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 제3부 어머님이여!

들국화 -어머니를 기리는 가을노래-

매미가 웃는 까닭 2015. 12. 27. 23:03

 

 

  들국화

      -어머니를 기리는 가을노래-

 

오늘 고향 뒷산을 올라봅니다.

어머니가 늘 산나물 캐시던

그 산비탈에 들국화 한 송이가

얼굴보다 크게 웃고 있습니다.

 

어디에선가

향긋한 어머니 말씀이 들립니다.

 

얘야, 힘들지?

네 어머니 땀도 나고, 숨도 차고, 다리가 너무 아파요.

얘야, 나처럼 환하게 웃어보렴

산비탈을 오를 땐 그래야 잘 오를 수 있단다.

네, 어머니.

환하게 웃으며

날듯이 산비탈을 오릅니다.

 

그 들국화가 피어있던 곳에 다다릅니다.

그런데 그 들국화가 온데간데없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저 멀리 돌 틈에 한 송이 피어있습니다.

저 높은 벼랑에도 한 송이 피어있습니다.

 

갑자기 눈이 가려워 눈을 부빕니다.

그리고 크게 떠 봅니다.

잡초 사이사이에 송이송이

내 발 아래에도 한 송이

산비탈은 온통 꽃밭이고

들국화 향으로 그윽합니다.

 

내 입이 간지럽습니다.

어느새 얼굴보다 크게 입을 벌리고

세상 산비탈에 서서 나도

한 송이 들국화로 웃고 있습니다.

때마침 부는 미풍을 타고 나의 향이

능선 따라 골짝 따라

은은히 풍겨나갑니다.

들굴화꽃이 모두 생정 어머님 모습입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그냥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