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02 한일월드컵 축구경기-
세계여, 들리는가!
수천만의 붉은 악마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대~한민국!
엇박자로 지르는 저 함성을
축복의 대~한민국에서는
둥근 공이면 발뒤꿈치로 차더라도
상대 골대 안으로 쉽게 굴러 들어가겠지만
그까짓 쉬운 골이라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눈두덩에 피도 좀 흘리고
코뼈가 부러지기도 하고
발만 갖다대면 골인될 공을
힘껏 걷어차 하늘로 날려 보내
한탄을 자아내기도 하면서
다 진 게임에 막판의 동점골을 만들어
연장전에서 큰 헛발질로 골든골을 만들거나
조마조마한 승부차기를 하여가며
반세기 동안 해보지 못해 늘 꿈꾸어왔던
첫 승을 위해 필요한 단 한 골에다 5개를 더 보태어
슛! 골인! 슛! 골인! 슛! 골인! 슛! 골인! 슛! 골인! 슛! 골인!
이렇게 단 여섯 골로
와, 첫 승이다!
와, 16강이다!
와, 8강이다!
와, 4강이다!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축구에서는 발로만 골을 넣는 게 아니듯이
머리로 받아서도 넣고 또 넣었다.
눈물은 슬퍼서만 흘리는 게 아니지 않은가
울 수 있는 모든 것들아, 목 놓아 울어라!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들아, 덩실덩실 춤추어라!
소리 낼 수 있는 모든 것들아, 엇박자로 소리 질러라!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히딩크님이여, 감사합니다,
당신이 예언하신 대로 지금
세계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나이다.
우리의 반세기 한을 풀어준 그대는
우리의 구세주.
우리 붉은 악마와 손에 손을 잡고
함께 춤추며 눈물을 흘리며
대~한민국!을 소리 질러
우리 대~한민국의 백의민족은
흰옷을 입고 붉은 악마가 되면 반드시
꿈을 이룬다는 것을 증언해 주셨나이다.
세계여, 따라하지 않겠는가,
이 소리를, 이 춤을, 이 엇박자의 손짓을!
그대들의 대대손손에게
이런 손벽치기를
보여주고 들려주고 가르쳐주어
대한민국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라.
품은 꿈을 반드시 이루는 나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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