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밤
애벌레 때부터 그리워해 온 하늘.
아무 가지나 오르면
그 하늘을 볼 수 있으리라.
그래 진종일 이 가지 저 가지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지쳐서 어느 잔가지에서 내려보면
아찔한 무서움에 고개를 처박은 채
초저녁잠이 들었구나.
잘 자거라
풍문이 분분하여 쌀쌀한 밤이다.
낮 동안 빛나던 것일수록 뒤숭숭한 악몽이 되지.
그게 눈까풀을 들추어 한두 번 곤한 잠을 깨우기는 하겠지만
악몽을 꾸어주지 않고는 아무 것도 잊지 못하고
잊지 못하면 아침에 눈꺼풀이 끈적거려
깨어날 수가 없단다.
누가 아니?
욕심을 비운 마음에만 꿈 같은 소식을
입에 물고 기다린다는 까치 한 쌍이
네가 모든 걸 악몽으로 밤새 비운 내일 새벽에
코발트색 하늘 한 조각을 물어와
네가 오르던 잔가지 끝에 걸어놓고
깍깍 울면서 너를 깨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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