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제4부큐피드화살 을쏘다

서쪽 창을 여니

매미가 웃는 까닭 2016. 1. 6. 19:40

 

 

서쪽 창을 여니

 

 

늘 그리운 그대가

오늘 따라 더욱 그리워

서쪽으로 낸 창을 엽니다.

분홍빛을 다 뿜어서 하늘을 물들이고

탈진한 것들은 희미한 그림자가 되어

노을 속으로 실종합니다.

내게 분홍빛 사랑을 다 쏟고

희미한 그림자로 탈진한 그대도

저 노을 속으로 실종했었지요.

 

분홍빛 하늘 중에서도

가장 선명한 부분을

하트모양으로 오려내서

그대의 웃는 얼굴을 그리고

그립다는 사랑의 시를 써서

애절한 곡을 붙여 불러봅니다.

그대의 입술에 키스를 하며

그 곡을 큰 소리로 부르니

노래가 엉엉 울음이 되고

눈물이 펑펑 노래로 쏟아집니다.

 

내 울음과 노래가 뒤범벅이 되어 번지자

지금 막 실종하려던 것들이

나를 따라 훌쩍이기 시작하고

하트 속 그대의 웃는 눈에서도

눈물이 펑펑 노래로 쏟아지겠지요.

그렇게 그리움을 다 쏟고 나니

나도 희미한 그림자가 되어갑니다.

그대가 실종한 저 노을 속으로

노래와 울음을 삼키며 이제

나도 실종할 시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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