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에 사는 신선이니라(2)
-천상의 낚시-
나는 하늘에 사는 신선이니라.
2001년 9월 11월 쾅하는 굉음소리에
낮잠을 깨어 사바세계를 내려다보니
온통 우유빛 투성인지라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구나.
저곳에 숨어 있는 게 누구인고?
옳거니, 내가 흰쥐를 만들려다가
유전인자를 조금 잘못 배열하여
운이 좋게 태어난 아담의 후손들이구나!
덤으로 태어났으니 있는 듯 없는 듯 살라고
단단히 일렀거늘 내가 잠시 낮잠을 즐기는 사이에
오늘도 무슨 짓을 저질렀나보구나.
천사들아
저들의 죄 목록을 가져오너라.
그간의 죄를 오늘 심판하리라.
분류체계는 흰쥐과 아담종 죄장(罪障)이니라.
어디 보자. 내 영광을 위하여 기르는
들짐승이랑 날짐승이랑 물짐승이랑 모두
독살시키고 총살시키고 옭아 죽이고
머리통을 도끼로 쳐 죽여 매운탕을 끓여
날마다 무병장수의 보신잔치를 벌이었구나.
너희들을 살려두었다가는 내 영광의 땅에
살아 있는 것들은 씨조차 남지 않겠구나.
너희가 죽어 혼이 하늘에 오면
나까지도 잡아 보신잔치를 벌이겠거니
후롼이 없도록 오늘 너희들을 몽땅 잡아
매운 고추 많이 썰어 넣으면 혼조차 삶아진다는
매운탕을 끓여 먹으리라.
어떻게 잡는다?
돈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것들이러던가?
그렇다, 돈 미끼로 낚시를 해야겠구나.
낚싯줄에 돈을 매달자마자 소문대로 돈! 돈! 돈! 하며
가장 먼저 정치꾼과 졸부들이 우글거리는구나.
보신탕 덕으로 하나같이 배불룩이 월척들이로구나.
너희를 만든 것은 내 실수였지만
기른 것은 내 의지였던지라
그토록 정성스레 기른 너희들을 낚아
매운탕으로 끓여먹어야 할 오늘에 이르렀구나.
돈 탓이든 보신탕 탓이든 월척이 된 너희 죄목에 따라서
맛과 향이 독특한 매운탕으로
오늘 저녁상이 진수성찬이겠구나.
어서 물어라.
하늘에는 입에 듬뿍 노자를 물고 가야한다고
너희들 입으로 이르지 않았더냐?
이 미끼 돈을 무는 선착순에 따라
공짜 노자 잭팟까지 터질 수 있는 하늘여행이니라
낚시 바늘에 코가 꿰인 채 매달리면
그동안 챙긴 돈과 살육의 무게에 따라
좀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이미
하늘에 올라와 있으리라.
기른 정으로 해서 너희에게
마지막 베푸는 사랑이니
자, 자. 입질만 말고 어서 물어라
신선주 한 잔을 미리 따뤄 놓자.
아, 시장기가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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