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 제6부 세상은 재밌다.

인생은 고스톱

매미가 웃는 까닭 2016. 4. 30. 00:30




인생은 고스톱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얘들아

인생은 고스톱이란다.

행복이라는 판돈을 걸고

아버지가 선을 잡고

어머니가 말을 하여

사랑을 뒤섞어 너희들을 낳으니

아빠 따라 부자나 가난뱅이로 태어나고

엄마 따라 아름답거나 추하게 태어나

이른바 라는 게 손에 쥐어진다.

 

든 패와 깔린 것들을 보고

잠시 점쟁이가 되어

껍질로 갈 것인지

광으로 갈 것인지를 점쳐보아야 한다.

기회는 낙장불입이란 걸 염두에 두고

버리기에 아까운 것만 손에 들었을 때

버리기 가장 싫은 것을 서슴없이 버려서

족집게처럼 맞춰 먹겠다는

두둑한 배짱이 필요하다.

 

잘 된다고 싱글벙글 하지 마라.

손바닥에서 세상을 읽은 눈치 빠른 앞 사람이

서둘러 3점을 낼 때가 그때니라.

잘 풀리지 않는다고 찡그리지도 마라.

그 앞사람이 투 고(go) 쓰리 고(go)를

마구 해댈지도 모른다.

 

세상 모두가 싱글벙글 거릴 때

손에 든 것을 쇼다운(show down)*하여

십 년 묵은 체증을 한꺼번에 몽땅

세상에 떠넘길 수도 있단다.

빈털터리가 그처럼 즐거울 수가 없느니라.

 

비광 하나 젖혀 먹은 걸 보고 5광을 한다는

흥분 잘하는 훈수군의 말은 귀 밖으로 흘리어라.

훈수꾼이란 따면 개평을 달라 하지만

잃으면 벌금을 대신 내주지 않느니라.

 

아무리 열심히 치더라도

뒷장이 따라주지 않아 설사만을 하다가

누군가 그 설사한 걸 싹쓸이해 가면

피박광박을 함께 당할 각오도 해야 한다.

밑천이 없는데다가

피박과 광박까지 당하기에 풀이 죽을 즈음

내가 설사했던 것이 한 순을 돌고 돌아와

내가 싹쓸이 해 와 하나씩 껍질까지 받아

겨우 3점을 만들어 스톱(stop)을 외치고는

만세를 부르는 순간

행복이란 많이 따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단 3점만으로 얻는 것이고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없느니라.

 

설사와 싹쓸이와 피박과 광박을 

씌우거나 씌워지는 맛이 있고

여기저기 폭탄이란 게 깔려있어

조마조마한 감칠맛이 고스톱에 있듯이

인생도 그런 것들이 많아 살맛이 있단다.

열심히 쳐야만 그런 맛을 즐길 날이 오느니

자, 어서 책을 펴고

인생의 고스톱 치는 방법을

열심히 배워보자.

*쇼다운(show down): 흔히 일본식 발음으로 쇼당(사전에도 없는 본인의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