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 제3부 어머님이여!

종이비행기 --미국에서 오는 딸을 인천공항에서 기다리며--

매미가 웃는 까닭 2015. 12. 26. 14:54

 

 

   종이비행기

     --미국에서 오는 딸을 인천공항에서 기다리며--

 

 

(1)

어린 시절 어느 가을날

새털구름 속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처음 보았을 때

나도 하늘을 날아가고 싶었다.

그날부터 비행기 높이는 내 꿈의 높이였고

그 비행기가 사라진 새털구름 속으로 저쪽은

내 동경의 나라였다.

 

나는 날마다 종이비행기를 접어

하늘로 던져 날렸다.

날리는 것마다 곧바로 곤두박질치고

부서진 꿈의 조각처럼 종이비행기가

마당을 하얗게 뒤덮던 날 밤이면 훌쩍이다가

자꾸 던지다 보면 언젠가는 그 중 하나가

하늘 높이 날아 새털구름 속으로 저쪽으로

갈 수 있으리라 스스로 달래다가 잠이 들면

마당의 종이비행기가 일제히 날아오르고

그 중 가장 큰 새하얀 비행기에 타고

나는 신나게 하늘을 날아다니었다.

 

(2)

비행기를 처음 보던 때의 나만큼 자란 딸아이가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처음 보던 어느 가을

비행기가 날아간 하늘 저쪽으로 날아가고 싶다며

나에게 종이비행기를 접어달래서 하늘로 던졌다.

던진 것마다 곧바로 곤두박질치고

밤이면 훌쩍거리는 그 애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던지다 보면 언젠가는 그 중 하나가

그 애의 꿈을 싣고 하늘로 날아오르리라고

스스로를 달랠 수 있으리라.

그런 날 밤이면 그 애 꿈속에서 나는

그 애와 함께 종이비행기를 타고

새털구름 속으로 날아다녔다.

아침에 깨어나 그 애가 새털구름을 쳐다보고

꿈속에서 웃던 웃음을 내게 쌩긋 웃어주곤 했다.

 

(3)

“아빠, 매일 종이비행기를 접고 있어

그 중 하나가 하늘로 날아오르면 그걸 타고

아빠가 날아간 새털구름 속으로 아빠에게 날아갈 거야.“

그렇게 편지를 써 보내던 딸아이가

하얀 옷을 입고 하늘에서 날아온 천사처럼

인천공항 도착출구에서 걸어 나왔다.

공항청사를 벗어나자 그 애가 열어 보인 여행가방은

하얀 종이비행기로 가득 차있었다.

하늘에는 새털구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공항에는 하얀 비행기가 종이비행기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4)

딸아이는 가방 가득 가져온 종이비행기를

아침부터 던지기 시작하더니

마당이 하얗게 뒤덮여지던 날

그 중 하나가 날아오르자 그걸 타고 홀연히

새털구름 속 저쪽으로 날아갔다.

나는 그 애가 남긴 종이비행기를

그 날부터 날마다 하늘로 던진다.

그 애가 못 견디도록 그리운 날

그 중 하나가 반드시 날아오를 것이고.

그걸 타고 새털구름 속 저쪽으로

그 애에게 날아갈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