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에서
-대천 해수욕장에서-
치부만 가리고
비닐튜브에 몸을 누이니
둥둥 물위로 떠오른다.
그 동안 잔뜩 껴입은 무게로
세상 바닥에 가라앉은 채
허우적거리기만 했구나.
하늘에 일렁이는 구름을 쳐다보며
물결에 몸을 맡겨보니
파도가 등 뒤로 일렁이며 흘러간다.
세상사도 등 뒤로 흘리면 그만인데
엎드려 팔을 저어 헤엄치다가
짠물만 실컷 들이키고 말았었구나.
일렁임이 지루하여
튜브를 깔고 엎드려서
한 아름 안아서
한 아름 버려본다.
사랑도 미움도 세상사도 모두
이처럼 안아서 버리면 그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