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집) 제1부 나는 학이다.
동산(1)
매미가 웃는 까닭
2015. 12. 12. 20:14
등산(1)
--산을 오르며--
천상을 오르는 듯
산을 오른다.
이승의 업보를
곱추처럼 등에 지고
천상을 오르는 길
산을 오른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
잡풀의 따가운 환영
산새와 작별한지도 이미 오래다.
정든 이승이여 잘 있어라
뒤돌아보며 마지막 인사로 손을 흔들어주니
손바닥 하나에 가려지는구나
아아, 이제까지 내가 종이처럼 구겨진
저 깊고 조그맣고 후미진 곳에 살아왔구나
올라가자
저런 곳에 미련을 두지 말자
체중을 산등에 얹는다.
업보를 벗으려고 영혼을 맑게 하면
육신은 그만큼 더 무거워지듯
땀을 흘려 마음을 맑게 하니 오히려
흘린 땀의 무게만큼 체중은 무거워진다.
힘들여 한 걸음 올라가면
산이 귀찮은 듯 등을 추켜세워
두 걸음 밀어낸다.
그래도 세 걸음을 내디디면
내가 살던 곳은
황천으로 가라앉고
이승의 마지막 고행 길
천상을 오르는 길
산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