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에 사는 신선이니라(1)
9월 11일 하늘에서
내가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데
꽝하는 테러의 폭발음에 잠이 깨
인간들이 또 말썽을 부리는가 싶어
사바세계를 내려다보았다.
뉴욕 쪽이 온통 먼지투성이구나.
옛날에는 저것들이 서로 입을 맞추어
내 구들장까지 올라왔기에
내가 바벨탑을 부숴 버렸지만,
요즘은 히로시마나 뉴욕에서 보듯이,
그다지 높이 쌓지 않는 것들도
원자탄이나 비행기로 저희들끼리
부수고 죽이고 하여
내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구나.
그래, 그렇게 부지런히 부수어라.
기특한 것들이니 하늘에 오면
내 후한 상을 내리리라.
그때까지 나는
자던 낮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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