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쓰는 가을편지
그대여
풍요로운 가을이 왔어요.
지난 계절들에 부산했던 덕택으로
거둘 것들이 벌판에 가득합니다.
까치밥은 남겨두고 거두겠어요.
땅 속 어딘가 있을 미물들을 위하여
충실하게 익은 것을 골라
아낌없이 버리기도 하겠어요.
따뜻함이 절실한 계절이라
낙엽으로 덮어주기도 하겠어요.
그렇게 가을걷이가 다 끝나면
그대를 초대할 차례입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땅에 막 떨어지려는
가장 아름다운 낙엽 한 장을 받아
이른 봄에 책갈피에 끼워둔 개나리꽃과 함께
진달래꽃으로 물들인 분홍빛 봉투에 넣어
침을 묻혀 우표를 붙인 초대장을 보내리다.
개나리꽃이 피기 시작한 시간부터
낙엽이 떨어지기까지의 길고 긴
그대의 달고 쓴 이야기를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마당에 앉아
국화주 잔을 밤새 기울이며
안주 삼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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