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스톱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얘들아
인생은 고스톱이란다.
행복이라는 판돈을 걸고
아버지가 선을 잡고
어머니가 말을 하여
사랑을 뒤섞어 너희들을 낳으니
아빠 따라 부자나 가난뱅이로 태어나고
엄마 따라 아름답거나 추하게 태어나
이른바 패라는 게 손에 쥐어진다.
든 패와 깔린 것들을 보고
잠시 점쟁이가 되어
껍질로 갈 것인지
광으로 갈 것인지를 점쳐보아야 한다.
기회는 낙장불입이란 걸 염두에 두고
버리기에 아까운 것만 손에 들었을 때
버리기 가장 싫은 것을 서슴없이 버려서
족집게처럼 맞춰 먹겠다는
두둑한 배짱이 필요하다.
잘 된다고 싱글벙글 하지 마라.
손바닥에서 세상을 읽은 눈치 빠른 앞 사람이
서둘러 3점을 낼 때가 그때니라.
잘 풀리지 않는다고 찡그리지도 마라.
그 앞사람이 투 고(go) 쓰리 고(go)를
마구 해댈지도 모른다.
세상 모두가 싱글벙글 거릴 때
손에 든 것을 쇼다운(show down)*하여
십 년 묵은 체증을 한꺼번에 몽땅
세상에 떠넘길 수도 있단다.
빈털터리가 그처럼 즐거울 수가 없느니라.
비광 하나 젖혀 먹은 걸 보고 5광을 한다는
흥분 잘하는 훈수군의 말은 귀 밖으로 흘리어라.
훈수꾼이란 따면 개평을 달라 하지만
잃으면 벌금을 대신 내주지 않느니라.
아무리 열심히 치더라도
뒷장이 따라주지 않아 설사만을 하다가
누군가 그 설사한 걸 싹쓸이해 가면
피박과 광박을 함께 당할 각오도 해야 한다.
밑천이 없는데다가
피박과 광박까지 당하기에 풀이 죽을 즈음
내가 설사했던 것이 한 순을 돌고 돌아와
내가 싹쓸이를 해 와 하나씩 껍질까지 받아
겨우 3점을 만들어 스톱(stop)을 외치고는
만세를 부르는 순간
행복이란 많이 따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단 3점만으로 얻는 것이고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없느니라.
설사와 싹쓸이와 피박과 광박을
씌우거나 씌워지는 맛이 있고
여기저기 폭탄이란 게 깔려있어
조마조마한 감칠맛이 고스톱에 있듯이
인생도 그런 것들이 많아 살맛이 있단다.
열심히 쳐야만 그런 맛을 즐길 날이 오느니
자, 어서 책을 펴고
인생의 고스톱 치는 방법을
열심히 배워보자.
*쇼다운(show down): 흔히 일본식 발음으로 쇼당(사전에도 없는 본인의 설명)
'(블로그시집) 제6부 세상은 재밌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 --2002 한일월드컵 축구경기- (0) | 2016.06.27 |
---|---|
100원 짜리 행복 (0) | 2016.04.30 |
압구정동 도읍한 인어황국 만세다 (0) | 2016.04.30 |
한강 유람선을 타고 (0) | 2016.04.30 |
돈에 대한 소고 (0) | 2016.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