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살고 싶다.
물구나무를 선다.
시원한 푸른 하늘에 발을 담그고
나를 떠받들어오던 지구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올린다.
내 앞에서 늘 거들먹거리던 인간들이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린 채
내 가랑이 사이에서 꿈틀거린다.
별이 민들레꽃으로 총총히 핀 은하수를 따라
이 지구를 들고 우주 바깥으로 두 팔로 저벅저벅 걸어가
저 인간들이랑 저것들이 벌집처럼 매단 아파트랑을
몽땅 쓰레기장에 툭툭 털어 버리고 싶다.
버린 후 울퉁불퉁해진 곳을 잘 고르고 나서
꿈 한 톨을 정성스레 심고 싶다.
밤마다 맑디맑은 은하수를 길러다 듬뿍 뿌려주면
뿌리가 내리고 가지가 쭉쭉 뻗고 잎사귀가 무성해질 것이고
꿈의 잎사귀만 먹고사는 노루 한 마리를 풀어놓고
그 노루와 함께 뛰놀고 싶다.
가지 마디마디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
그 꿀만 빨고 사는 벌과 나비를 불러와
함께 나풀나풀 춤추고 싶다
그 꽃에 맺히는 열매만 먹고사는
새 한 마리를 풀어놓아
열매를 먹는 것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다.
열매 속의 씨를 먹은 새들이 여기저기 똥을 싸면
온 지구가 꿈나무로 뒤덮게 하여
꿈의 땅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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