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제4부큐피드화살 을쏘다

그녀에게 쓰는 가을편지

매미가 웃는 까닭 2016. 1. 6. 19:49

 

 

그녀에게 쓰는 가을편지

 

 

그대여

풍요로운 가을이 왔어요.

지난 계절들에 부산했던 덕택으로

거둘 것들이 벌판에 가득합니다.

까치밥은 남겨두고 거두겠어요.

땅 속 어딘가 있을 미물들을 위하여

충실하게 익은 것을 골라

아낌없이 버리기도 하겠어요.

따뜻함이 절실한 계절이라

낙엽으로 덮어주기도 하겠어요.

 

그렇게 가을걷이가 다 끝나면

그대를 초대할 차례입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땅에 막 떨어지려는

가장 아름다운 낙엽 한 장을 받아

이른 봄에 책갈피에 끼워둔 개나리꽃과 함께

진달래꽃으로 물들인 분홍빛 봉투에 넣어

침을 묻혀 우표를 붙인 초대장을 보내리다.


개나리꽃이 피기 시작한 시간부터

낙엽이 떨어지기까지의 길고 긴

그대의 달고 쓴 이야기를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마당에 앉아

국화주 잔을 밤새 기울이며

안주 삼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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