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어머니를 기리는 가을노래-
오늘 고향 뒷산을 올라봅니다.
어머니가 늘 산나물 캐시던
그 산비탈에 들국화 한 송이가
얼굴보다 크게 웃고 있습니다.
어디에선가
향긋한 어머니 말씀이 들립니다.
얘야, 힘들지?
네 어머니 땀도 나고, 숨도 차고, 다리가 너무 아파요.
얘야, 나처럼 환하게 웃어보렴
산비탈을 오를 땐 그래야 잘 오를 수 있단다.
네, 어머니.
환하게 웃으며
날듯이 산비탈을 오릅니다.
그 들국화가 피어있던 곳에 다다릅니다.
그런데 그 들국화가 온데간데없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저 멀리 돌 틈에 한 송이 피어있습니다.
저 높은 벼랑에도 한 송이 피어있습니다.
갑자기 눈이 가려워 눈을 부빕니다.
그리고 크게 떠 봅니다.
잡초 사이사이에 송이송이
내 발 아래에도 한 송이
산비탈은 온통 꽃밭이고
들국화 향으로 그윽합니다.
내 입이 간지럽습니다.
어느새 얼굴보다 크게 입을 벌리고
세상 산비탈에 서서 나도
한 송이 들국화로 웃고 있습니다.
때마침 부는 미풍을 타고 나의 향이
능선 따라 골짝 따라
은은히 풍겨나갑니다.
들굴화꽃이 모두 생정 어머님 모습입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그냥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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