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poetry)

대~한민국!

매미가 웃는 까닭 2015. 11. 13. 22:29

 

 

 

대~한민국!

-한일월드컵 축구경기-

 

세계여, 들리는가,

수천만의 붉은 악마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대~한민국!

엇박자로 지르는 저 함성을!

 

축복의 대~한민국에서는

공이 둥글어 발뒤꿈치로 차더라도

상대 골대 안으로 쉽게 굴러 들어가겠지만

그까짓 쉬운 골이라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눈두덩에 피도 좀 흘리고

코뼈가 부러지기도 하고

발만 갖다 대면 골인될 공을

힘껏 걷어차 하늘로 날려 보내

탄식을 자아내기도 하면서

다 진 게임에 막판의 동점골을 만들어

연장전에서 큰 헛발질로 골든골을 만들거나

조마조마한 승부차기를 하여 가며

반세기 동안 해보지 못해 늘 꿈꾸어왔던

첫 승을 위해 필요한 한 골에다 5개를 더 보태어

슛! 골인! 슛! 골인! 슛! 골인! 슛! 골인! 슛! 골인! 슛! 골인!

와, 첫 승이다!

와, 16강이다!

와, 8강이다!

와, 4강이다!

단 여섯 골로 4강이다.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축구에서는 발로만 골을 넣는 게 아니듯이

눈물은 슬퍼서만 흘리는 게 아니지 않은가

울 수 있는 모든 것들아, 목 놓아 울어라!

움직이는 건 두 손만이 아니지 않은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들아,

엉덩이를 움직여라

덩실덩실 춤추어라!

소리 내는 건 입만이 아니라

소리 낼 수 있는 모든 것들아,

엇박자로 맞부딪쳐라

그러면서 소리 질러라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히딩크여!

당신이 예언하신 대로 지금

세계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게

우리 붉은 악마가

당신 같은 구세주와

엇박자를 치며

꿈을 이루었나이다.

 

붉은 악마들이여!

그대의 꿈을 이루려면

오늘처럼 엇박자로 손벽치며   대~한민국이라 함성질러

그대들의 대대손손의 가슴 속에 울리게 하라,

그러면 그들의 꿈도 이루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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