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 제2부 그때 그 시절

산에 관한 단상(斷想)

매미가 웃는 까닭 2015. 12. 14. 23:20

 

 

 

산에 관한 단상(斷想)

 

(1)

 

산에 사는 것들 중

대단한 것들은 낮은 곳에 살고

별것 아닌 것들은 높은 곳에 산다.

 

큰 나무들은 산자락에서 살고

작은 나무들은 산봉우리에 산다.

큰 새는 산자락에서 살고

작은 새는 산봉우리에 산다.

속 넓은 훈훈한 바람은 산자락에 살고

속 좁은 쌀쌀한 바람은 산봉우리에 산다.

 

그래서 그런지 산 아래에 사는

덩치는 크지만 맘이 작은 사람이

산 위에 올라가 야호 하고

큰 소리를 지르고 나면

덩치는 작지만 맘이 큰 사람이 되어

산 아래로 내려온다.

 

(2)

 

산에서는 끼리끼리 모여 산다.

풀은 풀끼리

나무는 나무끼리.

물도 돌도 끼리끼리 모여 산다.

 

산 아래 사는 사람은 외로우면 산에 오른다.

야호 한 번 소리를 지르면

야호 대답해주는

같이 외로운 메아리가 짝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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