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등반
-인왕산이 개방되던 날 2-
내일부터 개방된다는 인왕산을 오르려고
등산배낭을 꾸려 머리맡에 놓고 잤다.
인왕산에 오르고 거기 오래 머물던 부부 중
부인이 실족사하고 그녀 무덤으로
추락사한 그 사내가 내 꿈에 나타나
인왕산이란 오리지 못해도
추락사하는 맛에 오를만하단다.
그보다 하찮은 나는 목숨에 애착이 강해
인왕산에 오르는 기분만을 느껴보려고
충북 수안보 근처의 월악산을 오른다.
오르기는 힘들었지만 영봉에 걸터앉으니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바로 나로구나.
내노라 하는 등산꾼이 자일이랑 암벽화를 갖추고도
그 밑바닥에서 바라보기만 하여도
현기증이 나 추락하고 만다는 인왕산을
왜 사람들이 그토록 오르고 싶어하고
오른 후 왜 오래 눌러앉고 싶어하는지를
어렴풋 알 것도 같을 즈음
아래를 내려다본다,
산이란 본래 오래 머물다보면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를 확인하고자
아래를 내려보고픈 호기심이 생기는데
하찮은 세상만 내려다 보여 까뭉개고픈 유혹에
함부로 발을 움직이게 마련이다.
때로는 낮은 곳에 있는 것들이 하찮게 보여
의기양양하게 손까지 흔들어주는
건방을 떨다가 추락할 수도 있다.
인왕산보다 낮은 월악산에서 나는
손도 발도 건방을 떨지 않았는데도
오래 머물러 현기증을 느껴
그 영봉을 기어 내려온 날 밤
그 전날 밤의 꿈에 나타난 그 사내가
다시 꿈에 나타나서 졸장부라고 나에게
손가락질하며 다가와 뒷걸음질친다.
그러다 추락하여 소리 지르다가
꿈을 깨니 식은땀이 온몸에 흥건하다.
배낭은 입을 벌린 채 머리맡에 놓여 있고
배낭 끈 하나가 그 사내처럼 나를 향해
졸장부라고 손가락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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