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허턴의 하루
나의 몽유병은 꼭두새벽
플러슁발1) 맨허턴행 만원 지하철
키 큰 금발 여자의 큰 콧구멍 밑에 서면
버터 냄새나는 콧김에 취하면서 시작된다.
일 달러(dollar)만 지불하고 맨허턴에 가면
달러는 어디에나 낙엽처럼 흩날린다지
월가(Wall Street)의2) 장세는 늘 상승세라고 했던가
다만 긁어모을 날카로운 손톱이 필요하다고들 하기에
내내 junk food을3) 먹으며 오기처럼 길러온 손톱으로
오늘은 틀림없이 달러를 낙엽처럼 잔뜩 긁어모을 거야
그래서 빌리(Billy) 목사가 설립한 (주)천당의 지분(持分)을 살 거야
일진이 나쁜 탓인가
오늘은 달러 한 장 날리지 않고
월가 장세는 종일 하향세이다.
속만 타 홧김에
꼬깃꼬깃 속주머니에 감추어둔
마지막 자존심을 털어 자동판매기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마시고 하늘보다 웃자랐다는
코카콜라 한 캔과 맞바꾸어 마셔버렸다.
빈털터리가 되고서
하늘이 콜라보다 더 새까만 줄
처음 알았다.
돌아가야지,
짐스러운 몸뚱이를 간신히
플러슁행 지하철에 무임으로 싣고 나니
차가 떨리는 대로 오한을 앓으며
몽유병 말기에 흔히 나타나는 헛소리를 한다.
“깨어나야지
깨어나야지”
1) 플러슁(Flushing): 미국 뉴욕시의 퀸즈구(Queens Borough)에 있으며 한인이 많이 사는 지역
2) 월가(Wall Street): 뉴욕시의 맨허턴 남부의 동서 방향의 거리로서 세계 금융의 중심지
3) junk food: 콜레스테롤이 많은 햄버거 등의 fast food. 쓰레기 음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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