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 제3부 어머님이여!

벌레의 밤

매미가 웃는 까닭 2015. 12. 25. 10:39

 

 

벌레의 밤

 

애벌레 때부터 그리워해 온 하늘.

아무 가지나 오르면

하늘을 볼 수 있으리라.

그래 진종일 이 가지 저 가지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지쳐서 어느 잔가지에서 내려보면

아찔한 무서움에 고개를 처박은 채

초저녁잠이 들었구나.

 

잘 자거라

풍문이 분분하여 쌀쌀한 밤이다.

낮 동안 빛나던 것일수록 뒤숭숭한 악몽이 되지.

그게 눈까풀을 들추어 한두 번 곤한 잠을 깨우기는 하겠지만

악몽을 꾸어주지 않고는 아무 것도 잊지 못하고

잊지 못하면 아침에 눈꺼풀이 끈적거려

깨어날 수가 없단다.

 

누가 아니?

욕심을 비운 마음에만 꿈 같은 소식을 

입에  물고 기다린다는 까치 한 쌍이

네가 모든 걸 악몽으로 밤새 비운 내일 새벽에

코발트색 하늘 한 조각을 물어와

네가 오르던 잔가지 끝에 걸어놓고

깍깍 울면서 너를 깨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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