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제6강 반전은 짜릿하다
제6강 반전은 짜릿하다
콩트라는 짧은 소설이 있다. A4용지 몇 장 정도의 길이를 가진 아주 짧은 이야기이다.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어느 순간에 처음 것을 완전히 뒤집는 결말이 따른다. 예를 들면, 아이가 어떤 일을 저질러 놓고 아빠에게 많이 꾸지람을 들을까봐 걱정했다고 하자. 아빠가 퇴근하여 들어오실 때쯤 안절부절 하였다. 그런데 아빠가 꽃다발과 더불어 선물을 사오셔서 ‘네 선물!’ 하고 말했다. 실수가 오히려 좋은 결과로 나타나 엄마의 전화를 받은 후 축하해주기 위해 아빠가 사온 선물이라고 하자. 실수에서 좋은 결과, 꾸지람에서 꽃다발과 선물로. 이건 멋진 반전이다.
글쓰기에서의 반전이란 이처럼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향을 처음과 정반대로 뒤집어 놓는 것이다. 장편소설에서와 같은 긴 글에서는 크고 작은 반전이 여러 번 올 수 있지만, 꽁뜨와 시 같은 짧은 글에서는 대부분 끝에 한 번 나온다. 반전이 모든 글에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 잘만 사용하면 짜릿한 것이 반전이며 읽는 이의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 어쩌면 짜릿한 반전과 그 반전의 긴 여운은 짧은 글인 콩트의 묘미이다. 시에도 반전이 필요할 때가 많다. 아래에서는 제5강에서 도봉산을 쓰레기장이라고 하던 이야기를 어떻게 반전시키는지를 예시할 것이다.
아름다운 쓰레기장♥♥♥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하여 다시 산을 올라가려고 일어섰다.
“재인아. 울퉁불퉁, 구불구불, 뒤죽박죽, 제멋대로의 쓰레기 더미. 하느님이 실수한 것을 버린 저 쓰레기 더미로 다시 올라가보자.”
“하하하.”
“그런데 왜 쓰레기 냄새가 안 날까?”
“하느님의 쓰레기장이라서 아름다워서이지.”
“와, 그 말 들어본 말 중 최고다! 하느님의 쓰레기장이라서 아름답다는 말.”
“히히히.”
반전!
큰딸은 우리 대화에서 반전을 사용했다. 쓰레기, 쓰레기 이러다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건 얼마나 멋진 반전인가! 그 애가 반전이란 말을 알까? 알든 모르든 이미 반전의 묘미를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참에 반전이 글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제대로 그리고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재인아, 우리가 처음에 울퉁불퉁한 돌과 바위를 쓰레기라고 했지?”
“응.”
“그래서 도봉산은 그 쓰레기를 버린 하느님의 쓰레기장이라 했지?”
“응.”
“그런 후 네가 하느님의 쓰레기장이라서 그런지 아름답다고 했지?”
“응.”
“그걸 반전이라고 한단다.”
“반전?”
“그래, 반전. 하느님이 저지른 실수로 못생긴 돌, 못생긴 바위, 못생긴 나무 등을 버린 쓰레기장이라는 추한 도봉산에서 그 반대로 아름다운 쓰레기장이라는 이야기로 바꾸었단다.”
“응.”
“이처럼 어떤 것을 말하다가 그것을 반대로 말하면 반전이라고 한다.”
“알겠어. 아빠, 반전이 좋은 거야?”
“좋지. 네가 한 반전은 최고다. 반전은 글이나 영화 등 여러 곳에서 아주 중요하단다. 반전은 그런 것들을 아주 재미있게 만들기 때문이지.”
“응.”
“네가 많이 보는 만화나 만화영화에서도 악당이 거의 다 이기고 있어서 조마조마하던 순간에 정의의 로봇이 나타나 악당을 모조리 쳐부수잖아.”
“응.”
“그것이 반전이다. 늘 지기만 하다가 끝에 가서는 이기는 것이니 멋진 반전이지.”
“응, 그렇구나.”
“또 소공녀라는 소설을 네가 읽었지?”
“응.”
“그 소설에서도 주인공 세라가 하녀 노릇을 하며 불행하게 지내다가 끝에 가서는 행복하게 되었지?”
“응.”
“그것도 반전이란다. 소설, 영화, 연속극 등에서 반전은 이처럼 중요하단다. 첨부터 끝까지 정의의 로봇이 이기고, 세라가 첨부터 끝까지 행복하다면 이야기는 별로 재미 없을 거야.”
“그럴 것 같아.”
“동시에서도 그렇단다. 우리가 도봉산에 대해 쓰레기장, 쓰레기장 하다가 하느님의 아름다운 쓰레기장이라고 하는 것은 반전이고 그 반전을 끝쯤에 쓰면 아주 재미있는 글이 될 거야.”
“난 아빠와 말하던 중 그냥 해본 말인데, 아빠 설명을 들으니 그렇게 생각돼.”
“그래. 아름다워서 향기까지 나는 쓰레기장이야.”
“응, 아빠. 도봉산은 하느님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쓰레기장이야.”
우리의 대화 후 며칠 지나 큰딸이 쓴 도봉산에 관한 아래의 동시를 지었다.
도봉산
도봉산은
하느님이 세상을 만드시다가
실수로 잘 못 만드신
막자란 나무, 못생긴 돌,
울퉁불퉁한 바위,
구불구불한 도랑,
이 모든 것을 버리신
하느님의 쓰레기장이다.
그렇지만 오늘 올라와보니
하느님의 쓰레기장이라서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향기롭다.
나도 나대로 도봉산에 관하여 어른의 눈으로 어른의 시를 썼다. 그 시가 다음 페이지에 보이는 도봉산(1)이다. 같은 대화에서 써서 내용이 비슷하다. 그렇지만 동시에는 수식어가 별로 없는 반면, 어른의 시에는 수식어가 많고, 유사한 것을 반복하거나 나열하여 뜻을 강조하고 다양한 표현을 하는 기법이 보인다. 그런 차이를 염두에 두고 앞의 동시와 뒤의 어른의 시를 비교해 보기 바란다.
<어른을 위한 시>
도봉산(1)
하느님이 세상을 만들 때
실패작을 모두 도봉산에 버린 것 같다.
울퉁불퉁한 바위와 거무튀튀한 돌 조각
꾸부정한 나무와 막자란 잡초
이름 모를 보잘것없는 들꽃과
돌 틈새를 겨우 흐르는 빈약한 물줄기
신음 같은 바람소리와 투박한 까치소리
어느 하나 아름다운 것이란 게 없다.
하느님은 그 쓰레기들이 너무 싫어했는지
주위를 흙으로 쌓아 둘러막고
흩어져 나지지 못하도록 그 위에
못생긴 인수봉으로 꾹 눌러놓았나보다.
그렇지만,
오늘 도봉산에 올라와 보니
하느님의 쓰레기장이라서 그런지.
인간이 아릅답게 정원을 꾸민들
이보다 더 아름답고
향기로울 수 있을까?