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 제6부 세상은 재밌다.

한강 유람선을 타고

매미가 웃는 까닭 2016. 4. 30. 00:27




한강 유람선을 타고

 

강남에서 온 그녀가

뱃머리를 바라보고 앉고

강북에서 온 나는

뱃꼬리를 바라보며

마주앉아 한강의 유람선을 탄다.

 

뒤쪽을 보며 앉으니 재미없지요?

라고 묻는 그녀 어깨 너머로

누렇게 빛바랜 깡마른 강북이

천 원짜리 소액권처럼 구겨졌다.

 

따가운 햇볕이 얼굴에 비추자

“덥네요”라고 말하는 그녀가

강남방향의 뱃가로 가서 앉는다.

나도 그녀 따라 맞은편에 앉는다.

시원하네요 하고 환히 웃는

그녀의 어깨 너머로 살찐 강남이

만 원짜리 고액권처럼 빳빳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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