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 제2부 그때 그 시절

강설(降雪)

매미가 웃는 까닭 2015. 12. 14. 23:15

 

 

강설(降雪)

     --시조 1--

 

천상(天上)의

허(虛)에서

 

무(無)들은

오래

오래

 

순결의

무게로

 

육모로

꽃발 빚어

 

빛바랜

인간사(人間事)마다

 

소록

소록

목화 밭


*작시후기: 오래전 어느 겨울 날 내가 아는 어떤 동료학생이 자기 가까운 친척이 경찰고위 층에 있다 하기에 내가 어려서 어렴풋이 들은 내 집안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조사해봐 달라해던 일이 있었다. 이 시는 그날 도서관 휴게실에서 그날 그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은 날이다. 그는 내가 연좌제로 법을 공부해도 소용없다고 하기에 법공부를 포기하고 멍하기 눈이 펑펑 쏟아지는 도서관 바깥을 보고 지은 것이다. 박정희시대에 많은 사람이 나처럼 내가 하지 않을 일에 눈물을 흘리었으리라. 이 시를 맘속으로 짓고 나니 눈물이 나도 모르게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걸 훔치지 않고 창밖의 쏟아지는 눈....세상 만사 겉으로나마 깨끗해졌으면.... 그 시절..... 그렇게 총구에 가버린 인간... 그 인간을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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