 기수가 아닌데도 말이야.
지원: 저도 이제까지 언론이 기수를 언급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했어요. 말씀을 듣고 보니 고쳐야 할 보도태도네요. 그런데, 어느 사회에나 그런 유형의 기수는 있지 않을까요?
교수: 있겠지. 개인주의 사회에서나 집단주의 사회에서나 집단에는 모두 나름대로의 서열이 있지. 어쩜 집단은 서열이 필수적일 거야. 예컨대, 가정에서도 부모의 서열이 자식보다 높지. 다만 집단주의에서는 개인주의에서보다 그 정도가 아주 심하다는 것이 문제야.
지원: 왜 집단주의에 그게 심할까요?
교수: 개인주의에 비해 집단주의에서 권력이 더 집중된 탓일 거야. 집중된 권력은 권력 그 자체의 유지를 위해 위계절서를 지켜줄 장치가 필요해. 그 장치가 계급이야. 그 계급은 대부분 집단의 목표를 잘 이루려는 목적에서라기보다는 집단자체의 유지, 심하면 집단 대장의 권력유지에 더 비중을 두지. 그 유지의 인센티브가 연공서열제도야. 연공서열은 보수나 진급에만 사용하는 게 아니고 집단 내 엘리트와 나머지를 구분하는 목적으로 사용하지. 어느 공무원 직장에서는 직급에 따라 간부식당과 그렇지 않은 식당이 구분되어 있지. 예컨대, 4급으로 승진된 동기는 간부라서 간부식당에서 즐거운 식사를 하는 반면, 그와 동기이지만 진급하지 못하고 5급에 머문 공무원은 간부식당이 아닌 하위급을 위한 식당에서 치욕적인 점심시간을 가지지. 대학교에 가면 학생식당과 교직원식당이 구분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 대학생은 싼 음식 값이나 기타 질이 떨어진 음식을 먹어도 되고 교직원은 좀 비싼 음식으로 품위 있게 먹어야 한다는 취지인가 모르겠네. 그렇다면 그 구분은 참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지.
지원: 학생식당과 교직원식당이 그런 사고로 인한 폐단이런 것을 우리는 왜 모르고 지낼까요?
교수: 집단주의 문화에 의한 세뇌교육으로 비판력이 없어진 탓이지. 비판하면 왕따만 되니 조직을 떠날 준비와 각오가 없다면 참고 살았던게 문화가 되어 그렇다고 보면 되네.
지원: 네.
교수: 우리 말은 존댓말과 반말, 이런 언어구조를 자지고 게 있어 집단주의 문화를 가진 다른 국가보다는 서열문화를 더욱 심화시키지.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의 사회에서 한 학년이 높은 사람에게 형, 언니, 오빠와 누나 등의 호칭을 사용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왕따를 당해.
지원: 저는 그런 호칭이 친근감이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사실 저는 오빠가 없어 선배남자에게 오빠라는 호칭이 첨에는 잘 안 나왔어요. 자꾸 그 말을 사용하니 익숙해지던데요.
교수: 그렇지 그런 식으로 서열문화에 세뇌가 되었지. 그 달콤한 맛에 세뇌된 줄도 모르고.
지원: 요새는 연봉제니 하는 성과급제도를 도입하여 능력을 중시하잖아요?
교수: 그런 시도가 있지. 그렇지만 성과가 잘 보이는 사기업에는 효율적이겠지만 그렇지 않는 공공분야에서는 그게 별로 효과적이지 않아. 오히려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퇴출시키고 아부쟁이는 승진시키는 제도로 악용될 소지가 많지. 금수저가 판을 치는 음서제가 될 소지가 많을 수도 있지. 성과가 관찰되는 분야에서도 형식적인 평가 잣대가 되어 성과제도가 파행적이지. 한 예로 학계에서 연봉제로 인해 논문 수는 늘어나지만 바탕이 안 된 교수들의 논문이라 논문을 위한 논문 수만 늘고, 질 낮은 논문 수가 진급으로 변모되고 연봉인상으로 변모되는 실정이지. 논문에 기본부터 잘못된 게 많아. 이를 테면, 문장 조차도 제대로 못 쓰는 경우가 태반이야. 최고 등급으로 인정되는 ‘등재학술지’로 구분되는 학술지가 있는데 이 좁은 나라에 그런 학술지의 수가 너무 많아서 이게 논문인가 하는 것도 많이 발표돼. 질의 개선 없이 양으로만 평가하는 건 올바른 업적평가 방법이라 할 수 없지.
지원: 네 교수님. 서열문화 타파가 어렵다는 말이군요.
교수: 그렇지. 오래된 집단문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그래. 아무리 그걸 타파할 제도를 만들어내도 그래. 더구나 좁은 나라라 특정 대학 박사 출신이 많으면 그 대학출신자들이 카르텔을 형성하다 시피하여 질 낮은 논문을 양산하는 게 우리네 학계이지. 5.16도 기수가 같거나 그와 연결된 사람들이 일으킨 사태이고 그 후 전두환 정부를 탄생시킨 12.12.사태도 그런 기수 기반 카르텔 탓으로 발생했다고 봐야지.
지원: 네.
교수: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국가라서 사회에 계급이 너무 많아 마치 군대사회 같아. 군에서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고 제대하면 계급사회를 벗어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라네. 제대 후 맞는 직장은 군대조직보다 더 심한 계급사회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되지. 그래서 평검사가 부장검사의 시달림을 받다 자살한 사건도 발생한 것이라네. 능력에 관계없이 상사의 맘에 들지 않으면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을가봐 상사에는 무조건 굽신거려야 해. 위에 불평하면 사표낼 생각을 해야지. 정치인도 보스에 잘못보이거나 자기 계파의 수장이 대통령이었다가 임기가 끝나면 그 계파는 같은 배를 탄 격이라 함께 사라지다시피 한다네. 친이계가 퇴출되다시피 하고, 동교통계가 퇴출되다시피 하는 게 다 그 이유에서야. 친박계도 머지 않아 그런 운명이 아닌가 싶은데 안 그럴려고 안간 힘을 쓰는 게 보여. 이런게 계파간 싸움을 치열하게 만들지. 이처럼 나라 전체가 군대조직과 같고 정치판 아니 나라 전체가 싸움판이라네. 이래서야 이 나라가 어찌되어 가겠나? 지원이가 15년 전쯤 영자신문의 수습기자의 지원에서 기수문제로 불합격한 것이 지금 젊은 세대에는 만연돼 있다는 거야. 더 큰 문제는 서열문화가 15년 전에 비해 개선되기는 커녕 더 심해지고 있다는 거야.
지원: 어떤 면에서 더 심해진다고 생각하세요?
교수: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왕따 문제가 별로 없었고 5살 차이도 친구가 되고 타향이면 10살 차이도 친구비슷하게 지냈지. 그런데 지금은 1살 차이라도 형, 언니, 오빠 또는 누나라 불러야 해. 그렇게 불러 예우하지 않으면 곧 바로 왕따가 되고 말아.
지원: 네. 언젠가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대로 나쁜 건 자꾸 나빠지나 봐요.
교수: 나쁜 건 달콤하거든. 서열문화도 우위에 있는 자는 그게 달콤하니까 자꾸 사람들이 빨아먹어 중독이 돼. 서열문화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social stress)가 너무 많아.
지원: 사회적 스트레스요?
교수: 사회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아 비정상적인 심리현상을 보인다는 말이야. 길거리에서 주먹질하거나 욕설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그런 현상의 일부야. 아마 조사해 보면 아주 많은 분야에서 서열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클 거야.
지원: 서열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나라에 발생한 큰 사건이 있나요?
교수: 많지. 서열 때문에 우리나라 역사를 많이 왜곡시킨 사건은 많아. 그 중 첫째는 군사쿠데타와 장기군사독재일 거야. 5.16 쿠데타는 박정희를 수장으로 그 아래 행동대원으로 육사 8기가 주축이 되어 일으키었지. 주동기수인 육사 8기, 이게 서열에 해당돼. 강한 힘을 가진게 군대라 그게 일을 저질렀고. 그래서 박정희의 군사독재는 무려 17년간이나 지속되었는데 말기에는 그 정권에 대한 비판적 말 한 마디에 감옥행인 소위 유신이란 공포정치시대였지. 김재규에 의해 종료되지 않았다면 유신시대는 오늘날 북한의 공포독재와 뭐가 달랐을까?고통이었을 거야. 어찌 보면 오늘 날 박정희를 존경하는 사람이 그나마 많게 한 건 역설적으로 김재규의 덕택이 아닐까 하네. 그가 계속 장기집권을 했으면 우리 국민은 더욱 비참해지고 그 결과 박정희는 더욱 비참한 종말을 맞았을 수도 있었으니까. 독재국가의 지도자 대부분의 종말처럼 말이야. 루마니아의 치우체우스키는 몰려 쫒겨다니다가 사실되고 우간다의 이디 아민도 도망가 몇 나라 거쳐 종말을 맞았지. 독재자가 어떤 종말을 맞을지를 시사하는 예들이지. 박정희 정권을 이은 전두환 정권도 육사 11기와 그 후배기수 행동대원이 일으킨 12.12 하극상이라는 서열문화의 산물이지.
지원: 좀 전에 서열문화는 개인주의에도 있다 하셨어요. 다만 정도가 다르다고 하셨어요. 어느 정도로 달라요?
교수: 개인주의에서는 집단의 가치보다 개인의 가치가 우선이니까 집단은 갈등해소를 위해 조정을 하거나 질서유지를 하는 등 그 역할이 제한적이고 그 리더는 그 제한적 역할의 수행자일 뿐이야. 그래서 서열이 가지는 권력이 그리 크지 않아.
지원: 교수님, 우리나라는 서열문화에서 어느 정도 강하다고 보시나요?
교수: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뭣하지만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지원: 그 말씀은 첫째간 단 말씀인가요?
교수: 그런 셈이지. 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 중에서는 그렇다고 봐.
지원: 왜 그렇게 보세요?
교수: 아까도 말했듯, 존댓말, 반말, 겸양어, 뭐 이런 독특한 언어문제가 그런 서열을 더 악회시키는 악역을 하기 때문일 거야. 이런 서열구조를 가진 언어는 우리말과 일본이 가장 대표적일 거야.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혼란스러울 만큼 사용하는 언가가 달라지는 우리 말과 언어를 가진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와 일본뿐일 거야. 그 중에서도 우리말이 더 심할 거야.
지원: 네, 언어적 계급사회, 서열언어, 교수님은 조어력이 대단하세요, 그런데 일본말보다 우리말이 서열 면에서 더하다고요?
교수: 그런 것 같아. 존댓말과 반말 등은 일본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발달되어 있어. 서열문화도 심해.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한 살 차이가 되어도 학번 등 기수가 같지 않는 한 친구가 될 수 없어. 선후배 관계가 깍듯해. 일본에서는 5살 차이를 가진 사람 사이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해. 10살 차이도 타향이면 친구 비슷하게 지넬 수 있다네. 우리와 달라. 아까 말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내가 어렸을 때 5살 차이는 친척이 아닌 한 친구 비슷해서 아주 깍듯이 모시지는 않아. 타향에서는 10살도 벗을 할 수 있다 했어. 그러던 것이 요새는 한 살 차이만 되어도 상하관계가 분명해. 중국어에서는 10살 차이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데, 아마 존댓말과 반말이 없어서 일거야. 물론 서양에서는 가족문화에 따라서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서로 이름을 부르기도 하는 등 친구 같은 관계로 지내지. 존댓말과 반말이 있으면 그런 관계가 불가능하겠지.
지원: 네. 그렇게 생각되네요. 그런데 왜 우리는 일본보다 그런 게 더 심해요?
교수: 우선 공자사상인 유교를 극진히 섬긴 영향이 커. 왕, 부모, 선학 등 웃사람은 당연히 애우받고 아랫사람은 그렇게 대우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중국은 공산주의를 거치면ㅅ거 유교가 없어지고 일본은 본래 공자를 우리처럼 섬기지도 않았고 그래서 향교 같은 것이 없었지. 고도의 산업화로 노경사회가 길었던 우리보다 공자사상이 파고들 여지가 적었지. 우리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쌍놈이라는 천민대접을 받지 않고 지배계급에 속하는 점도 우리에서처럼 자가 우대받지 못하는 것도 서열타파에 도움이 되었을 거야.
지원: 네.
교수: 게다가 민주주의에서는 개인간 평등을 조장하는데, 그런 서열 타파가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싹틀 기회였던 제1공화국에서 이승만이 독재를 하며 관료가 군림하는바람에 그런 싹을 잘라버린 것도 서열문화를 타파하지 못하게 한 큰 원인 중 하나야.
지원: 맞는 말씀 같아요.
교수: 민주주의를 주장하며 4.19혁명이 일어났지만, 혁명에는 수습에 시간이 걸리고 그런 시기의 초기에 발생하는 혼란을 핑계삼고 그런 틈을 노려 일으킨 5.16 쿠데타에서 시작된 서열중신의 군사문화가 우리 사회에 서열문화를 더욱 강화시키었다고 봐야 할 거야. 그 군사독재기간이 길어 그들의 서열문화가 우리 문화로 우리 맘에 자리잡는 데도 기여했을 거야. 일본도 언어상 서열문화가 심하지만 현대에 와서 군사지배를 받은 적이 없어서 서열문화가 우리처럼 악화되지 않고 민주주의 사회로 갔다고 봐야 해. 다만 서열문화 잔재가 아직은 남아 서열문화의 한 폐단인 그곳에도 계파정치가 심해. 그래도 형님, 아우 하며 김영삼이나 김대중이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을 가신처럼 다루는 우리의 서열 문화보다는 저급의 서열문화라고 봐야 할 거야.
지원: 공자사상, 언어문제 및 독재정치, 이들 세 요인이 서열문화의 악화의 주요요인이군요. 저도 그런 것 같아 보여요.
교수: 서열문화는 혈연관계에서도 나타나. 일본에서는 이모나 숙모나 고모나 외숙모를 일상에서는 모두 ‘오바상’이란 하나의 단어로 부르는데, 우리는 일상에서 그 넷을 구분하여 불러. 그리고 그들에 대한 예우나 마음가짐에서 차이가 있어. 이처럼 혈연집의 구성원 사이의 관계조차도 세분하여 차별화하는 건 우리의 기존 서열문화와 이 문화를 부추기는 계급적 언어인 우리 언어의 합작품일 거야.
지원: 저도 이모님에 가장 친밀감이 가요. 그러고 보니 그것도 문제네요. 앞으로 같은 마음으로 모든 숙모에게 대하기로 노력해야겠어요. 잘될지 모르겠어요.
교수: 쉽지는 않을 거야. 오랜 제도적 차별로 만들어진 문화이기에. 어쨌든 서열언어와 집단주의는 짝이 되어 우리나라 서열의 강도가 다른 어떤 나라의 것보다 더 강해. 옛날 중국에서는 신하가 황제 앞에서 서서 고개만 숙여 대하는데, 그 신하가 사신으로 우리나라에 왔을 때 우리나라 신하는 모두 어전의 저 아래 마룻바닥에 꾸부리고 앉아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놀랄 정도로 예의가 바르구나 생각했겠지. 신하 사이에서도 윗사람 앞에서 아랫사람은 머리를 조아려 더욱 그런 느낌이었겠지. 그걸 보고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하였을 거야. 이 말을 한 사람은 우리를 칭찬하기 위해 의도에서 한 것이겠지만,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지나친 서열사회, 지나친 계급사회를 가진 이상한 나라를 지칭하는 말이지. 잘못된 문화야. 동방예의지국이란 이상한 나라란 말이라네.
지원: 네. 저도 그 말이 우리나라를 예의 바른 나라라는 칭찬이라고 배웠어요.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어요.
교수: 지원이 그걸 못깨달은 것은 문화적 세뇌의 탓에다가 비판이 전혀 먹히지 않는 주입식 교육 때문이야. 나도 어릴 때 그렇게 배워 그렇게 알고 있다가 이건 아니다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외국에 유학 가서야.
지원: 네. 북한이 지금 같이 극단의 독재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서열언어가 일정한 기여를 하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교수: 잘 보았단다. 지원도 거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사고능력이 생겼네.
지원: 네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들은 학습효과인가 봐요.
교수: 오늘날의 공산국가 대부분은 정도는 다르지만 개인주의, 시장경제 등을 가미하는데 반하여, 북한은 공산주의보다 더 심각한 김씨 일가의 개인숭배 국가로 전락했지. 이렇게 되는 데는 서열언어의 뒷받침을 받는 집단주의 때문일 거야. 게다가 민주주의를 경험해보지 못한 점이 또한 크게 기여했을 거야. 전제체제인 조선에 이어 전제체제인 일본통치로 되었다가 곧 바로 독재국가인 공산국가가 되어서 북한주민은 민주주의를 전혀 경험하지 못해 공산주의가 되기 쉬웠고 그 후 개인주의로 되기도 쉬웠을 거야. 민주주의가 뭔지 알아야 민주화를 요구할 것이 아니겠나. 이런 요인이 김씨 일가를 숭배하는 세뇌교육이 먹혀들도록 하는 성공 요인이랄 수 있지.
지원: 좀 전에 공자사상도 그런 북한의 세뇌교육의 한 성공요인이라 하신 것 같아요. 좀 설명을 해주세요?
교수: 앞에서 말한 대로 북한 주민의 초기세대가 받아온 전제주의 이론을 제공한 공자의 사상에 익숙한 것이 김씨 일가에 충성하도록 하는 데 성공한 상당한 공헌을 하였을 거야. 그런 이론에 따라 학습한 후세대도 그런 마음가짐을 자연스레 학습했을 테죠. 아마 고난의 세대라든가 그런 어려운 시대가 아니었으면 오늘날 같은 탈북현상도 없었을 거야. 공자사상은 이처럼 독재정치의 밑바탕이 되는 유교사상의 창시자야. 그는 왕은 무조건 왕으로 섬기고 부모는 무조건 부모로 모시라는 취지로 세뇌교육을 수천년간 가르치게 한 장본인이야. 북한을 오늘날 북한으로 만드는 데 이런 가르침이 크게 기여했다는 게 내 생각이야. 개인숭배의 세뇌교육이 통하도록 말이야.
지원: 네. 그럼 원인을 알았으니 서열문화를 고치는 방법도 있다봐요. 이를 어떻게 고칠 수 있다고 보세요?
교수: 먼저 존댓말, 반말을 없애야 할 거야. 근데 그게 불가능할 거야.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한 말이야.
지원: 전혀 가망이 없어 보이네요.
교수: 노력하면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을 거야.
지원: 한국말을 바꾸는 언어적 문제 말고 어떤 노력이 있을까요?
교수: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선배와 후배라는 말도 없애고, 신문언론도 기수를 표시하는 관례를 버리고, 대통령도 몇 대 대통령이니 하는 말을 쓰지 말고, 학번도 연도를 의식하도록 쓰지 말고 주민등록번호도 연도를 넣지 말아야지. 사회에서는 형, 오빠, 누나 등 가족 용어를 쓰지 않는 등 노력이 필요해. 지금 하고 있는 성과급제를 좀 더 개선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면 많이 좋아질 거야. 그러나 존댓말과 반말이 존재하는 한 이런 완화도 일시적 효과뿐일지도 몰라. 누군가 주장했듯이, 우리 언어를 몽땅 버리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일지도 몰라.
지원: 언어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교수: 가능할지도 몰라. 우리나라는 집단주의의 특징 중 하나로 유행도 쉽게 번지는 사회니까 영어배우기 열풍을 이용하면 한두 세대 지나면 영어공용어가 꿈에 머물지만 않을 수도 있지.
지원: 네.
교수: 서열문화의 요인 중 하나인 유교사상도 없애야 하는데 그거 쉽지 않을 거야. 나아가 군사독재의 후유증으로 인한 서열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한두 세대로는 힘들거야. 나쁜 건 빨리 배우지만 그 치유는 시간이 무한정 요괴돼.
지원: 절망적이네요.
교수: 절망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잇을 수는 없지. 다 같이 꾸준히 노력해야지.
지원: 네.
교수: 오늘은 이만 하고 내일은 형식주의에 대해 설명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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