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 제2부 그때 그 시절
냇가에서
매미가 웃는 까닭
2015. 12. 14. 23:04
냇가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물안개로 피어오르는 냇둑에 앉아
무릎에 턱을 괸다.
안개 낀 냇물에 함께 발을 담그던 그 아이들
더러는 낚싯대를 들고 냇물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고
더러는 족대를 들고 냇물을 거슬러 위로 올라갔었지.
아래로 내려간 아이들은 잉어나 붕어를 낚았고
위로 올라간 아이들은 피라미나 송사리를 건졌지.
낚시에 걸린 잉어나 붕어를 놓치기만 하던 아이들도
족대로 물풀만 건져 올리던 아이들도
저녁놀이 울긋불긋해지면 어깨동무를 하고
어둑어둑한 이 냇둑을 걸어오면서
보일 듯 말 듯한 얼굴로 서로 미소 지으며
저 냇물 소리를 따라 신나게 흥얼거렸지.
세월이 졸졸 흐르고
안개가 피어오르는 세상에 나간 아이들
큰 행운을 낚으려는 아이들은
세상흐름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을 것이고
작지만 제 멋에 살고 싶은 아이들은
세상흐름을 거슬러 위로 올라갔겠지.
어디건 저마다 크고 작은 행운을 낚거나 건져 올리고
더러는 낚던 행운을 놓치거나 슬픔만을 건져 올려도
어깨동무를 하며 고기를 잡던 그 시절의
세상이 흐르는 소리에 흥얼거리며
가족과 어께동무를 하고
나름대로 멋있게 살아가고 있겠지.
* 족대: 작은 그물을 두 막대기에 연결시켜 만들어 두 손으로 쥐고
물고기를 몰아서 잡도록 만든 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